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괴력의 사나이가 있다. 두산 베어스 구단 내부에서도 힘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정도. 그 주인공은 바로 두산의 1라운더 외야수 김동준(23)이다.
김동준의 방망이가 심상치 않다. 5월 퓨처스 타율은 0.250. 7월에는 0.200. 그랬던 김동준이 지난 8월 퓨처스리그에서 총 10경기에 출장, 타율 0.355(31타수 11안타) 1홈런 7타점 5득점 1볼넷 5삼진 출루율 0.375, 장타율 0.267, OPS(출루율+장타율) 0.923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9월 2경기 타율은 0.444(9타수 4안타). 말 그대로 일취월장하고 있는 김동준이다.
군산신풍초-군산중-군산상고를 졸업한 김동준은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계약금은 1억 3000만원. 군산상고 시절에는 투수와 야수를 겸업할 정도로 야구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김동준의 최고 장점은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와 견줄 만한 체격 조건이다. 193cm, 100kg에 달하는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입단 첫해인 2022년 김동준은 퓨처스리그에서만 활약했다. 다만 눈에 띌 만한 성적을 낸 건 아니었다. 타율은 0.163(208타수 34안타)에 그쳤다. 특히 삼진이 92개로 많은 편이었다. 김동준은 첫 시즌을 마친 뒤 그해 12월 현역으로 입대, 일찌감치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로 결심했다.
다시 시간이 흘러 2024년 6월에 전역한 김동준. 곧장 퓨처스팀에 합류해 실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2025시즌을 맞이했다. 김동준은 마침내 4월 13일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이어 6월 6일 롯데전에서는 첫 홈런포까지 터트리는 등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조성환 감독대행의 신임 속에 6월 한 달간 1군에서 19경기를 뛰면서 타율 0.302, 8타점의 성적을 냈다.


그러다 7월에 다시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1루 수비와 선구안에서 아직 다듬어지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7월 22일 한화전을 끝으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퓨처스리그 경기에 꾸준히 출장하며 좋은 실력을 뽐냈다. 이제 김동준은 다시 1군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사령탑인 조성환 감독대행은 지난 6일 인터뷰에서 "김동준은 큰 변수가 없다면 내주에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조심스러운 건 이 말이 전해지면 (김동준이) 며칠 동안 잠을 못 잘까 봐 걱정인데(웃음)"라며 환하게 웃었다.
퓨처스리그에서 맹위를 떨친 김동준과 최근 연락이 닿았다. 김동준은 가장 먼저 타격 성적이 좋아진 비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도 되는 건가요"라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뒤 "이전에는 제가 타격할 때 오른쪽 다리를 미리 그라운드에 찍고 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저희 팀 동료인 (강)동형이 형이 저한테 어느 날 '앞쪽 다리를 너무 미리 찍어서 중심이 빨리 쏠리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약간 중심을 왼쪽 골반 쪽에 실어놓고, 상대 투수가 던지는 타이밍에 찍고 바로 치자는 느낌으로 타격에 임했다. 이게 뭔가 말씀으로 설명해 드리기 어려운데, 아무튼 동형이 형이 정말 큰 도움을 줬다. 야간 훈련에서도 같이 계속 도와줬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꿈에 그리던 1군 무대. 그리고 데뷔 첫 홈런까지. 김동준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당시에는 정말 꿈만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또 현실과 마주했다. 그래서 이제는 더욱 실력을 갈고닦아 다시 1군으로 올라간 뒤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김동준의 다부진 각오다.
약점으로 꼽히던 선구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김동준은 "일단 이영수 타격코치님과 이도형 타격코치님이 '너무 변화구에 속지 않으려 하지 마라. 너는 홈런을 쳐야 하는 타자인데 소극적으로 변하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렇게 말씀을 해주신 게 정신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동준은 '베어스 프랜차이즈 스타' 김재환의 뒤를 이을 좌타 거포로 꼽히고 있다. 포지션도 김재환과 마찬가지로 좌익수를 주 포지션으로 삼고 있다. 김동준은 "고교 시절부터 좌익수를 계속 봐왔기 때문에 부담은 별로 없다. 다만 1루수 쪽은 부담이 조금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기회만 주신다면 할 수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1루보다는 외야가 더 심적으로 편한 것 같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김동준의 최고 강점은 역시 파워다. 지난 7월 19일 인천 SSG전에서 터트린 시즌 2호 홈런의 타구 속도는 무려 179.5km에 달할 정도였다. 그는 "일단 힘이 좋은 건 저도 장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든 배트 중심에 맞아야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막 세게만 치려고 하지 않는다. 더 정교하게 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잘 맞으면 타구가 알아서 멀리 나가더라"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김동준은 최근 따뜻한 팬 서비스로 큰 화제를 모았다. 외야에서 한 어린이 팬과 캐치볼을 하는 장면이 온라인상에 공개된 것. 김동준은 "2군에 있으면서 언젠가 1군에 가면 팬 서비스를 정말 잘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다. 정말 큰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분들이 계셔야 저희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분 한 분 되게 소중하게 대해드리자는 마음을 먹고 출근한다. 경기장까지 와주셨으니, 뭐라도 꼭 하나 챙겨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랬던 것 같다"며 따뜻한 마음씨를 전했다.
그렇게 따뜻하면서도 '흥부자'인 김동준이다. 지난 6월 19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결정적인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뒤, 마치 홈런을 친 것과 같은 검지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세리머니가 더그아웃 분위기를 띄웠고, 두산은 극적인 9-8 역전승을 거뒀다. 김동준은 "저는 제 흥을 굳이 감추지 않고 속에 있는 걸 뿜어내는 스타일"이라면서 "곧이곧대로 다 분출하는 것 같다. 분위기가 좋을 때는 좋아하는데, 갑자기 또 혼자 그러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 때도 있다"고 유쾌하게 이야기했다.
끝으로 그는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했다. 김동준은 "먼저 제게 기회를 주신 조성환 감독대행님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 함께 고생했던 동료, 동기들이 있다. 오명진, 강현구, 박성재, 이민석, 강동형 등. 되게 좋은 형들이 많다. 늘 잘 챙겨주시는데 이런 형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며 동료애를 드러냈다.
이어 두산 팬들을 향해 "저는 1년 차 때 정말 못했다. 진짜 이게 야구 선수인가 싶은 정도로 못했다. 그래서 첫 시즌 마치고 바로 군대로 가 신체적, 정신적 트레이닝을 정말 열심히 했다. 그렇게 했던 게 교육리그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렇게 1군에서 빨리 뛸 기회가 올 줄 몰랐다. 정말 감사드린다. 약간 속도가 더딜지는 몰라도 계속 꾸준하게 노력하고 있으니까, 끝까지 꼭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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