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력만 보면 무조건 잡아야 하는 선수다. 그러나 몸 상태와 나이가 걸림돌이다.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가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34)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 매체 스포츠넷 뉴욕은 14일(한국시간) "메츠의 디그롬에 대한 결정은 이번 오프시즌뿐만 아니라 향후 구단의 운명을 정하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디그롬은 2019년부터 시작하는 5년 1억 3750만 달러(약 1972억 원) 계약을 맺은 상태다. 2024년 팀 옵션(3250만 달러)이 있지만, 디그롬 역시 올 시즌 종료 후 옵트아웃을 선언하고 FA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실력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2014년 데뷔한 디그롬은 9시즌 동안 통산 82승 57패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 중이다. 1326이닝 동안 160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시무시한 구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2018년과 2019년에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연패를 달성하며 '지상 최고의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몸 상태가 문제다. 이미 2016시즌 팔꿈치 수술로 인해 148이닝 소화에 그쳤던 디그롬은 이후 3년 연속 200이닝을 던지며 건강을 증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7승 2패 평균자책점 1.08이라는 역대급 활약에도 팔꿈치, 어깨, 옆구리 등 여러 부위의 부상으로 인해 92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1년의 재활 끝에 올해 돌아온 디그롬은 11경기에서 5승 4패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했다. 64⅓이닝 동안 102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삼진 능력은 여전하다. 다만 지난해 9이닝당 피홈런이 0.6개였던 그는 올해 1.3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마지막 4번의 선발 등판에서는 21이닝 동안 6개의 홈런을 얻어맞았다. 구위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매체 역시 "디그롬이 올 시즌 돌아와 모든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이상 징후가 아니라 단지 일시적 부진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며 "홈런이 많았고, 평소화 같은 정교함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또한 내년이면 35세가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메츠는 디그롬을 그냥 놓아줄 수도 없다. 메츠는 여전히 우승에 대한 꿈을 놓지 않고 있다. 올해 101승을 거둔 메츠는 6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스티브 코헨 구단주 취임 이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선발진에서는 디그롬과 맥스 슈어저가 버텨줘야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부상으로 신음하고는 있지만, 이전까지 이닝이터였다는 점도 희망적인 부분이다. 이를 언급한 매체는 "디그롬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투수를 시작했다"며 "또래 투수들에 비해 이른바 '마일리지'가 적게 쌓였다"고 분석했다.
그가 데뷔한 후 팀의 스타였던 데이비드 라이트, 노아 신더가드 등이 은퇴하거나 팀을 떠나면서 디그롬은 사실상 유일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된 상황이다. 여기에 2010년대 후반을 지배한 투수라는 이미지가 겹쳐 향후 몇 년의 활약에 따라 명예의 전당에도 오를 수 있다.
매체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톰 시버의 사례를 언급했다. 시버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메츠에서 11시즌을 뛰며 세 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1977시즌 도중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시켰고, 1983년 한 해 메츠로 컴백했지만 이외에는 타 팀에서만 뛰었다. 매체는 "디그롬이 잔류한다면 메츠 역사상 최고의 투수가 되겠지만, 만약 그를 놓친다면 시버에게 일어난 재앙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디그롬은 올 시즌 중에도 계속 옵트아웃을 선언할 뜻을 밝혔다. 매체는 "디그롬이 FA로 나가게 된다면 연평균 금액으로는 슈어저(4400만 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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