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농익은 실력을 발휘하는 주인공이 있다. 마치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한국 역대 최고의 안방마님. 바로 양의지(38)다.
양의지는 4일 창원 NC 파크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4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장, 5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양의지의 맹활약 속에 두산은 12-3 대승을 거뒀다.
사이클링 히트(히트 포 더 사이클)라는 진기록을 세울 뻔했다. 시작은 2루타였다. 양의지는 2회초 선두타자로 등장,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쳐냈다. 하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엔 실패했다.
3회에는 단타를 치며 단 두 타석 만에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1사 1루 기회. 양의지는 이번에도 NC 선발 김녹원을 상대로 우중간 안타를 쳐냈다. 다만 이번에도 후속 타선이 침묵하면서 홈을 밟진 못했다.
세 번째 타석은 홈런이었다. 6회 선두타자로 세 번째 타석을 밟은 양의지. 그리고 0-2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김녹원의 4구째 몸쪽 낮은 커브를 공략,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작렬시켰다.
양의지의 올 시즌 20번째 홈런이었다. 지난달 8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18경기 만에 나온 홈런. 이 홈런으로 양의지는 2022시즌(20홈런)에 이어 3시즌 만에 재차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2023시즌과 2024시즌에는 각각 17홈런을 기록한 양의지다. 아울러 이날 홈런포로 양의지는 올 시즌 KBO 역대 11번째 전 구단 상대 홈런 기록을 썼다.
'2루타-단타-홈런'을 차례로 기록한 양의지. 이제 3루타 하나만 추가하면 사이클링 히트 진기록을 완성하는 순간. 7회 그 기회가 찾아왔다. 2사 1, 3루 상황. 양의지가 볼카운트 2-2에서 배재환의 5구째 포크볼을 공략했으나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더 이상 타격 기회가 없는 줄 알았지만, 황금 같은 기회가 다시 한번 찾아왔다. 8회말 2사 1, 2루 기회. NC 투수는 최우석. 초구 볼을 골라낸 양의지. 그리고 2구째를 공략해 좌중간을 완벽하게 가르는 타구를 날렸다. 2루 주자는 편안하게 홈인. 1루 주자 케이브까지 홈으로 질주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양의지도 3루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2명의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면서 11-3이 되는 상황. 사실상 승기를 굳히는 가운데, 누가 봐도 다분히 사이클링 히트를 노려본 3루 질주였다. 하지만 무모했다. 홈으로 향한 송구가 다시 3루로 이어졌다. 결과는 너무나도 여유 있는 아웃이었다.
그라운드를 벗어난 양의지는 헬멧을 벗은 뒤 더그아웃 난간에 잠시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만약 팀이 치열한 접전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양의지는 2루에 멈춘 채 득점을 도모했을 것이다. 하지만 3루타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인 진기록을 위해 폭풍 질주를 펼친 그의 모습에 팬들은 절로 폭소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무모하지만 유쾌한 도전은 그렇게 끝났다.
양의지는 최근 스타뉴스가 창간 21주년을 맞아 실시한 '21세기 KBO리그 베스트 12' 설문 조사에서 포수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역 선수 30명 중 20명(67%)의 선택을 받았으며, 팬 투표에서는 52%를 획득, 환산 총점 62.5점으로 강민호(34.8점)를 제쳤다.
올 시즌 양의지는 121경기에 출장, 타율 0.333(430타수 143안타) 20홈런 2루타 25개, 3루타 1개, 86타점 54득점, 3도루(2실패) 49볼넷 7몸에 맞는 볼 60삼진 장타율 0.535, 출루율 0.404, OPS(출루율+장타율) 0.939, 득점권 타율 0.363)의 빼어난 성적을 마크하고 있다. 나이를 잊은 그의 활약에 야구팬들은 뜨거운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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