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KT 위즈가 더블헤더 후 우천 취소로 하루를 쉬게 됐는데 마냥 웃지 못했다. 어차피 다음날 천적 코디 폰세(31·한화 이글스)를 상대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여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T와 한화의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맞대결이 우천 취소됐음을 알렸다. 일주일에 한 팀이 더블헤더를 두 번 치르지 않는 KBO 규정에 따라, 이 경기는 우천 취소가 됐음에도 추후 편성된다.
양 팀 모두 전날(18일) 많은 체력을 소모했기에 우천 취소로 인한 휴식이 반갑다. 한화는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와 3연전을 치르고 이날 올라왔고, KT는 전날 LG와 더블헤더를 치러 휴식이 필요했다. 그중에서도 KT는 더블헤더 2경기 합쳐 10명의 투수를 소모했고, 4연승의 한화와 달리 4연패에 빠져 있어 더욱 이번 휴식을 재정비의 시간으로 반길 만했다.
하지만 크게 반기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경기 전 KT 이강철 감독은 "솔직히 모르겠다. 이겨야 도움이 된다고 말할 텐데..."라며 "어차피 내일(20일) 폰세를 만난다"고 속내를 밝혔다.
올해 KBO에 처음 등장한 폰세는 27경기 17승 무패 평균자책점 1.70, 169⅔이닝 236탈삼진을 기록하며 리그 에이스로 군림했다. 18일 경기 종료 시점 다승(17승), 평균자책점(1.70), 탈삼진(236개), 승률(100%)로 투수 4관왕이 유력한 MVP 후보다.
앞으로 최대 2경기 등판이 남았는데, 지금의 1위 기록을 끝까지 지킨다면, KBO 최초 외국인 투수 4관왕에 오른다. 프로야구 44년 역사상 투수 4관왕은 1989년~1991년 해태 당시 선동열, 1996년 당시 한화 구대성, 2011년 당시 KIA 윤석민뿐으로, 외국인 투수는 없었다.

특히 KT와 SSG에는 악몽으로 자리매김했다. KT에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93, 29이닝 33탈삼진, SSG에 4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31로 매우 강했다.
후반기 들어 힘이 빠졌다거나 흔들린다는 평가가 있었음에도 KT에는 여전히 공포였다. 7월 18일 수원 KT전 6이닝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8월 6일 대전 KT전 5이닝 1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기어코 승리 투수까지 챙겼다.
더 암담한 건 폰세가 쉴수록 더 힘을 내는 유형의 투수라는 점이다. 폰세는 5일 간격(4일 휴식 후 등판)으로 등판했을 때 3경기 평균자책점 3.71, 6일 간격일 때 15경기 평균자책점 2.06, 7일 간격일 때 8경기 평균자책점 0.17로 많은 휴식일이 주어진 뒤 더욱 강력한 공을 던졌다.
바로 직전 경기가 대표적인 예다. 폰세는 9월 13일 대전 키움전에서 9일 휴식 후 등판해 6이닝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시즌 17승째를 챙겼다. 그로부터 20일 수원 KT전이 딱 7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다.
그렇다 보니 사령탑 입장에서도 못 치는 타자들을 탓하지도 못한다. 이강철 감독은 "전에 헥터도 (우리한테) 잘 던졌는데, 그 헥터도 5회 이후 맞아 나가는 게 있다. (헥터랑) 다른지는 모르겠는데 폰세가 우리에게 너무 잘 던진다"면서 "이제 '진짜 쳐야 하지 않냐'는 말을 못 하겠다. 나도 선수들에게 뭐라 말해주고 싶은데 솔직히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든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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