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지원(21·삼천리)이 고향땅 제주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에 성공했다. 이날 하루만큼은 고지우(23·삼천리) 동생 고지원이 아닌 주인공으로서 빛났다.
고지원은 10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사이프러스 골프 앤 리조트(파72·6586야드)에서 열린 '제12회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대회(총 상금 10억 원)'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기록하고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억 8000만 원.
프로 데뷔 첫 우승이었다. 2023년 정규투어 데뷔 후 60번의 대회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61번째 도전에서 언니 고지우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감격의 순간을 누렸다.
고지원은 이전까지 KLPGA 투어 통산 3승의 '버디 폭격기' 고지우의 친동생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지난주 신생 대회였던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배소현과 마지막 라운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하며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우승으로 고지우-고지원 자매는 KLPGA투어 최초 자매 선수 한 시즌 동반 우승 달성이라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언니 고지우가 먼저 지난 6월 열린 맥콜·모나 용평 오픈 with SBS Golf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고, 고지원이 그 뒤를 따랐다.
그동안 KLPGA투어에서 자매 선수가 우승한 건 박희영(38)과 박주영(35·동부건설)이 있었으나, 한 시즌에 같이 해낸 건 고지우-고지원 자매가 최초다.

하이라이트는 3라운드였다. 고지원은 윤이나(22·솔레어)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3라운드를 시작했다. 많은 비로 2시간의 경기 중단이 있었던 3라운드에서 고지원은 초반 3개 홀에서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가 재개된 뒤 무려 6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4개 홀을 남겨 놓고 일몰 중단되기 전 1위로 올라섰다.
정교한 샷과 정확한 퍼팅이 악천후 속에서 빛을 발했다. 두 타 차 앞선 상황에서 시작한 4라운드에서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 초반 9홀에서 버디 2개를 낚은 뒤로는 타수를 잃지 않는 데 집중하며 끝까지 선두를 유지했다.
막판 노승희의 거센 추격에 간담이 서늘한 순간을 겪기도 했다. 고지원은 15번 홀(파4)에서 티샷이 러프로 향했고, 두 번째 샷도 프린지에서 멈춰 보기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세 번째 샷을 홀컵 옆으로 바짝 붙이며 파 찬스를 잡았고 놓치지 않았다.
노승희는 두 번의 보기와 세 번의 버디로 2위까지 올라왔고 17번 홀(파3)에서 극적인 버디를 잡아내며 2타 차까지 추격했다. 18번 홀(파5)에서도 3번째 샷을 홀컵 근처까지 붙이며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고지원 역시 18번 홀에서 2번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리며 버디를 잡고 우승을 확정했다.
한편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자 올해 첫 KLPGA 대회 출전에 우승을 노렸던 윤이나는 막판 퍼트가 흔들리며 고배를 마셨다. 3라운드 14번 홀까지 보기 없이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3라운드 잔여 경기를 치른 이날 오전부터 흔들린 샷감이 돌아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버디 찬스를 놓치며 4라운드 1개의 보기와 3개의 버디를 묶어 2언더파 70타로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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