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범이가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까요?"
수비수 이한범(20·FC서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안익수(57) FC서울 감독은 '반문'으로 대신 답했다. 지난 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전 기자회견장에서다. 반문에 담긴 속뜻은 명확했다. 안 감독도 그의 폭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인고 출신의 2002년생 수비수인 이한범은 이번 시즌 개막 3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오스마르(34·스페인)와 호흡을 이뤄 서울 중앙 수비라인을 책임졌다. 이 과정에서 서울은 3경기 무패(1승2무)에, 3경기에서 단 1실점(자책골)만을 허용했다. 이한범이 속한 서울 수비가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22세 이하(U-22) 선수를 출전시켜야 하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센터백 자리에 프로 2년차 선수가 이만큼 중용을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한범을 향한 안 감독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라운드 위 이한범의 존재감은 지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성남전에선 203cm의 장신 공격수 뮬리치와 공중볼에서 '압승'을 거뒀다. 축구 데이터 분석업체 비프로일레븐에 따르면 이날 이한범은 자신보다 13cm나 큰 뮬리치와 10차례 공중볼 경합을 펼쳐 무려 8차례나 승리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볼 차단 횟수(11회)나 클리어(3회) 등 수비 지표에서 팀 내 1위에 올랐다.
반짝 활약은 아니었다. 앞선 대구FC전에선 에드가, 인천유나이티드전에선 무고사를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 안익수 감독은 개막 3경기 모두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꺼내 든 것을 두고 "다들 갖고 있는 퍼포먼스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크게 변화가 필요치 않다"고 설명했는데, 이한범 역시 그 안에 포함돼 있다.
안익수 감독은 "나이에 비해서 성장 속도가 빠른 선수다. 축구에 대한 생각이 누구보다 앞서 있다"면서 "발전 속도에 대해 '어디까지 갈 것 같다'고 단언해 말씀을 못 드릴 것 같다"고 말했다. 말을 아낀 안 감독의 속내엔 이한범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담겨 있다.

이같은 안 감독의 평가에 이한범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개막전부터 3경기 계속 써주셔서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뿐이다. 좋게 평가를 해주셔서 과분할 따름"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는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들을 빨리 습득한 것 같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감독님이 원하시는 걸 계속 해보려고 노력하니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헤딩과 빌드업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년엔 공격 포인트가 없었다. 올해는 2~3개 정도는 하고 싶다. 홍정호(전북현대) 선수처럼 수비수가 도움이든 골이든 해주면 팀에 더 힘이 되지 않나. 그래야 팀도 더 강팀으로 성장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한범은 당차게 '우승'을 외쳤다. 그는 "올해는 우승 경쟁할 수 있는 최고의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팀 목표를 최대한 맞춰서 가려고 한다. 진짜 간절하다"며 "감독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건 '팬들을 위한, 팬들이 감동을 받고 재밌어하는 축구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이게 너무 좋다. 앞으로도 이렇게 꾸준하게 팬들한테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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