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MLB)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공격형 2루수 제프 켄트(57)가 저평가를 뚫고 끝내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센터 내야진의 공격력 기준을 재정립한 켄트가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켄트는 이번 투표 대상자와 함께 내년 7월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헌액식을 가진다.
켄트는 이른바 '현대 야구 시대 위원회(Contemporary Baseball Era Committee)'를 통해 헌액됐다. 이전까지 베테랑 위원회로 알려진 이 제도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와는 별개로, 16명의 위원 중 헌액 기준선인 75%에 해당하는 12표를 받아야 한다.
시대 위원회에서 켄트는 총 14표를 받아 87.5%의 득표율로 넉넉히 헌액을 확정했다. 함께 후보에 올랐던 카를로스 델가도는 9표, 데일 머피와 돈 매팅리는 각각 6표를 받았다. 금지약물 복용 논란이 있던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 등은 5표 미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2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뉴욕 메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휴스턴 애스트로스, LA 다저스 등에서 뛰었다. 2008년까지 17시즌을 소화한 그는 2298경기에서 타율 0.290(8498타수 2461안타), 377홈런 1518타점 1320득점, 출루율 0.356 장타율 0.500, OPS 0.855의 성적을 올렸다.
1997년 샌프란시스코 이적 이후 본격적인 전성기를 구가한 켄트는 본즈와 중심타선을 이뤘다. 특히 2000년 타율 0.334, 33홈런 125타점, OPS 1.021이라는 괴물 같은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MVP에 올랐다. 2루수로 때려낸 351개의 홈런은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이고, 8번의 100타점 이상 시즌도 2루수 중 가장 많다. 30세 시즌 이후로도 홈런 270개, OPS 0.890으로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쳤다.

2008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 켄트는 2014년부터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누적 성적에서의 아쉬움과 평판 문제로 인해 좀처럼 득표율이 오르지 못했다. 6회차까지 10%대를 유지하던 그는 2020년 27.5%, 2021년 32.4%로 오르며 희망을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10번째 시도(2023년)에도 46.5%에 그치며 끝내 기자단 투표를 통한 헌액은 실패했다.
그래도 2루수로서 강력한 공격력을 보여준 켄트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고, 결국 시대 위원회를 통해 헌액되게 됐다.
켄트는 MLB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너무 흥분된다. 믿을 수 없다"며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며 감격을 드러냈다. 이어 "위원회에서 투표할 다른 선수들이 매우 많았다"며 "나를 생각해주고 기회를 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최근 텍사스에서 사냥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켄트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청바지에 부츠를 신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며 근황을 전했다.
한편 켄트는 국내 야구인들과도 관련이 있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토론토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던 시절 인연을 맺었고, 박찬호와 최희섭과는 LA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또한 켄트가 다저스, 김병현이 콜로라도 소속이던 2005년에는 빈볼 시비로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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