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프로농구(WKBL) 역대 최연소 1000어시스트를 달성한 안혜지(25·부산 BNK). 그러나 기록 달성의 기쁨보다는 경기력에 대한 아쉬움이 먼저였다.
BNK는 1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신한은행 SOL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 부천 하나원큐와 홈경기에서 69-47 승리를 거뒀다.
이날 BNK는 경기 초반 다소 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쉬운 찬스를 연달아 놓쳤고, 회심의 외곽포도 림을 외면했다. 선수들의 움직임도 좋았던 때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끝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진안(18득점 17리바운드)과 한엄지(13득점 10리바운드)는 나란히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이소희도 후반 들어 감을 찾으면서 17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한 선수가 바로 안혜지였다. 1쿼터 팀의 첫 득점을 올린 안혜지는 이후 도우미 모드를 보여줬다. 절묘한 패스로 진안의 골밑슛을 이끌어내며 첫 어시스트를 기록한 그는 쿼터 종료 4분 26초 전 이소희의 3점포를 도왔다.
이 어시스트로 안혜지는 박혜진(32·우리은행)의 기존 최연소 기록(26세 6개월)을 넘어서는 신기록(25세 9개월)을 달성했다. 경기 숫자로도 206경기로 김지윤(149경기)과 전주원(154경기) 다음이고, 농구대잔치 세대 이후로는 최소 기록이다.
이날 안혜지는 9득점 6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경기당 어시스트도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10.0개). 지난 시즌 6.27개에 비하면 눈에 띄게 올라간 수치다.
경기 후 박정은 BNK 감독은 "워낙 패스 센스는 타고났고, 그런 부분으로 인해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단한 기록이기에 축하해주고 싶고, 이로 인해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김한별이 인사이드에서 확실한 스코어러이고, 그 부분에서 공간 활용이 잘 된다"며 "지난 시즌에 비해 패스 줄 수 있는 선수가 다양하다보니 (어시스트가) 많아지지 않나 싶다"고 분석했다.
기록을 달성했지만 안혜지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이기긴 했는데, 안 된 점이 더 많았던 경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집중하고 볼 하나 소중히 다룰 수 있어야 했는데 공격은 날리고, 수비는 수비대로 다 준 경기였다"고 했다.
안혜지는 "경기를 쉽게 가져가야 했는데, 상대가 정신없게 하는데 우리도 같이 정신없게 해서 어렵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저희가 잡아줬어야 했는데 저도 같이 말린 느낌이다"고 말했다.
대기록 달성에 대한 질문에도 안혜지는 "잘했던 경기였다면 좋았을 텐데, 오늘 달성해서 좋지는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기록 달성은 좋지만 만족은 안되는 날이다"고 돌아봤다.
안혜지는 올 시즌 어시스트가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부분보다는 남 살려주는 게 재밌다. 내가 줘서 남이 넣을 때 더 좋다"며 "그런 쪽으로 중점적으로 하다 보니 더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올 시즌 안혜지는 평균 37분 38초를 뛰고 있는데, 이는 지난 시즌(34분 13초)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그는 "다들 체력이 떨어졌다고는 하는데 아직 괜찮다"며 "(이)소희랑 저는 젊으니 괜찮다"고 웃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