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장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가 뒤바뀐 순번에도 굴하지 않고 눈부신 투구를 펼쳤으나 팀은 연패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다저스는 6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서 1-2로 졌다.
'어차피 우승은 다저스'라는 평가를 자아냈던 디펜딩 챔피언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4연패에 빠졌다. 천만다행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5연패로 격차가 2경기로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다저스의 시즌 막판 행보는 매우 불안하다. 팀은 최근 7경기에서 1승 6패로 허덕이고 있는데 타선은 그 중 5경기에서 3점 이하 빈타에 빠졌다.
이날은 '유리몸' 타일러 글래스나우의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당초 이날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었으나 허리 근육의 뻐근함을 느껴 갑작스레 오타니가 대체 선발로 나서게 됐다.
오타니는 다저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부상 이후 회복해 이닝을 늘려간 오타니는 지난 3경기에서 10실점하며 흔들렸다. 마지막 경기에선 5이닝 1실점하며 승리를 챙겼으나 여전히 오타니에게 기대하는 것엔 미치지 못한 수준이었다.

이날 투구의 내용은 완벽했다. 3⅔이닝 동안 70구를 던졌고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기록했다. 속구 최고 시속이 무려 101.5마일(163.3㎞)에 달했고 160㎞ 이상 광속구도 11구나 뿌렸다. 이는 오타니의 커리어 최다 기록이다.
엄청난 위력의 공에 볼티모어 타자들도 꼼짝 못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토니 만솔리니 감독 대행은 "오타니가 복귀 후 던지는 걸 자세히 보지 못했다"며 "토미존 수술 직후라 구속이 떨어졌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공이 너무 지저분했다(좋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아쉬운 건 이닝 하나 뿐이었다. 이마저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판단으로 인한 것이지 불안했던 과정은 없었다. 4회에는 라이언 마운트캐슬에게 2루타를 맞고 폭투까지 범해 3루에 주자를 내보냈지만 콜튼 카우저와 엠마누엘 리베라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이후 좌완 불펜 앤서니 반다에게 공을 넘기고 물러났다. 땅볼 타구를 유도해내며 오타니는 무실점으로 투구를 마칠 수 있었다.
로버츠 감독은 "4회까지도 이미 많은 스트레스와 고구속 투구가 있었다"며 "그를 더 밀어붙여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왼손 타자들을 상대할 힘이 있는 투수를 투입했다"고 이른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오타니가 불안해서라기보다는 배려에 가까웠다. 당초 4일 등판 예정이었으나 감기로 인해 미뤄졌고 오는 8일 등판을 준비하고 있던 가운데 이날 갑자기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충분한 루틴을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연이은 일정 조정으로 인해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을 수도 있었으나 오타니는 흔들림이 없었다. MLB닷컴에 따르면 오타니는 경기 개시 3시간을 앞두고 선발 등판이 결정됐다.

오타니는 "경기를 앞두고는 몸 상태가 정말 좋았다"며 깜짝 등판에도 문제가 없었음을 밝혔다. 이어 타선에도 힘을 보탰다. "우리 모두 타격에서 더 나아지려고 개별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조급해지고 스스로 압박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호투로 오타니는 1승 1패를 기록했고 ERA는 4.18에서 3.75로 낮췄다. 투수에 집중한 탓인지 타석에선 3타수 무안타 1삼진 1볼넷에 그쳤다. 오타니가 물러난 뒤 잘 버티던 불펜은 9회말 신인 사무엘 바살로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다.
오타니가 잘 던지긴 했으나 글래스나우가 갑자기 결장하게 된 영향은 존재했다. 지난주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시즌 최다 7이닝을 소화한 글래스나우는 허리에 나타난 뻐근함이 쉽게 가시지 않아 결국 등판이 무산됐다. 로버츠 감독은 "며칠 뒤로 미루는 것이 목표이며 다음주 초에는 등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아쉬웠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5년 1억 3650만 달러(1896억원)에 다저스와 계약한 글래스나우는 올 시즌 14차례 선발 등판해 1승 3패에 머물고 있다. '유리몸' 글래스나우는 지난 7월 10일 오른쪽 어깨 염증에서 복귀해 반등세를 그렸지만 다시 한 번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건너뛰며 한숨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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