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희 위원장, 뒤늦게 팬들에게 사과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오심'으로 결론 내린 지난 전남 드래곤즈와 천안시티전 당시 비디오 판독(VAR) 화면을 공개했다. 심판위원회는 당시 사전 테스트 때는 잘 작동했던 시스템이 '하필이면' 그 장면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는데, 오히려 황당하게 그어진 오프사이드 라인을 보고도 오심을 한 심판들의 책임은 더 커지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5일 영상 콘텐츠 VAR ON을 통해 지난 1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천안전과 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제주 SK전 판정 이슈를 다뤘다. VAR ON은 축구협회가 지난달 '판정에 대한 신뢰도 회복과 오심 논란 최소화를 위한 소통형 콘텐츠'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는데, 지난달 2일 첫 에피소드 이후 무려 45일 만에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당시 전남은 전반 19분 민준영이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었지만, VAR을 거쳐 정강민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이 취소됐다. 다만 중계 화면상 정강민은 명백한 온사이드여서 논란이 컸는데, 대한축구협회 평가 패널회의도 결국 이 장면을 오심으로 결론 내렸다. 다만 그 원인으로는 '기술적 문제'를 내세워 오히려 또 다른 논란을 키웠다. 당시 득점이 취소된 전남은 천안에 3-4, 한 골 차로 졌다.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VAR ON 영상에서 전날 미디어를 통해 공지됐던 전남-천안전 오심 설명을 다시 읽는 수준으로 설명했다. 문 위원장은 "주·부심 현장 판정에서는 온사이드로 판정했지만 최종적으로 골을 확인하는 VAR 판독 절차 과정에서 오프사이드로 판독되며 득점이 취소됐다"며 "심판들은 매 경기 시작 전 경기장 내 계측, 즉 오프사이드 라인의 정확도를 조정하는 VAR 컬리브레이션 확인 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경기장의 경우 사전 테스트와 달리 경기 중 VAR 온/오프사이드 라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VAR 판독 과정에서 5분여가 소요된 이유도 오프사이드 카메라의 기술적인 문제로 해당 장면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경과한 것"이라며 "당시 상황이 경기 전 VAR 컬리브레이션을 진행할 때와 달리 오류가 발생했고, VAR실에서는 화면에 보여지는 온/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린 후 주심에게 전달, 주심이 이를 받아들여 골 취소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영상에서 공개된 당시 VAR 화면에 따르면, 오프사이드 라인은 천안 최종 수비수를 기준으로 정확하게 수평에 맞춘 라인이 아닌 최종 수비수와 전남 정강민에 따라 완전히 비뚤어진 채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천안 최종 수비수보다 명확하게 뒤에 있던 정강민의 어깨가 상대 최종 수비수보다 더 앞섰다는 황당한 판정이 나왔다.


문제는 설령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한 게 맞다고 하더라도, 당시 VAR실에 있던 최광호·구은석 심판이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음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당시 온사이드 상황이 분명했던 데다, 그라운드 위 잔디 색을 기준으로 해도 오프사이드 라인이 잘못 그려졌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오심을 단순한 '기술적 문제'만으로 덮고 넘어가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당시 VAR 심판들이 5분 동안 기술적 문제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명백한 온사이드라는 점을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장면에서 오프사이드 라인이 잘못 그어진 걸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K리그에서 심판 역할을 맡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격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협회 관계자 설명과 달리 판독에 5분이나 걸렸다는 점에서, 실제 VAR실 안에서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엔 정확한 판정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단순히 오프사이드를 표기한 기계 결정에 의존한 채 원심을 취소하는 오심을 했다는 점에서 역시 심판으로서의 자격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VAR 심판실에 굳이 심판이 앉아야 할 이유에 대한 의문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VAR 프로토콜에 따르면, 명확하고 명백한 실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최초 판정을 유지하는 게 원칙이다. 규정상 VAR 판독에 시간제한을 두지 않는 것도 결국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다. 더구나 VAR 심판들이 반드시 오프사이드에 따른 득점 취소에 대한 결론을 내릴 이유도 없었다. VAR 프로토콜에는 오프사이드 상황은 VAR 심판들만 리뷰하는 게 '대체로' 적절하지만, 결국 정확한 판정을 위해선 주심에게 온 필드 리뷰를 권유할 수도 있다. 실제 화면과 명확하게 다른 오프사이드 표기를 두고 판독 불가에 따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었다. 굳이 무리하면서까지 VAR실에서 득점까지 취소시킨 판단과 그 배경에 여러 의문과 의혹이 뒤따르는 배경이다.
축구협회 설명문 당시 빠져 논란이 됐던 '사과'는 이날 VAR ON 콘텐츠를 통해 뒤늦게 나왔다.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이런 오심이 난 것에 대해 축구 팬 여러분에게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심판진 및 심판팀에서는 여러분의 염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프로축구연맹과 함께 VAR 장비 개선 및 심판 자질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작 피해 당사자인 전남 구단에 대한 사과와 해당 심판진에 대한 사과 등은 모두 빠졌다. 전남-천안전 당시 VAR실에 있던 심판진은 올해 초 K리그1(1부) 주심과 부심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심판들인데, 실제 K리그1 경기들을 관장하다 시즌 중반부터 K리그2 경기들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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