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KBO판 GG 김하성 탄생할까, LG 슈퍼 유틸 활약 어땠길래... "KBO에 정식 건의해보겠다"

KBO판 GG 김하성 탄생할까, LG 슈퍼 유틸 활약 어땠길래... "KBO에 정식 건의해보겠다"

발행 :

LG 구본혁. /사진=김진경 대기자

어떤 포지션에서든 리그 평균 이상의 수비로 메워주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한국 KBO 리그에서도 재평가받을 길이 열렸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DRAFT 128'에서 열린 'LG 통합우승 기념 팬 맥주파티'에서 "KBO에 골든글러브(Golden Glove) 유틸리티 부문 신설을 정식으로 요청할 생각이다. 메이저리그에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유는 올해 내약 백업으로 LG의 통합 우승 4연패에 일조한 구본혁(28) 때문이다. 프로 7년 차를 맞이한 구본혁은 올해 정규시즌 13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343타수 98안타) 1홈런 38타점 41득점 10도루, 출루율 0.364 장타율 0.353 OPS(출루율+장타율) 0.717로 활약했다.


그의 가치는 어느 포지션에 둬도 평균 이상을 보여주는 수비에 있다. 올해 구본혁은 2루수 35경기 220⅔이닝, 3루수 68경기 328⅔이닝, 유격수 57경기 315이닝, 좌익수 4경기 16이닝으로 외야까지 소화하며 슈퍼 유틸리티로서 면모를 뽐냈다. 그 결과 총 880⅓이닝을 소화하며 가장 많이 출장한 3루수에서 KBO 수비상 최종 2위를 기록했다. 투표 점수와 수비 점수 합계 모두 송성문(29·키움 히어로즈) 다음으로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유틸리티 골드글러브는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선 2022년 신설됐다. 공·수 모두 평가하는 골든글러브와 달리, 미국의 골드글러브(Gold Glove)는 수비만 놓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은 미국의 골드글러브에 대응하는 KBO 수비상을 2023년 처음 신설해 올해 3회 차를 맞았다.


2025 KBO 수비상 포지션별 점수표. 빨간 네모가 구본혁. /사진=KBO 제공
김하성(왼쪽)과 토미 에드먼. /AFPBBNews=뉴스1

대표적인 것이 국가대표 듀오 김하성(30)과 토미 에드먼(30)이다. 2023년 김하성은 106경기 856⅔이닝, 3루수로 32경기 253⅓이닝, 유격수로 20경기 153⅓이닝 등 총 3개 포지션에서 수비 이닝 1263⅓을 기록했다.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에 각각 최종 후보 3인에 들었고, 유틸리티 부문에서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한국계 에드먼은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가치가 주전급으로 올랐음을 보여준 사례다. 2019년 빅리그 데뷔 후 7시즌 동안 2루수 374경기 2804⅓이닝, 외야수 176경기 1225⅓이닝, 유격수 163경기 1267⅔이닝, 3루수 107경기 671이닝을 소화했다. 타격에서도 매년 두 자릿수 홈런과 도루를 각각 기록하면서 2024시즌 종료 후 LA 다저스와 5년 7400만 달러(약 1090억 원) 연장 계약에 성공했다.


한국 KBO 리그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골든글러브 부문 세분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불펜 부문과 또 다르다. 유틸리티 기준에 충족하는 선수도 부족하고 분위기도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한 KBO 구단 관계자 A는 1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불펜 부문은 투수 분업화가 이뤄진 후 확실하게 구분된 역할이 있고,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틸리티 부문은 애매하다. 조금 더 유틸리티의 역할이 주목받는 시대에 접어들고, 그에 해당하는 선수가 나오면 또 모르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KBO 구단 관계자 B도 "KBO 리그에서 유틸리티는 아직 자기 포지션이 명확히 없는 백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어려울 것 같다. 만약 타격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면 현장에서는 한 포지션에 고정하고 썼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LG 구본혁. /사진=김진경 대기자
황재균이 2025 스프링캠프에서 2루 수비를 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실제로 KBO 리그에는 주전급 유틸리티 플레이어라고 부를 만한 선수가 현저히 부족하다. 뒤늦게 더블 포지션 바람이 한국에서도 불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선수의 부상 혹은 휴식 때 백업으로 몇 경기에 나가는 선에서 그친다.


올해도 구본혁 외에는 KT 위즈 황재균(38), SSG 랜더스 오태곤(34) 정도만이 2개 이상의 포지션에서 유의미한 출전 기록을 냈다. 황재균은 1루수 79경기 561⅔이닝, 38이닝 271⅔이닝, 2루수 3경기 11이닝, 유격수 1경기 1이닝 등 112경기에 나섰다. 오태곤은 1루수 58경기 178⅓이닝, 좌익수 25경기 139이닝, 우익수 21경기 95⅓이닝, 중견수 12경기 49이닝 등 총 122경기에 출전했다. 한국에는 아직 유틸리티 골드글러브 2회 수상자 마우리시오 두본(31·휴스턴 애스트로스)처럼 한 해에만 7포지션에 출전하는 선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 구본혁의 활약은 유틸리티 플레이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약 6개월의 정규시즌을 소화하면서 주전 선수의 부상과 부진으로 인한 공백이 없을 수 없다. 올해 LG는 오지환, 문보경, 오스틴 딘의 부상 때 구본혁이 활약해주며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선수도 불규칙한 기회에서 착실히 경험을 쌓아 나가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올해 구본혁은 그냥 주전이었다"고 칭찬한 바 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성장은 자연스레 주전 선수들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팀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 KBO 구단 관계자 C는 "구본혁 같은 선수가 팀에 있으면 운영이 쉬워진다. 과거 신민재도 저랬다. 저렇게 경험을 쌓다가 주전이 되고 국가대표도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추천 기사

스포츠-야구의 인기 급상승 뉴스

스포츠-야구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