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한국배구연맹(KOVO) 행정력이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의 규정을 간과한 채 새 시즌 정규리그 개막 일정을 편성하고, 컵대회 개최까지 강행하려다 결국 개막일이 연기되고 컵대회는 취소까지 됐기 때문이다. 안이한 행정 속 그 피해는 고스란히 팬들과 구단 등의 몫이 됐다.
KOVO는 13일 자정이 조금 늦은 시각 전남 여수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컵대회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 대회 남자부 경기를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FIVB로부터 대회 승인을 받지 못한 KOVO는 자체적으로 이날 자정을 최종 기한으로 정하고 FIVB 승인을 기다렸으나, 끝내 회신을 받지 못해 결국 사상 초유의 대회 취소 결정을 내렸다. 심지어 이날 남자부 대회는 첫 경기인 현대캐피탈-OK저축은행전은 이미 치른 뒤였다.
KOVO컵 대회가 지난 1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한 국가대표팀 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 일정과 겹친다는 게 FIVB의 대회 개최 불승인 이유였다. FIVB 공개한 2025년 캘린더에 따르면 9월 12일부터 28일까지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KOVO 컵대회 남자부는 13일 개막해 20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KOVO는 이번 대회를 '이벤트성 대회'로써 FIVB의 대회 개최 승인을 요청했다. FIVB는 그러나 KOVO컵 대회를 정식 대회로 판단했다. KOVO는 컵대회 개최 관련 승인을 거듭 요청했으나 끝내 FIVB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했다. 결국 KOVO는 대회 첫 경기까지 치른 뒤, 그날 자정을 넘긴 시점 대회 전면 취소를 결정했다. 구단들은 물론 팬들도 이미 여수로 향한 뒤였다.
KOVO 측은 "FIVB과 남자부 컵대회 개최 승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왔지만, 개최에 대한 최종 답변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컵대회 남자부를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FIVB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번 대회에 관심을 가져주신 배구팬 및 여수시민, 구단 관계자, 선수단, 여수시, 스폰서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새 시즌을 앞둔 KOVO의 행정 촌극이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초 남자부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던 남자부 7개 구단은 아시아 쿼터를 포함한 외국인 선수의 컵대회 '출전 불가' 방침을 개막 전날인 지난 12일 늦은 오후에야 사실상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KOVO 측은 외국인 선수들의 컵대회 출전을 구단 자율로 맡겼고, 이후 각 구단이나 선수 측의 거듭된 문의에도 '출전이 가능하다'고 회신하다 결국 대회 전날에야 출전 불가를 통보했다.
이 역시 FIVB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세계선수권대회 일정으로 인해 V리그 외국인 선수들이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받지 못한 상황이라, 만약 이런 가운데 외국인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징계가 불가피했다. 실제 FIVB는 외국인 선수들의 대회 출전 불가를 권고하고, 그럼에도 출전 강행 시 ITC를 발급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초 KOVO의 방침대로 외국인 선수들의 컵대회 활용 등을 고민하던 각 팀들은 대회 개막 전날 받은 일방적인 통보 탓에 상황이 꼬였다. 결과적으로 남자부 대회 자체가 취소되는 촌극으로 이어졌다.
당초 10월 1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배구 V리그 개막전 현대캐피탈-대한항공전 일정 역시도 내년 3월 19일로 미뤄진 상태다. FIVB는 이미 세계선수권대회 일정을 고려해 2025년 클럽 시즌을 10월 20일부터로 규정해 둔 상태였는데, KOVO는 이보다 더 앞선 18일에 V리그 남자부 개막전 일정을 잡았다가 뒤늦게 조정했다. FIVB가 이같은 일정 등이 담긴 주차별 2025-2028시즌 캘린더를 처음 공개한 건 지난 2023년 12월이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