
프로축구 강원FC가 길었던 터널의 끝에서 마침내 탈출했다. 무려 77일, 10경기 만에 거둔 승리다.
김병수(51) 감독이 이끄는 강원은 26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7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성남FC를 2-1로 꺾었다. 지난 4월 10일 대구FC전 승리 이후 9경기 연속 이어지던 무승(5무4패)의 고리를 마침내 끊어낸 순간이었다.
그 중심엔 부상 복귀전을 치른 '에이스' 조재완(26)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는 팀의 마지막 승리였던 대구전에서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가 이날 복귀했다. 조재완이 빠진 뒤 9경기 연속 승리가 없던 강원이, 그가 복귀하자마자 무승 고리를 끊어낸 셈이다.
조재완은 이날 0-0으로 맞서던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됐다. 그리고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 지 24초 만에 선제골을 도왔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뒤 날카로운 크로스로 실라지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어 후반 21분엔 페널티 박스 왼쪽 구석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전반전 슈팅수가 단 2개, 유효슈팅은 단 1개도 없었던 강원의 공격 흐름이 그의 투입과 동시에 바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문제는 공격이다. 안타깝지만 침착하게 해결하려고 한다"던 김 감독의 오랜 고민을 털어낸 '에이스다운' 활약이기도 했다.
조재완 스스로도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낸 경기가 됐다. 전열에서 이탈한 뒤 팀이 깊은 무승의 늪에 빠진 것에 대한 죄책감이 컸는데, 마침내 돌아와 직접 그 고리를 끊어냈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마음이 안 좋았다. 죄송했던 부분들이 많았다"며 "그래서 빨리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잘하려고 하기보다 팀에 보탬이 되고자 한 발 더 뛰려고 한 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처럼 에이스 조재완의 복귀와 맞물려 강원은 10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 승리는 강원의 '반등'을 알리는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더 기대해볼 만한 긍정 요소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우선 경기 전부터 김병수 감독이 믿음을 보냈던 '수비'가 뒷받침되고 있다. 강원은 성남전 포함 최근 4경기에서 단 2골 만을 허용하고 있다. 2실점마저도 대구전엔 자책골, 성남전엔 직접 프리킥으로 각각 허용한 실점이었다. 필드골 실점은 지난달 12일 울산현대전이 마지막이다. 그만큼 수비가 안정 궤도에 올랐다는 의미다. 김 감독도 "개막 3경기 10실점 이후엔 실점이 크게 줄었다. 결과가 안 좋아서 그렇지, 수비만큼은 안정감이 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여기에 부상 선수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다. 이날 조재완뿐만 아니라 공격수 고무열(31)과 수비수 임채민(31)도 나란히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을 털고 돌아왔다. 올림픽대표팀 훈련에 차출돼 이날 경기를 치르지 못한 김동현(24)과 김대원(24) 역시 적어도 도쿄올림픽 이후엔 고스란히 팀 전력에 큰 플러스가 될 수 있다. 9경기 무승의 길었던 흐름을 뒤로한 채 향후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해볼 만한 포인트들이다.
이제 막 무승 고리를 끊었는데 찾아온 3주의 휴식기는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일 수 있다. 상승세를 곧바로 이어가진 못하지만, 부상에서 막 회복한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부상자들의 폼을 얼마나 빨리 끌어올릴 수 있느냐, 새롭게 들어올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얼마나 빨리 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겼다고 들뜨고 싶지는 않다. 남은 3주도 평상시처럼 최선을 다해 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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