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펜딩 챔피언 LA 다저스가 치른 가을야구 3경기에서 벤치만 지켰지만 믿음은 여전했다. 데이브 로버츠(53) 다저스 감독이 김혜성(26)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보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팀 다저스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신시내티 레즈에 2연승을 거뒀고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서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승리를 거뒀다.
잘 나가는 팀과 달리 김혜성은 웃지 못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엔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3+2년 최대 2200만 달러(311억원)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김혜성은 우려와 달리 맹활약했다. 5월 콜업돼 71경기에 나섰고 타율 0.280(161타수 45안타) 3홈런 17타점 19득점, 13도루(1실패) 출루율 0.314, 장타율 0.385, OPS(출루율+장타율) 0.699를 기록했다.
좌투수 상대 타율이 0.381(21타수 8안타)로 뛰어남에도 대부분 우투수를 상대로만 기회를 얻었고 부상을 겪은 뒤인 시즌 막판엔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가을야구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이상할 게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혜성은 엔트리에 승선했다. 물론 그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출전 경기수 대비 가장 압도적인 도루 능력을 뽐냈고 내야는 물론이고 외야까지도 수준급으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은 김혜성의 가치를 빛내주는 면이다.
NLDS 1차전에서도 김혜성은 출전하지 못했으나 다저스는 5-3으로 승리하며 기분 좋게 시리즈를 시작했다.
다저스의 기분 좋은 행보는 김혜성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저스 소식을 주로 다루는 다저스네이션은 5일 다저스의 NLDS 1차전 소식을 전하며 "다저스는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 맹활약했지만 김혜성은 경기장 내 축하 행사에 불참했다"며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NLDS 1차전에서 승리한 후에도 김혜성은 여전히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다저스에 김혜성은 여전히 존재 가치가 큰 선수다. 주축 선수들의 몸 상태 변수도 있다. 로버츠 감독은 "윌 스미스의 상태 때문에 포스트시즌 로스터에는 포수 세 명을 포함시켜야 했다"며 "그리고 토미 에드먼의 몸 상태가 불확실하고 맥스 먼시도 최근에 복귀했기 때문에 내야수 한 명을 더 보유하는 것이 중요했다. 김혜성은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 김혜성이 선발로 경기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유격수 자리엔 최우수선수(MVP) 출신 무키 베츠가 있고 2루수로는 토미 에드먼이 나서고 있다. 중견수에도 폭발력을 보여준 앤디 파헤스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의 몸 상태가 온전치 않다는 게 변수다. 에드먼은 NLDS 1차전에선 선발 출전했지만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선 1차전 도중 발목 통증으로 교체된 뒤 2차전엔 나서지 못하기도 했다. 먼시 또한 돌아온지 오래지 않아 컨디션 회복에 대한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게다가 한 점이 소중한 상황에서 대주자나 번트 등 작전이 필요할 때 김혜성은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자원이다. 대수비 또한 마찬가지.
로버츠 감독은 "그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벤치에서 대주자로 쓰거나 대타로 기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필리스 라인업엔 좌투수가 많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도 활용 가치가 있다. 김혜성이 로스터에 있다는 건 큰 힘이고 저는 그가 언젠가는 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다저스네이션도 "이러한 전략은 2차전과 3차전 선발 투수 모두 좌완 투수인 필리스를 상대로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즌 내내 좌투수를 상대로 김혜성을 지극히 제한적으로 활용했던 로버츠 감독이기에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지만 김혜성의 좌투수 상대 타율을 고려하면 가을야구에서는 데이터를 더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기는 발언이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팀이다. NLDS와 NL 챔피언십시리즈(CS)를 거쳐 월드시리즈까지 최소 10경기를 더 치러야만 우승이 가능하다. 많게는 18경기까지 소화할 수도 있다. 머지않아 김혜성도 기회의 순간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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