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92구를 뿌렸다. 모두가 지쳐가는 한여름이지만 라울 알칸타라(33·키움 히어로즈)는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결국 팀의 연패 탈출에 큰 힘을 보탰다.
알칸타라는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106구를 던져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2-0 리드에서 임무를 마치고 내려갔고 마무리 주승우가 9회를 실점 없이 막아냈다. 팀은 길었던 7연패를 끊어냈고 알칸타라는 4전 5기 끝에 KBO리그 통산 50번째 승리를 챙겼다.
KBO리그에서 4시즌을 보낸 알칸타라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을 떠났지만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의 교체 선수로 키움의 유니폼을 입었다. 초반 5경기에서 3승(2패)을 챙겼지만 지난달 4경기에선 모두 노디시전을 기록했다. 잘 던진 경기에선 타선이 도움이 부족했고 이후 2경기에선 난타를 당하며 무너졌다.
지독한 아홉수에 걸린 듯 했다. 2020년 20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알칸타라는 KBO리그에서 49승으로 현역 외국인 선수 최다승을 달리고 있었다. 50승까지 1승을 남겨두고 4번을 좌절했다.

이날은 달랐다. 최고 시속 153㎞, 평균 149㎞의 직구를 61구 뿌렸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72%(44/61)에 달할 정도로 공격적으로 투구를 했다. 27구를 던진 포크볼(평균 133㎞)과 18구를 뿌린 슬라이더(평균 134㎞)이 더 위력을 발했다. 롯데 타자들이 급하게 방망이를 휘두를 수밖에 없었고 알칸타라는 효율적으로 이닝수를 늘려갔다.
7이닝을 92구로 마쳤으나 8회에도 다시 한 번 등판했고 14구로 이닝을 삭제했다. 그렇게 통산 50번째 승리를 완성했다.
경기 후 설종진 감독 대행은 "알칸타라가 에이스답게 8이닝 동안 완벽투를 펼쳤다"고 칭찬을 보냈다.
알칸타라는 경기 후 "경기를 잘 끝낼 수 있어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며 "50승을 하나 남겨놓고 이전 두 경기 결과가 아쉬워서 아내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보자', '그럴 수 있겠다'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오늘 50승 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케니 로젠버그가 부상 이탈하며 유일한 외국인 투수로서 어깨가 무거웠다. 팀은 7연패에 빠져 있었다. 3년 연속 최하위는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팀 역대 최다관중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간 이유와도 무관치 않다. 알칸타라는 "코치님이 7회 끝나고 투구수를 얘기해 주셨고 더 던져보고 싶은지 물어보셨다"며 "팀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고 투구수도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8회에 올라가서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보낸 4년 동안 부상이 겹치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팀은 모두 가을야구로 향했다. 알칸타라 또한 가을야구에서 4차례나 등판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최하위로 처져 있는 팀에서 후반기를 보내는 감정은 색다를 수밖에 없다.
알칸타라는 "다른 팀이었을 때와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에이스로서 팀에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줘야 하는 건 같다는 생각"이라며 "너무 많은 부담감 속에 던지는 건 팀 승리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아서 부담을 최대한 덜어내고 던지려고 노력한다"
외국인 선수라고는 하지만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없는 팀 소속이라는 게 동기부여를 얻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알칸타라는 "팀의 가을야구 진출하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라면서도 "어쨌든 팀의 상황을 잘 알고 있고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내 역할이다. 거기에 최대한 집중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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