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선발진의 부재와 연이은 접전,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 NC 다이노스의 불펜진이 1이닝 넘게 소화하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사령탑은 우려에 대해 적극 항변에 나섰다.
이호준(49) NC 감독은 1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를 앞두고 불펜진의 멀티이닝 소화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경기 전 기준 NC는 105번의 구원 멀티이닝 소화가 기록됐다. 이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수치다. 한동안 롯데 자이언츠가 1위였으나, 경기 수가 더 적은 NC가 후반기 들어 이를 역전했다. 개인 기록으로도 전사민이 15회로 2위, 마무리 류진욱이 14회로 공동 3위다.
특히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3연전이 결정타였다. 당시 NC는 최하위인 키움을 상대로 3경기를 모두 이기기 위해 총력전을 했다. 첫날 선발 목지훈이 ⅔이닝, 다음날 나온 조민석은 1이닝만을 소화하고 내려갔다. 그러면서 뒤이어 올라온 불펜이 고생했는데, 하필 2경기나 연장으로 가면서 소모가 심해졌다.
특히 최근 들어 클로저 류진욱이 1이닝 넘게 소화하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1일 창원 KT전에서 1⅓이닝 세이브를 거둔 걸 시작으로 6경기 연속 멀티이닝을 소화했다. 연투는 한번뿐이었고, 투구 수도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우려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선발진에서 이닝을 소화해주지 못한 부분이 가장 크다. 16일 기준 NC는 로건 앨런과 라일리 톰슨, 신민혁을 제외하면 100이닝을 넘긴 투수가 없다. 이들 세 선수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게 마무리 류진욱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멀티이닝이 우려될 일이 뭐가 있나"라며 항변했다. 그는 "멀티이닝을 한다고 공을 50개씩 던지게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 감독이 되고 나서 멀티이닝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하며 "거기에 대해서 절대 인정 안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결국 위기상황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 감독은 "멀티이닝을 안 쓰고 8회에 위기인데 안 쓰고 두드려맞으면 언제 던지나. 마무리 투수라고 동점돼서 나가서 던지거나 역전당하고 나가서 던지나. 거기에 대해 인정을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데이터팀도 불러서 '멀티이닝이 뭐가 잘못됐습니까.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나'라고 물었더니, '쉬었다 들어가서 던지면 어깨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선발투수는 다 해당되는 것이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도 멀티이닝에 대한 우려를 의식하고 있다. 지난 14일 잠실 두산전에서 5-4로 앞서던 상황, 7회말 2아웃에서 NC는 좌완 김영규를 투입해 제이크 케이브 한 타자를 2구 만에 뜬공 처리했다. 이후 8회에는 김영규 대신 배재환이 올라왔는데, 그만 2실점하며 경기를 뒤집히고 말았다.

이날 경기를 언급한 이 감독은 "그때 멀티이닝에 약간 말렸다. (김)영규도 부상 경력이 있어서, 원래는 계속 나가야 하는데 그때 유독 멀티이닝에 대해 얘기를 하더라"며 한 타자 만에 내린 이유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투구 수 조절해주고 멀티이닝 조절해주면 우리는 어느 이닝에는 한 선수가 다 던지고 이렇게 운영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7회 2아웃에 나가면 하나 잡고 투수 바꿔야 하나. 그러면 엔트리에 투수가 몇 명이 있어야 하냐고 반대로 질문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누가 거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어와도 크게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는 말을 이어갔다.
이 감독도 할 말은 있었다. 그는 "최근에는 타이트한 상황이었다. 초반에는 분명히 멀티이닝을 안 썼다. 그때는 (김)진호나 (배)재환이, (손)주환이, (전)사민이 같은 친구들이 제 몫을 잘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주환이도 빠져있고, 영규도 아직은 관리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진호 하나인데, 5타자씩 상대할 때도 있을 거다"라고 했다.
선수별로 다른 기용법도 있다. 이 감독은 "멀티이닝을 하면 컨트롤이 안 되는 투수가 있다. 배재환이 그렇다"며 "그래서 웬만하면 배재환은 멀티이닝은 안 쓰려고 노력한다. 오히려 결과가 안 좋다"고 말했다.
감독들은 선수 보호와 승리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한다. 당연히 선수를 일부러 혹사시킬 수는 없지만, 보호를 위해 승리를 포기하는 주객전도도 있을 수 없다. 모든 건 결정권자인 감독이 책임을 지게 된다. 1년 차 사령탑인 이호준 감독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