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호의 10월 브라질·파라과이와의 A매치 친선경기 2연전은 비단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대비해 전술과 선수들을 실험하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오는 12월 예정된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 유리한 포트 배정을 위해서는 FIFA 랭킹 관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은 48개국을 12개국씩 4개 포트로 나눈 뒤, 추첨을 통해 각 포트별로 한 팀씩 같은 조에 속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는 개최국 자격으로 1번 포트로, 유럽축구연맹(UEFA) 플레이오프(PO)와 대륙간 PO를 거쳐 본선에 진출하는 팀은 4번 포트로 각각 향한다. 나머지 팀들은 모두 FIFA 랭킹이 기준으로 줄을 세운 뒤 포트를 나눈다.
한국은 9월 발표된 FIFA 랭킹에서 1593.19점으로 전체 23위다. 현재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됐거나 유력한 팀들을 대상으로 구분해도 23번째다. 2번 포트에서는 뒤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위치다. 전체 24위 에콰도르는 1588.04점으로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고, 25위 호주 역시 1583.49점으로 한국이 안심할 수 없는 격차가 아니다.
본선 조 추첨에 활용될 포트 배정 기준이 10월 FIFA 랭킹이 될지, 11월 FIFA 랭킹이 될지는 미정이다. 만약 11월 FIFA 랭킹이 기준이 된다면 한국은 이달 브라질·파라과이전은 물론 내달 볼리비아전,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마지막 한 팀과의 평가전 결과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FIFA 랭킹이 역전당한다면 한국은 2번 포트가 아닌 3번 포트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꾸준히 한국과 함께 2번 포트 하위권에 위치했던 호주는 최근 에콰도르의 급상승과 맞물려 3번 포트로 하락한 상황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0월 FIFA 랭킹 6위 브라질, 37위 파라과이와 차례로 격돌한다. FIFA 랭킹이 높은 브라질을 꺾으면 FIFA 랭킹 포인트 6.5점 이상을 얻을 수 있고, 비겨도 1.5점 이상을 얻지만 패배할 경우 3.5점 정도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FIFA 랭킹 격차가 크지만 패배 시 FIFA 랭킹 포인트가 줄어드는 건 피할 수가 없다.
반대로 FIFA 랭킹이 더 낮은 파라과이전은 승리 시 4.1점 정도를 얻는 반면 무승부시 오히려 0.9점 정도가 깎인다. 패배 시엔 5.8점 이상 FIFA 랭킹 포인트가 줄어든다. 최악의 경우 10월 A매치 2연전에서 모두 패배할 경우 9점 이상의 FIFA 랭킹 포인트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에콰도르나 호주가 FIFA 랭킹 포인트를 쌓는다면 순위 역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술이나 선수 실험도 중요하지만, 결과 역시도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만약 3번 포트로 하락한 뒤 조 추첨이 진행되면, 결국 FIFA 랭킹이 높은 1번 포트와 2번 포트에 속한 팀들과 한 조에 묶이게 된다. 반대로 2번 포트 팀들에 비해 FIFA 랭킹이 낮은 3번 포트 팀들과는 같은 조에 속할 수 없다. 월드컵 본선 과정부터 험난한 순위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월드컵 본선 조 추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최대한 2번 포트 순위권을 유지하는 게 최선인 배경이다.
해외 매체에서도 한국과 에콰도르, 호주가 펼치는 2번 포트 경쟁을 주목하고 있다. 통계 매체 풋볼 미츠 데이터는 9일 세 팀의 10~11월 평가전 일정을 비교하면서 본격적인 2번 포트 경쟁을 조명했다. 한국을 뒤쫓는 에콰도르는 10월엔 미국·멕시코 원정 2연전에 이어 11월엔 캐나다(원정)·뉴질랜드(중립)와 평가전을 치른다. 호주는 10월 캐나다·미국 원정 2연전에 11월엔 아르헨티나와 중립 지역에서 격돌하고, 남은 한 팀은 미정이다. 세 팀 중에선 가장 앞선 한국이 유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자칫 평가전 결과가 연이어 좋지 못할 경우 에콰도르나 호주의 평가전 결과에 따라 월드컵 포트 배정 하락도 피할 수 없다.
한편 홍명보호는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과 격돌한 뒤, 14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치른다. 역대 전적은 브라질전 1승 7패, 파라과이전은 2승 4무 1패다. 브라질과 파라과이는 한국전 전후로 일본 원정에서도 경기를 치른다. FIFA 랭킹 19위인 일본은 이미 2번 포트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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