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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모습 보여줬다" 노장의 극찬, '인내의 451일' 황준서를 바꾼 건 커브였다 [대전 현장]

"완벽한 모습 보여줬다" 노장의 극찬, '인내의 451일' 황준서를 바꾼 건 커브였다 [대전 현장]

발행 :
대전=안호근 기자
한화 황준서가 23일 SSG전 선발승을 거둔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한화 황준서가 23일 SSG전 선발승을 거둔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못하기 시작하면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던 데뷔 시즌 초반. 그러나 황준서(20·한화 이글스)는 이후 긴 부진에 빠졌다. 불안한 마음은 경기력에도 이어졌다. 그리고 451일 만에 그러한 마음의 짐을 털어버렸다.


황준서는 2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6구를 뿌려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지난해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황준서는 데뷔전부터 승리를 챙기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나 시즌 중반 이후 체력 문제를 나타내며 고전했다. 2승 8패 1홀드, 평균자책점(ERA) 5.38.


올 시즌에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황준서는 엄상백의 부진으로 인해 최근 들어 다시 선발로 꾸준히 기회를 얻었으나 지난달 10일 KIA 타이거즈전 6⅓이닝 1실점 호투를 제외하면 3경기 연속 조기 강판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은 완전히 달랐다. 1회 시작이 좋지 않았으나 위기에서 더 빛났다. 선두 타자 박성한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데 이어 안상현에겐 우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모두 몰린 직구가 문제였다.


황준서가 SSG전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황준서가 SSG전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그러나 이후 엄청난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다. 무사 2,3루 위기에 몰린 황준서는 최정에게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더니 기예르모 에레디아는 3구 만에 루킹 삼진, 한유섬까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다.


이후 흠잡을 데 없는 투구를 펼쳤다. 2회와 3회에도 삼진 하나씩을 만들어내며 연속 삼자범퇴로 마쳤고 4회에도 안타 하나만 내줬을 뿐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5회에도 탈삼진 하나를 더해 가볍게 이닝을 마쳤다. 5회까지 투구수는 단 73구에 불과했고 탈삼진은 6개에 달했다.


이날 최고 시속 147㎞, 평균 144㎞를 기록한 직구는 35구를 던졌고 포크볼(평균 125㎞)를 29구, 커브(112㎞) 19구, 슬라이더(평균 127㎞) 3구를 섞었다. 주무기이니 직구와 포크볼보다도 이날 눈에 띈 건 커브였다. 탈삼진 6개를 커브와 포크볼로 3개씩 잡아냈다.


승리 요건을 안고 7회부터 박상원에게 공을 넘긴 황준서는 올 시즌 2번째, 통산 3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더불어 지난 6월 15일 LG 트윈스전 이후 2개월 만에 시즌 2번째 승리(6패)를 챙겼다. 선발승은 지난해 5월 29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1년 2개월여, 정확히는 451일 만에 챙겼다. 통산 3번째 선발승이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팀 연패로 모두가 맘고생이 많았을 것"이라며 "황준서 선수가 6이닝 동안 선발 투수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연패를 끊어낼 수 있었다"고 콕집어 황준서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스스로에게 간절했던 승리다. 황준서는 "이렇게 (팀) 연패가 길어질 줄은 몰랐다. 오늘 상대 2 선발을 이길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전했다.


무려 451일 만의 선발승. 황준서에겐 매우 간절한 승리였지만 이러한 마음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선발승이 없다는 걸 1년 되던 때 알게 됐는데 그때부터 못하기 시작하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열심히 던지다 보니까 어느 순간 승리 투수가 돼 있더라"고 웃었다.


힘차게 투구하는 황준서.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힘차게 투구하는 황준서.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이날은 창단 첫 100만 관중을 돌파하고 손아섭이 KBO 최초 2600안타를 달성한 날이었다. 더불어 전날은 황준서의 생일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경사가 겹쳤다. 승리 후 팬들과 인사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황준서는 팬들로부터 생일 축하 노래를 선물 받았다. 22일이 황준서의 생일이었기 때문. 황준서는 "오늘 선발이어서 어제 제대로 생일을 못 챙겼는데 승리해서 기분 좋은 생일 선물이 됐다"며 "문자로서 메시지가 많이 왔고 팬분들이 커피차도 보내주셨고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근 다시 선발로 기회를 얻었으나 3경기 연속 조기 강판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황준서는 위축되지 않았다. "맞아서 점수를 많이 줬는데 그렇기에 오히려 더 실망감이 크지 않았다. 더 잘 준비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이날 무사사구 피칭으로 SSG 타선을 완벽히 봉쇄해내며 값진 승리를 낚았다.


해법은 커브에 있었다. 황준서는 "경기 시작 전부터 (이)재원 선배님, 전력 분석 스태프들하고 커브를 많이 섞어보자고 했고 작년에 던진 커브를 많이 보여주셨다. 그걸 보고 자신감을 얻어 많이 던졌다"며 "모든 선배님들이 투피치로 많이 던졌는데 이렇게 하면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해주셨다. 오늘부터 커브를 많이 섞어가면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체력적인 부침을 겪으며 시즌 중반 이후 급격한 하락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작년처럼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고 중간부터 시작해 힘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겨울에도 많이 먹고 지금도 경기하기 전에 많이 먹는다. 힘이 떨어지는 것 같진 않다"고 자신했다.


최근 연패가 길어지며 선두 LG와 격차가 벌어졌지만 여전히 정규리그 우승만을 생각하고 있다. 황준서는 "한국시리즈에서 잘 던지려는 생각은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며 "일단은 시즌 중에 1위를 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준서(오른쪽)가 팀 승리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황준서(오른쪽)가 팀 승리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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