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투수 앞 땅볼에도 전력 질주를 펼친 끝에 2경기 연속 안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천하의 이정후답지 않게 다소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다. 다만 꼭 이정후의 100% 잘못이라고는 볼 수는 없을 터다. 콜 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두 외야수 모두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정후는 22일(한국 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펼쳐진 2025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정후는 전날(21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2안타)에 이어 2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이정후의 올 시즌 성적은 9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49(362타수 90안타) 6홈런 2루타 20개, 3루타 8개, 41타점 50득점, 32볼넷 45삼진, 6도루(2실패) 출루율 0.313 장타율 0.398, OPS(출루율+장타율) 0.711이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 엘리엇 라모스(좌익수), 라파엘 데버스(지명타자), 윌리 아다메스(유격수), 맷 채프먼(3루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 윌머 플로레스(1루수), 케이스 슈미트(2루수), 패트릭 베일리(포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이 경기 전까지 올 시즌 4승 3패 평균자책점 4.11을 기록 중이었던 우완 헤이든 보겔송이었다.
이에 맞서 애틀랜타는 쥬릭슨 프로파(좌익수), 맷 올슨(1루수),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우익수), 드레이크 볼드윈(지명타자), 아지 알비스(2루수), 션 머피(포수), 나초 알바레즈(3루수), 마이클 해리스 2세(중견수), 닉 앨런(유격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 투수는 우완 브라이스 엘더였다. 엘더는 3승 6패 평균자책점 5.65를 마크하고 있었다.
이정후는 1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한가운데 싱커를 제대로 받아쳤으나, 중견수에 잡히고 말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게임데이 중계에 따르면 비거리가 396피트(120m)에 달할 정도로 큰 타구였다. 다만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30개 구장에서 모두 홈런이 되는 타구는 아니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2-5로 뒤진 2회초 1사 1루 기회에서 두 번째 타석에 섰다. 초구 파울 후 2구째 한가운데에서 살짝 낮은 싱커를 공략했지만, 빗맞으면서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이정후의 세 번째 타석은 팀이 여전히 2-5로 뒤진 4회초 2사 1루 기회에서 찾아왔다. 이정후는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낮은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타구가 2루 베이스를 넘어가면서 행운의 안타로 연결되는 듯했지만, 상대 유격수 앨런에게 아쉽게 잡히고 말았다.


이정후의 이날 유일한 안타는 6회에 나왔다. 2사 주자 없는 상황. 마운드에는 바뀐 투수 애런 범머가 서 있었다. 이정후는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스위퍼에 배트를 내 건드렸다. 빗맞은 타구는 포수 앞으로 천천히 굴러갔고, 이를 보자마자 이정후는 1루를 향해 전력 질주를 펼치기 시작했다. 결국 상대 포수 머피가 잡은 뒤 1루에 뿌렸으나, 이정후가 이미 1루 베이스를 밟은 뒤였다. 이정후의 전력 질주가 만든 내야 안타였다. 이후 이정후는 후속 라모스의 몸에 맞는 볼 때 2루를 밟았으나, 데버스가 2루 땅볼로 아웃되며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8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 차례 더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2루 땅볼로 고개를 숙였다.
이정후의 아쉬운 수비는 팀이 3-8로 끌려가던 6회에 나왔다. 2사 2루에 위기에서 볼드윈의 타구가 높이 뜨며 외야 우중간으로 향했다. 이때 샌프란시스코 좌익수 라모스도 공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콜 플레이 미스가 나왔다. 이정후가 라모스를 잠깐 바라보는 사이, 라모스가 타구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를 본 이정후가 그 자리에 멈춘 채 포구를 미뤘고, 이와 동시에 라모스 역시 멈춰버리며 포구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결국 아쉬운 수비 장면이 나오고 말았다. 이정후는 뒤늦게 자신의 앞쪽에 떨어지는 타구를 향해 슬라이딩을 시도했으나, 글러브에 맞은 채 굴절되고 말았다. 이 사이 2루 주자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는 홈인. 결과적으로 외야진의 콜 플레이 부재가 만들어낸 실수였다. 외야 뜬공 시 대체로 우선권이 있는 중견수인 이정후가 확실하게 콜 플레이를 하는 게 가장 좋았다. 아니면 라모스 역시 명확하게 콜 플레이를 하거나, 또는 이정후의 뒤쪽으로 완전히 빠져주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동시에 최근 타격 부진으로 인해 수비에서도 위축된 이정후의 모습이 엿보이는 장면이기도 했다. 공식 기록은 볼드윈의 2루타.
이 장면을 두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계 방송사(NBCS BA) 해설진은 "아무도 저 공을 잡지 않았다. 그리고 아쿠나 주니어의 득점이 나왔다. 맙소사(Oh my goodness)"라면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라모스가 서 있긴 했지만, 저 공은 전체적으로 중견수(가 처리해야 할) 공이라 할 수 있다. 이정후가 라모스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없었다"면서 콜 플레이 실수를 지적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어수선한 경기력을 보여준 끝에 4-9로 패하고 말았다. 선발 버드송이 1회에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아내지 못한 채 5실점을 기록한 게 치명적이었다. 이 패배로 6연패 수렁에 빠진 샌프란시스코는 52승 49패를 마크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인 샌프란시스코는 같은 지구 선두인 LA 다저스(59승 42패)와 승차가 어느덧 7경기로 벌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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