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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콜드패 안 당한 게 다행...' 왜 한국야구는 金메달을 목표로 삼았나

'日에 콜드패 안 당한 게 다행...' 왜 한국야구는 金메달을 목표로 삼았나

발행 :

김우종 기자
8월 7일 도미니카 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5회 역전에 성공하자 기뻐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8월 7일 도미니카 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5회 역전에 성공하자 기뻐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었다.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메달을 따지 못한 결과가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한국 야구가 일본이나 미국 등을 머릿 속에서 생각하는 대로 손쉽게 꺾을 수 있는 전력이었을까. 냉정하기로 유명한 전 세계 도박사들도 일본의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친 대회였다. 그 뒤를 미국과 한국이 차례로 이었던 올림픽이었다.


한국은 올림픽 야구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경문(63) 감독의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전 전승의 신화를 쓰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래서였을까. 김경문 감독은 지난 7월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표팀 첫 훈련에서 "차근히 준비 잘해서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목표가 메달권인지, 금메달인지 구체적으로 묻자 김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당연히 금메달이 목표"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애당초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김 감독이 '전략적으로' 입을 맞춰 목표를 금메달이 아닌 '메달권'으로 수정했다면 어땠을까. '금메달 목표'는 국민들에게 다소 헛된 기대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현 대표팀 전력을 냉정하게 돌아봤어야만 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한국 축구가 계속 '세계 4강' 전력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어진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당시 한국 축구 목표는 첫 원정 16강 진출이었다. 그러나 아쉽게 또 실패하며 4년 뒤 남아공 월드컵에 가서야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이번 대표팀에는 류현진(34·토론토)과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양현종(33·텍사스)처럼 한 경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슈퍼 에이스'가 없었다. 그래도 이의리(19·KIA)가 선전했고, 고영표(30·KT)와 조상우(27·키움)도 잘 던졌다. 타선에서는 김현수(33·LG)와 박해민(31·삼성)이 4할대 타율을 뽐내며 한국 야구의 힘을 보여줬다. 하지만 과거 이승엽(45)과 이대호(39), 박병호(35·키움), 김태균(39) 등이 버티고 있던 라인업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일본과 미국의 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당장 한일전에서 상대 선발로 나선 야마모토 요시노부(23·오릭스)는 수년 후 메이저리그서 볼 지도 모르는 최고 에이스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올 시즌 16차례 선발 등판, 9승 5패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다.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 속구 구속이 시속 155㎞ 이상에서 형성되고, 140㎞의 초고속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구사한다.


이런 대단한 에이스를 상대로 이정후는 멀티히트를 쳤으며 허경민과 박해민, 강백호는 안타를 뽑아냈다. 또 고영표는 일본 올스타 타선을 상대로 5이닝 6피안타 7탈삼진 1볼넷 2실점(2자책)으로 호투했다.


한일전에서 8회 야마다 테츠토에게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맞고 무너지긴 했지만 한 수 위의 일본을 땀 흘리게 만든 건 분명했다. 경기를 시청한 A 관계자는 "사실 콜드게임 패를 당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전력 차이였다. 그런데 오히려 대단히 선전했다. 요소요소에 운용 미스가 있었고, 운도 따르지 않아 패했지만 그게 곧 실력"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B 관계자는 "한일전을 마친 뒤 한 일본 측 관계자가 한국 야구에 대해 정말 칭찬을 많이 했다. 만약 한국전에서 패했다면 일본은 그야말로 뒤집어지고 난리가 났을 것"이라면서 일본 관계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전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나온 도미니카공화국의 좌완 크리스토퍼 메르세데스(27)는 올 시즌 5승 1패 평균자책점 2.31을 찍고 있는 요미우리의 에이스다. 또 한국과 조별리그 2차전서 미국 선발로 출전한 닉 마르티네즈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1선발이다. 올 시즌 11경기에 선발 출격해 7승 2패 평균자책점 2.03을 마크했다. 일본 프로야구서 최정상급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투수들. 단순하게 한국서 뛰었던 전성기 시절의 더스틴 니퍼트(40)나 린드블럼(34·밀워키)과 비교해도 동급 혹은 윗급의 투수로 봐야만 했다.


결국 KBO 리그서도 외국인 1선발을 만나면 고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볼 때, 대표팀 타자들의 침묵 역시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그 정도로 상대는 실력이 뛰어났고, 한국 야구의 실력은 안타깝고 아쉽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결승전까지 진출해 금메달 혹은 은메달을 따면 실력 이상의 최고 성과로 찬사를 받았겠지만, 결국 4위를 할 만큼의 레벨이었던 것이다.


C 관계자는 "이번 대표팀 선수들이 비난을 한몸에 받는 게 정말 안타깝다. 그들은 정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전했다. 단지 순간순간 작전과 교체 기용 등에서 조금씩 아쉬운 면이 나오면서 경기를 내준 것이지, 선수들은 정말 박수받아 마땅한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8월 1일 도미니카공화국과 2020 도쿄 올림픽 녹아웃 스테이지 1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 /AFPBBNews=뉴스1
8월 1일 도미니카공화국과 2020 도쿄 올림픽 녹아웃 스테이지 1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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