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절된 손으로 타석에 나와 홈런까지 쳐내는 투혼으로 사령탑마저 울렸다. '국가대표 포수' 김형준(26·NC 다이노스)이 아쉬운 마음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김형준은 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와일드카드 2차전 후 "내가 없어도 올라가길 바랐다"며 "다들 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NC는 이날 열린 2차전에서 0-3으로 패배했다. 정규시즌 4위 팀이 1승 어드밴티지를 얻고 가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 NC는 1차전을 4-1로 승리하며 업셋에 도전했으나,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특히 김형준의 공백이 뼈아팠다. 그는 전날 열린 1차전에서 5회초 1점 홈런을 터트리며 스코어 3-0을 만들었다. 그런데 5회말 이닝이 들어가기 직전 갑자기 대수비 김정호로 교체돼 그라운드에서 나왔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타격 후 왼쪽 손목 통증 발생해 교체됐다"고 밝혔다. 명절이라 병원에 전문의가 없어서 소염진통제 처방만 받고, 7일 다시 검진을 받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왼손 유구골(손바닥) 골절'이었다. 이호준 NC 감독은 이 소식을 전하며 "우려했던 대로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홈런 전에 이미 통증이 왔는데, 그 손으로 어떻게 홈런을 쳤나 싶다"고 말했다. 결국 올해 정규시즌 8경기에 나선 김정호가 2차전을 홀로 책임졌다.

경기 종료 후 만난 김형준은 "아쉽다. 여기까지 왔는데 더 올라가면 좋았을 것이다"라면서도 "상대(삼성)가 오늘 잘했다. 종이 한 장 차이였던 것 같다. 오늘 삼성이 더 컨디션이 좋았다고 생각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선발 로건 앨런이 볼넷 4개를 내준 1회가 아쉬웠다면서도 "(김)정호 형도 그렇고 다들 잘했다"고 이야기했다.
골절 상황에 대해 언급한 김형준은 "손목이 아픈 지 한 달 됐다. (1차전) 홈런 친 타석에서 초구 파울 쳤을 때 거기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차전 출전은 진작에 어려웠지만, 골절만 아니었어도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할 수도 있었다. 그는 "오늘(2차전) 이기고 검진에서 별 이상 없었으면 준비했을 텐데, 골절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응원을 좀 더 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통증은 있지만, 깁스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NC는 김형준을 비롯해 류진욱, 최정원, 박민우, 박건우 등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열심히 하라는 말을 못하겠다. 짠하다. 감독으로서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형준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고 마음이 안 좋았다. 골절됐는데도 나와서 홈런을 쳤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김형준은 "프로야구 선수라면 진짜 못 나갈 정도가 아니라면 다들 나가서 하고 싶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여기까지 왔는데, 다들 조금씩 참고 할 수 있을 정도라서 다들 끝까지 플레이해줬던 것 같다"며 "저희 팀 좀 멋있었다"고 미소지었다.

비록 NC의 여정은 여기까지였지만, 많은 수확을 올린 시즌이었다. 9월 초 8위에서 시작한 NC는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 3.5%(9월 20일, KBO PS Odds 기준)를 이겨내고 9연승으로 시즌을 마감, 막차로 5위에 탑승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이 경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김형준은 "중요한 경기에서 뭐가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보면서 느꼈을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각자 자리에서 부족한 게 무엇인지 다 알았을 거고, 느껴서 알아서 잘하지 않을까 싶다"며 "짧지만 2경기 안에서 많이 배웠을 것이다. 내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형준은 한 시즌 동안 응원해준 팬들에게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항상 응원 많이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며 "팬들 덕에 행복했고, 그래도 가을야구에 가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또한 "끝까지 즐겁게 야구를 봐주셨을 거라고 믿는다. 정말 감사하고 내년에도 잘 준비해서 좀 더 높게 올라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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