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승리를 위한 집념이 보인 운영이었다.
김종국 KIA 감독은 25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이번 LG전에 수도권 원정 3번째 일정인데 다들 강팀이고 상위권 팀들이었다. 지금까지는 잘해왔다고 생각하고 어려운 LG와 2연전도 1승 1패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각오는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형태로 드러났다. KIA가 1-0으로 앞선 7회말, 김 감독은 1이닝에만 불펜 투수 4명을 기용했다. 7회말 LG의 공격이 상위 타순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3할 타율의 문성주, 문보경이 차례로 들어서는 상위 타순급 하위 타선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상대로도 최선을 다했고, 김재열(⅓이닝)-김정빈(⅓이닝)-윤중현(0이닝)-이준영(⅔이닝)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피칭을 했다.
이러한 물량공세는 천신만고 끝에 만든 1점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앞서 선발 투수 이의리가 5⅓이닝 노히트를 포함해 6이닝 1피안타 5사사구(4볼넷, 1몸에 맞는 볼)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 총 115개의 역투였다. 그 사이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4회초 1사 3루에서 2루수 땅볼 타구로 간신히 1점을 만들어냈다.
노력은 계속됐다. 7회를 마무리한 이준영이 8회에도 올라와 김현수를 포수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으로 돌려세우고 박준표와 교체됐다. 박준표는 채은성을 중견수 뜬 공으로 처리하고 마무리 정해영과 교체돼 물러났다.
사실 정해영의 투입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정해영은 24일 고척 키움전에서 KIA가 10-9로 앞선 9회말 올라와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고 전병우에게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맞아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정해영 스스로 "너무 힘들어 서재응 투수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고백할 정도로 트라우마를 남긴 경기였다.
독한 운영이라 할 수도 있었지만, 경기 전까지 리그 최다 세이브 2위(25개)의 정해영은 현시점 KIA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불펜 카드 중 하나였다. 또 한 가지. KIA는 9회말 시작 전 중견수 소크라테스를 좌익수로 옮기고, 수비가 좋은 김호령을 중견수로 교체 투입하는 수비 위주로 외야를 재편했다. 끝까지 1점을 사수하고 정규 이닝에 경기를 끝내보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LG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해영을 상대로 왜 KIA가 그토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팀인지를 보여줬다. 문성주의 내야 안타, 유강남의 우전 안타로 1사 1루를 만들었다. 홍창기가 정해영의 초구 직구를 공략해 좌중간을 향하는 타구를 생산했다. 정해영이 "또 끝내기구나"라고 절망할 정도로 아찔한 타구였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몸을 던져 정해영과 팀을 구해냈다. 다이빙 캐치로 타구를 잡아낸 소크라테스는 2루로 송구해 오버 런한 2루 주자 문성주를 잡아냈다. 선수의 노력과 벤치의 의지가 만들어낸 집념의 1승이었다.
이 1승은 비슷한 시각 6위 롯데가 삼성에 5-9 패, 7위 NC가 키움에 9-10으로 패하며 더욱 값진 승리가 됐다. 30여 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6위와 격차를 5경기로 벌리면서 SSG-LG-KT-키움-KIA 5강 체제를 점점 굳히게 됐다.
김 감독은 "이의리가 고전한 부분도 있었지만 초반 위기를 잘 넘긴 후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주면서 흐름을 빼앗기지 않았다. 이의리 이후 올라온 투수들 모두 제 역할을 해 주면서 끝까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야수들은 활발한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중요할 때마다 호수비로 오늘 승리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9회말 마운드에 방문해서는 정해영에게 부담갖지 말고 야수들을 믿고 자신있는 구종을 던지라고 주문했다"면서 모든 승리가 소중하지만 오늘 승리는 특히나 팀에 큰 의미가 있을 거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