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대표 철인 박해민(35·LG 트윈스)이 부상에도 기어코 연속 출장 기록을 556경기로 늘렸다.
박해민은 1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LG가 SSG 랜더스에 5-3으로 역전승한 경기에서 8회말 교체 출전했다.
LG가 8회초 박동원의 극적인 좌월 3점 홈런으로 5-3으로 역전에 성공한 때였다. 수비 강화를 위해 중견수로 뛰던 최원영을 좌익수, 좌익수로 뛰던 김현수를 빼고 박해민을 중견수로 투입한 것. 이후 중앙으로 오는 공은 없었으나, 박해민은 좌우로 오는 공에 금세 따라붙어 여전한 수비 범위를 보였다. 그러면서 박해민은 삼성 라이온즈 시절인 2021년 10월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부터 556경기 연속 출장을 이어갔다.
예상하기 어려운 출장이었다. 박해민은 지난 12일 수원 KT 위즈전 8회말 수비 도중 중앙 담장에 부딪혀 왼쪽 발목 내측 삼각 인대 부분 손상 진단이 나왔다. 부상 정도는 크지 않아 박해민은 이튿날인 13일부터 줄곧 출전 의지를 보였고, 이후 계속된 비에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LG는 절대 박해민을 무리시킬 생각이 없었다. 한동안 대타로 출전하다가 몸 상태가 100% 완벽해지면 수비로도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14일 경기 전 LG 염경엽 감독은 "본인은 주말에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나는 웬만하면 무리시키고 싶지 않다. (당시) 555경기 출장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걸 이어지게 해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외야에서 박해민의 유무가 LG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긴 탓이다. 염 감독은 박해민을 대신할 선수가 누군가에 대한 질문에 "(박)해민이가 장기 부상이 나왔다는 건 팀에 치명적인 일이다. 중견수는 수비의 중심이 돼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박해민처럼) 외야 중앙을 커버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너 외야 수비는 충분히 메울 수 있다. 지금도 (김)현수가 잘 메워주고 있고 나중에 대수비를 쓰면 되는데 해민이의 공백은 크다. 수비 범위가 다르다. 그래서 시즌 전부터 (신)민재를 플랜 B로 생각한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최)원영이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해민은 8월 들어 11경기 타율 0.357(28타수 10안타) 4도루로 타격감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기에 공백은 더욱 뼈아파 보였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박해민은 111경기 타율 0.276(341타수 94안타) 3홈런 32타점 61득점 42도루, 출루율 0.380 장타율 0.349로 커리어 5번째 도루왕을 노리고 있었다.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도루 하나를 추가해 KBO 역대 5번째 450도루를 달성했다. 2013년 1군에 데뷔해 2014년 5월 4일 대구 NC 다이노스전에서 처음 도루한 지 11년 만의 일이었다. 현역 중에선 단연 최다 도루 1위로 이제 그를 앞서는 기록은 549도루의 전준호, 510도루의 이종범, 505도루의 이대형, 474도루의 정수근뿐이다.

그 과정에서 2014~2018시즌 5시즌 연속 30도루 이상을 해냈고, 지난 6월 17일 잠실 NC전에서는 KBO 역대 최초 12시즌 연속 20도루를 마크하기도 했다. 연속 출장과 통산 도루 모두 꾸준한 출장과 기량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또한 그가 성공한 만 35세 5개월 8일은 최고령 450도루 기록이기도 하다. 박해민이 영중초-양천중-신일고-한양대 졸업 후 2012년 삼성 육성선수로 어렵게 프로에 입문한 선수였기에 더욱 놀라운 일.
450도루 성공 후 최근 스타뉴스와 만난 박해민은 "450도루에 성공했을 때 삼성 팬분들도 전광판에 나온 내 기록을 보고 박수를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첫 도루의 순간은 너무 오래돼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의 내가 450도루를 할 수 있을 거라곤 아예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이어 "그때 난 사실 그런 걸 생각할 만한 선수가 아니었다.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고 하루하루 열심히 경기에 나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박해민의 존재감은 단순히 외야 수비에서만 빛나는 것이 아니다. 올 시즌 주장을 맡아 선후배들을 모두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LG의 1위 질주에 기여하고 있다. 팀의 1승을 위해 몇 번이고 펜스에 부딪히는 허슬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 주장의 모습은 팀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했다.
이에 박해민은 "남은 시즌은 다른 건 없다. 계속 이겨야 한다. 결국 선수들이 시즌 전부터 이루고 싶어 했던 목표는 1위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팀 성적이 더 중요하다. 선수로서 어떻게 하면 한 게임이라도 이길 수 있을지 생각하고 게임을 하는 게 맞고 모두가 그걸 알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