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고 물리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 부산 경기. 게임 막판 터진 홈런 속에 결국 무승부로 마감됐다.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는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연장 11회까지 가고도 8-8 무승부로 끝났다.
8연패 중이던 롯데는 그나마 연패가 길어지는 건 잠시 막을 수 있었다. 시즌 58승 53패 4무(승률 0.523)가 된 롯데는 같은 날 경기를 패한 4위 SSG와 승차를 1경기 차로 벌렸다. 반면 삼성은 9위 두산과 2.5경기 차로 좁혀졌다.
롯데는 지난 7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 이후 8연패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월 9일~17일(8연패) 이후 처음이다.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으면서 투타 불균형이 심해졌다. 3위는 확정이고 2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었지만, 이젠 이 자리도 위태롭기만 했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9연패를 기록한 건 지난 2005년(6월 5일 수원 현대전~6월 14일 마산 두산전)으로, 무려 20년 전 일이었다. 김태형 감독도 지난 2015년 두산에서 첫 지휘봉을 잡은 후 9연패 이상 한 적은 없었다. 1-3으로 지던 롯데는 7회에만 6점을 내며 경기를 뒤집었지만, 8회 만루포를 허용해 동점이 된 후 9회초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9회말 황성빈이 시즌 첫 홈런을 극적인 동점포로 장식하며 롯데는 패배 일보직전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10회와 11회 끝내기 찬스를 살리지 못해 결국 경기를 이기지 못했다.
삼성은 박승규(지명타자)-김성윤(중견수)-구자욱(좌익수)-르윈 디아즈(1루수)-김영웅(3루수)-강민호(포수)-류지혁(2루수)-김헌곤(우익수)-이재현(유격수)이 선발로 출격했다. 전날 경기에서 호수비를 하며 어깨에 불편함을 느낀 박승규가 지명타자로 나왔고, 구자욱이 좌익수 수비를 소화했다.
이에 맞서는 롯데는 한태양(2루수)-고승민(1루수)-손호영(지명타자)-빅터 레이예스(좌익수)-윤동희(우익수)-김민성(3루수)-유강남(포수)-전민재(유격수)-신윤후(중견수)가 스타팅으로 나섰다. 전날과 비교해 라인업에 큰 차이는 없지만, 황성빈 대신 9번 타자 겸 중견수로 신윤후가 나섰다.
위닝시리즈 확보한 삼성, 초반 우위 잡았다... 디아즈 시즌 38호 아치

이미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삼성은 초반부터 득점을 올렸다. 1회초 삼성은 선두타자 박승규가 9구 승부 끝에 중견수 쪽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1사 후 구자욱의 안타까지 나오면서 1, 3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디아즈가 좌익수 뜬공을 때렸는데, 다소 짧은 듯 보였지만 홈 송구가 옆으로 향하면서 박승규가 홈을 밟을 수 있었다.
이후 2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당했던 삼성은 4회 홈런 한방으로 더 도망갔다. 선두타자 구자욱이 우익수 쪽 안타로 살아나간 뒤, 4번 디아즈가 감보아의 5구째 가운데 커브를 공략했다.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며 투런 홈런이 됐다. 시즌 38호 홈런으로, 스코어는 3-0이 됐다.

그 사이 롯데는 삼성 선발 이승현(좌완)에게 꽁꽁 틀어막혔다. 3회까지 10타자가 나왔지만, 전민재의 볼넷을 제외하면 누구도 출루하지 못했다. 4회 1사 후 손호영이 안타로 살아나갔지만, 레이예스의 중견수 직선타 때 귀루하지 못하며 더블아웃으로 기회를 날렸다.
'0:3→7:3' 롯데 순식간에 경기 뒤집었다! 상대 실책 속 7회 6득점 빅이닝
침묵하던 롯데는 6회부터 반격에 나섰다. 첫 타자 신윤후가 투수 옆쪽으로 절묘하게 굴러가는 번트안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이어 도루로 2루까지 간 가운데, 고승민이 몸에 맞는 볼로 살아나갔다. 여기서 손호영이 내야를 빠져나가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터트려 신윤후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7회에는 상대 실책에 힘입어 빅이닝을 만들며 경기를 뒤집었다. 투수가 이호성으로 바뀐 가운데 이닝 첫 타자 유강남이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다음 타자 전민재도 좌익수 옆 2루타를 때려내면서 가볍게 한 점 차를 만들었다. 신윤후가 희생번트로 주자를 3루까지 보내며 롯데는 압박에 나섰고, 한태양이 우전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3-3 동점을 만들었다.
삼성은 다시 한번 좌완 이승민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는데, 롯데도 고승민의 좌전안타로 다시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여기서 손호영이 친 타구를 3루수 김영웅이 잘 잡아 2루로 뿌렸지만 세이프 판정을 받았는데, 이때 2루 주자 한태양을 잡으려던 2루수 양도근의 송구가 3루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악송구가 더그아웃으로 빠지면 볼 데드가 되면서 주자들에게 두 베이스의 안전진루권이 주어진다. 타자 주자 손호영과 1루 주자 고승민이 송구 당시 이미 각 베이스에 들어가있었기에, 손호영은 3루로 진루했고 주자 2명은 모두 홈을 밟았다.
행운의 득점이 나오자 롯데는 흐름을 탔다. 레이예스와 김민성이 고의4구로 나가 만루가 된 가운데, 대타 노진혁이 1루수 옆을 뚫는 2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7회에만 대거 6점을 올린 롯데는 7-3으로 달아나는 데 성공했다.
홈런 '장군멍군', 8회 삼성 김영웅 그랜드슬램→9회 롯데 황성빈 솔로포... 결국 승부 못 가렸다
이대로 끝날 것만 같던 경기는 8회 다시 요동쳤다. 마운드에 올라온 홍민기가 첫 타자 박승규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롯데는 정현수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김성윤이 3루수 뜬공으로 아웃됐지만, 구자욱의 볼넷과 디아즈의 우전 안타로 삼성은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여기서 세이브 상황이 되자 롯데는 김원중을 8회 1사에 넣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앞선 세 타석에서 2개의 삼진을 당했던 김영웅이 삼성의 히어로로 등극했다. 김원중과 풀카운트 끈질긴 승부를 펼친 김영웅은 8구째 포크볼이 스트라이크존 낮게 들어오자 그대로 끌어당겼고, 오른쪽 폴대 안쪽으로 타구가 들어가면서 홈런이 됐다. 그랜드슬램이 되는 순간이었다. 김영웅의 개인 3번째 만루포로 삼성은 7-7 동점을 만들었다.

김원중은 9회에도 올라왔다. 하지만 1사 후 박승규의 타구를 3루수 이호준이 잡지 못하며 주자가 나갔고, 김성윤의 좌익선상 2루타까지 나오자 롯데는 만루 작전을 썼다. 여기서 디아즈가 우익수 앞 안타를 기록하면서 삼성은 8-7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마무리가 무너지면서 그대로 경기를 질 것 같던 롯데는 예상치 못한 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9회말 마운드에는 김태훈이 전 이닝에 이어 올라온 가운데, 대주자로 나왔던 황성빈이 몸쪽 145km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오른쪽으로 날아간 공은 폴대를 때리면서 그대로 홈런이 됐다.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자, 지난해 5월 24일 사직 삼성전 이후 첫 대포였다.

이후 경기는 연장으로 향했다. 10회초를 잘 넘긴 롯데는 10회말 공격에서 첫 타자 정보근이 볼넷 출루한 후 희생번트와 한태양의 볼넷으로 2사 1, 2루가 됐다. 하지만 고승민의 안타성 타구를 중견수 김성윤이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이후 11회초 윤성빈이 내야 플라이와 삼진으로 이닝을 막으며 롯데는 최소 무승부를 확보했다. 이어 11회말 롯데는 1사 후 황성빈이 중전안타로 출루한 후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타 박찬형의 타구가 직선타로 잡힌 후 더블아웃이 되며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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