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김경문(67) 감독이 '코리안 린스컴' 윤산흠(26)의 자신감 있는 피칭에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19일 수원 KT 위즈전이 우천 취소된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마운드 위에서 윤산흠의 모습이 더 좋았다"고 칭찬했다.
전날(18일) 한화의 4-3 역전승의 발판이 된 윤산흠의 피칭을 두고 한 말이다. 윤산흠은 18일 광주 KIA전에서 코디 폰세의 자리에 대신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피안타와 볼넷 없이 사구 하나만 허용한 채 3탈삼진 무실점 노히트를 기록했다.
상대 선발이 KIA 10승 투수 애덤 올러였음에도 밀리지 않는 피칭이었다. 덕분에 4연승을 달린 한화는 80승 3무 53패로 3위 SSG 랜더스와 승차를 10.5경기로 벌리면서 잔여 경기(8게임) 결과와 상관없이 리그 2위를 확보했다. 한화가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한 건 3위였던 2007년 이후 18년 만이다.
평소에도 잘한 선수들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 '달감독'이지만, 이날의 칭찬은 조금 더 특별했다.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시즌 엔트리를 곧 정해야 하는데, 사실 몇 명은 고민이다. 그런데 윤산흠이 이 정도 피칭을 보여준다면 다른 선수들에게도 조금 더 자극될 것 같다. 팀에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좋은 피칭이었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결과보다 그 과정에 주목했다. 전날 윤산흠은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KIA 타자들의 범타를 끌어냈는데, 총 투구 수 35개 중 22개가 직구일 정도로 자신감 있는 피칭이 돋보였다. 김경문 감독은 "너무 (안타를) 안 맞으려다 볼만 던지고 주자를 까는 투수도 있는데, 그런 건 좋지 않다. 하지만 어제 윤산흠은 자신의 공을 믿고 좋은 피칭을 해줬다. 그 부분을 굉장히 기분 좋게 봤다"고 미소 지었다.

윤산흠은 광주화정초-진흥중-영선고 졸업 후 독립리그 야구단 '파주 챌린저스'를 거쳐 2019년 두산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두산에서 2년간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다시 독립 리그 야구단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에서 프로 무대를 꿈꿨다.
2021년 6월 한화를 통해 다시 프로의 기회를 얻은 그는 바로 첫해 1군 데뷔를 해냈다. 2022년에는 37경기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2.67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시행착오를 겪었고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통해 병역의 의무를 다한 뒤 올해 6월 한화로 복귀했다.
전반기 막판 1군에서 말소된 뒤, 재정비의 시간을 거쳐 8월 21일 돌아왔는데 그때부터 성적이 8경기 평균자책점 0.68로 언터쳐블 수준이다. 우천 취소 후 취재진과 만난 윤산흠은 그 이유로 "상무에서 슬라이더를 장착한 게 제일 컸다. 상무 박치왕 감독님이 알려주셨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안정된 제구였다. 입대 전까지 윤산흠의 9이닝당 볼넷은 8.62개로 크게 좋지 않았다. 윤산흠의 트레이드 마크인 역동적인 투구폼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윤산흠은 한화에 입단했을 당시, 미국 메이저리그 2회 연속 사이영상 수상자 팀 린스컴(41)을 연상시키는 투구폼으로 유명세를 탔다.

누워서 몸을 쥐어짜듯 던지는 투구폼은 최고 시속 154㎞의 빠른 구속과 볼거리를 제공했으나, 불안정한 제구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상무에서 투구폼을 조금씩 세우려 노력했고 차츰 바뀐 투구폼에 적응하면서 제구와 구속이 모두 향상되는 효과를 봤다. 그 결과, 올해 8월 1군 재콜업 후에는 9이닝당 볼넷이 2.7개로 크게 안정됐다.
양상문 한화 1군 투수코치와 2군 코칭스태프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윤산흠은 "2군에서 이대진 감독님, 박정진, 정우람 코치님이 밸런스를 잡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또 8월에 다시 1군으로 올라왔을 때 양상문 투수코치님이 공을 오래 붙잡겠다는 생각으로 던지라고 하셨다. 내가 공이 자꾸 뜨니까 말씀해주셨는데 덕분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도 김호령 선수를 맞힌 것이 슬라이더가 빠진 것이었는데, 이젠 그런 공들이 안 나와야 한다고 하셨다. 주자가 나갔을 때 급해지는 부분도 조금 더 연습해서 보완하자고 말씀해 주셨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기존의 직구와 커브에 슬라이더까지 장착하면서 윤산흠은 선발 투수로 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아직 1군 풀타임도 뛰어보지 않은 만큼 서두르지 않았다. 윤산흠은 "직구는 정말 자신 있다. 수직 무브먼트 수치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자부심이 있다. 또 슬라이더와 커브를 둘 다 잘 던지기 어렵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커브를 주 무기로 계속 가져가고 슬라이더는 3번째 구종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준비하겠지만, 선발 쪽은 아직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주어진 상황과 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지금도 팀에 보탬이 돼서 정말 기쁘고, 앞으로도 어떤 상황이든 나가서 던지려 한다. 팀이 최대한 많이 이기는 것이 내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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