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LG 트윈스의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되는 모양새다. 메이저리그(ML) 경험조차 없는 KBO 초짜 앤더스 톨허스트(26)가 바람대로 우승 청부사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톨허스트는 지난 2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LG의 9-2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는 LG 염경엽 감독조차 그 전날(27일) 전전긍긍할 정도로 많은 것이 달린 게임이었다. 2위 한화와 3.5경기 차로 시작한 26일 시리즈 첫 경기에서 노시환의 주루에 LG가 1-4로 역전패했기 때문. 더욱이 당초 28일 한화 선발이 '17승 투수' 코디 폰세로 예고됐었기에 27일 경기를 잡지 못했다면, 3연패로 0.5경기 차 불안한 리드에서 2경기를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1회 6득점 빅이닝과 톨허스트의 안정적인 투구가 사령탑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이날 톨허스트는 최고 시속 155㎞의 직구(43구)와 함께 커터(29구), 포크(20구), 커브(7구) 등 총 99구를 고루 섞어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특히 커브의 비율을 극도로 줄이고(구사율 7.1%) 포크의 비중을 늘린 것(19.2%)이 효과적이었다. KBO 데뷔 후 가장 좋지 않았던 직전 경기의 단점이 보완된 모습. 지난 20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톨허스트는 많이 구사한 커브(16.9%)가 안타로 많이 연결되면서 3이닝 6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보였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28일 우천 취소 전 "삼성전에서는 2스트라이크 이후에 커브를 낮게 던져야 하는데 스트라이크 존에 넣으면서 안타를 맞았다. 전체 안타의 70% 정도가 투나씽(0B2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진 커브에서 나왔다. 그에 대한 분석을 톨허스트와 포수 박동원에게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제(27일)는 (삼성전과) 볼 배합이 바뀌었다. 커브 비율을 많이 줄이고 포크 비율을 높였다. 물론 김태연에게 1B2S에서 커브를 원바운드로 던져야 했는데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갔다. 다행히 운 좋게 3루 땅볼이 됐지만, 그런 공을 안 던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2025년 KBO 리그 정규시즌 우승 경쟁에 '장군(장기에서 상대편 왕을 잡기 위해 직접 공격하기 전 부르는 말)'을 날린 승리였다. 이 승리로 LG는 2위 한화에 3.5경기 차로 앞서면서 남은 3경기에서 무승부 하나만 추가해도 1위를 확정하는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톨허스트는 지난 8월 3일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30)의 대체 외인으로 영입됐다. 연봉 27만 달러, 이적료 10만 달러를 합쳐 총 37만 달러(약 5억 원)를 들인 도박수였다. 에르난데스가 14경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4.23으로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가을야구에서 괴물 같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에르난데스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6경기 11이닝 무실점 피칭으로 '엘동원(LG+최동원)'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또 메이저리그 통산 99경기 등판 경력의 에르난데스와 달리 톨허스트는 올해 막 트리플A에 입성한 프로 4년 차 투수여서, 기대보단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톨허스트는 강력한 직구 구위와 안정적인 제구로 빠르게 KBO 리그에 적응해 나갔다. 한화 김경문 감독도 패배 후 "타자들이 일단 영상이랑 직접 타석에 서는 거랑 다른데 봤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두면서 "변화구보다 직구가 굉장히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칭찬했다.
여기에 빠른 조정을 통해 매 경기 발전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이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요니 치리노스(30)에게도 보이는 장점이다. 염 감독은 "톨허스트에게 볼 카운트에 따라 구종을 다르게 쓰길 요구했다. 또 (스트라이크 존) 좌우가 아니라 위아래를 쓰라고 했다. 좌우를 쓰면 공격적인 투구가 어렵다. 아직 좌우 존을 쓸 수 있는 투수는 우리 팀에 없다. 류현진 정도는 돼야 좌우 존을 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위아래 존을 쓰면서 공격적인 피칭을 하길 바랐는데 치리노스도 톨허스트도 포크가 제구가 낮게 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 투수들이 가진 구종의 장점이 그런 것이다. 하이 패스트볼과 포크를 결정구로 많이 쓰고 잘 들어간다면 어느 팀이든 치기 쉽지 않다. 치리노스에게도 5회, 70구를 넘기는 순간 모든 구종을 낮게 던지게 한다. 그게 7회까지 치리노스를 끌고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짚었다.

톨허스트가 한화전 승리를 거두면서 LG는 챙길 수 있는 모든 걸 얻었다. 매직넘버를 1로 줄이는 동시에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다. 막강한 선발진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확률이 있는 한화를 상대로 선발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26일에는 한화 류현진이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자, LG 요니 치리노스가 6⅓이닝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맞불을 놨다. 27일에는 톨허스트가 ⅔이닝 6실점의 문동주에 우위를 점했다. 어떻게 보면 가을야구를 앞두고 얻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염 감독은 "이번 시리즈에서 선발 싸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2023년과 (로스터) 장단점을 비교했을 때 중간이 약한 편이다. 선발이 무너지면 포스트시즌이든 한국시리즈든 성적을 낼 수 없다고 봤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3연전 선발 싸움이 포스트시즌에 영향을 미칠 거라 봤는데, 선수들이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내 바람대로 치리노스, 톨허스트가 한화 타선을 6회까지 완벽하게 봉쇄했다. 가을야구에 가도 선발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기들이었다. 불안함보다는 긍정적인 요소를 가지고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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