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대표 세터 한선수(38·대한항공 점보스)가 최근 국제대회 성적에 대한 작심 발언과 태극마크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한선수는 11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3년 뒤 아시안게임에서 몸 상태가 준비가 됐고 내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뛸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소사초-화성송산중-영생고-한양대를 졸업한 한선수는 2007~2008 V리그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에 대한항공에 지명됐다. 그로부터 십수년간 대한항공의 원클럽맨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세터로 활약했다. 최근에도 대한항공의 통합우승(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이끌며 V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했으나, 세대교체를 이유로 7월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과 9월 AV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발탁되지 않았다.
결과는 처참했다. 챌린지컵에서 3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5위로 마무리해 아시안게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고 결국 임도헌 전 대표팀 감독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한선수를 불렀다. 하지만 38세 베테랑 홀로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9월 당시 세계랭킹 73위 인도에 풀세트로 패한 것에 이어 51위 파키스탄에 셧아웃 패로 1962년 자카르타 대회(5위) 이후 61년 만의 아시안게임 노메달이 확정됐다. 자연스레 배구협회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임기가 끝난 임도헌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남·여 경기력향상위원장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한선수는 "안타깝다. 선수로서 도움을 주고 싶어 갔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모두가 확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이번 실패가 모두의 머리 속에 각인이 됐을 것이다. 선수들이건 배구 협회건 모든 분들이 다 바뀌어야 된다. 그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어린 시절 그가 겪었던 대표팀과 지금의 대표팀은 위상도 자부심도 다르다. 2009~2010시즌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도약한 한선수는 대표팀에서도 붙박이 세터로 활약했다. 아시안게임에서만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수확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 시절 선수들에게 태극마크는 자부심이었고 도전하고픈 대상이었다.
2025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한 취재진과 질답을 통해 그가 원하는 대표팀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한선수는 해당 질문에 "다음 아시안게임이면 (내 나이 등) 많은 것이 바뀌지 않나요?"라고 순간 당황하면서도 "나는 어릴 때부터 대표팀에 대한 꿈이 컸다. 다른 팀 선수들과 함께 뛰고 호흡하는 것이 재밌었고 즐거웠다. 그랬기 때문에 대표팀에 가길 원했고, 선수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표팀을 만들고 싶다. (정말 3년 뒤에도) 내가 도움이 된다면 다음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할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3년 뒤 아시안게임에서 41세 한선수를 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때까지 그를 대체할 세터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과 같아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세대교체와 국제 경쟁력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한국 배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한선수의 생각이었다. 그는 지난 7월 수원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도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 경기를 지켜보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여해 세계와 격차를 확인했다.
한선수는 "다른 나라는 팀, 선수, 스태프가 하나가 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은 한 점, 한 점에 안타까워하고, 한 점, 한 점에 즐거워하는데 이번 대표팀은 그런 것이 없었다. 그런 것은 서로에 대한 꾸준한 신뢰와 믿음이 쌓이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려고 해도 나올 수가 없었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계속해서 뒤처지는 한국 배구를 개혁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꾸고, 말뿐이 아니라 무엇이든 도움 되는 것은 일단 실천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선수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어느 하나가 팀에 이득이 된다면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 그런 실천도 없이 '뭔가를 해야 한다' 판단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뭔가를 해보고 이게 맞다, 아니다'를 판단해야 하는데 어떤 시도와 변화 없이 선수들한테만 맡기는 시스템으로 무언가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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