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58) 감독이 깜짝 놀랄 만한 선택을 했다. 올해 1군 3⅔이닝 7볼넷으로 아쉬운 제구력을 보여준 159㎞ 우완 파이어볼러 윤성빈(26)을 다시 불러들였다.
롯데 구단은 17일 그라운드 사정으로 취소된 잠실 LG 트윈스와 경기를 앞두고 6명의 선수를 대거 1군으로 복귀시켰다. 알렉 감보아(28), 터커 데이비슨(29), 박세웅(30) 등 1~3선발과 포수 정보근(26), 투수 윤성빈(26), 외야수 윤동희(22)가 그들이다.
이 중 윤성빈의 이름이 가장 눈에 띈다. 윤성빈은 동일중앙초-경남중-부산고 졸업 후 2017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우완 투수다. 197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최고 시속 159㎞의 빠른 공이 매력적인 투수로, 성실함마저 갖춰 롯데에 오는 지도자들이 꼭 한 번 키우고 싶어 하는 대형 유망주였다.
1군 통산 26경기 56⅔이닝 53사사구(49볼넷 4몸에 맞는 볼)에서 보이듯 좀처럼 잡히지 않는 제구가 문제였다. 계속된 시행착오 속에서도 윤성빈은 입대마저 미루고 훈련에 매진했다. 그 결과 올해는 퓨처스리그에서 15경기 평균자책점 2.35, 38⅓이닝 25볼넷 70탈삼진으로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군에서는 아직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5월 20일 부산 LG전에서 1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 급격하게 제구가 흔들리는 등 올해도 1군에서는 5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22.09, 3⅔이닝 8사사구(7볼넷 1몸에 맞는 볼) 5탈삼진으로 여전했다.
롯데 김태형 감독도 이를 모르지 않지만, 이유가 있었다. 17일 경기 취소 후 취재진과 만난 김태형 감독은 "선발 투수가 내려갔을 때 중간이 필요한데, (김)강현이나 (김)상수나 제구력은 있는데 구속이 안 나오니까 (타자와 싸움에서) 이기질 못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윤)성빈이는 볼넷을 줄 수 있지만, 구위로 삼진을 잡을 줄 아는 투수다. 상황이 됐을 때 한 번 써보고 (어떻게 활용할지)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최고 시속 159㎞ 빠른 공은 불펜 뎁스가 아쉬운 롯데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무기였다. 대표적인 예가 6월 22일 부산 삼성전이었다. 당시 7회초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윤성빈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르윈 디아즈와 박병호를 차례로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윤성빈의 구위에 이들의 타구는 담장 밖으로 뻗지 못했다.
뒤이어 류지혁에게는 풀카운트 끝에 루킹 삼진을 잡아 이닝을 끝냈고 이후 타선이 폭발하면서 감격의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완급 조절하며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 투수에서 짧은 이닝 동안 전력투구하면 되는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윤성빈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 효과를 봤다.
불펜 윤성빈도 후반기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롯데에는 큰 힘이 된다. 현재 롯데 선발진은 감보아가 합류하고 이민석이 자리를 잡으며 어느 정도 안정을 갖췄다. 반면 롯데 불펜진은 전반기 동안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325이닝을 소화하면서, 2연투 116회-3연투 21회-멀티 이닝 80회로 투수들의 체력 소모가 심했다.
롯데도 윤성빈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남은 55경기 단 몇 이닝이라도 디아즈와 박병호를 돌려세웠던 구위를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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