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이겨냈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2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건희(23)가 올 시즌 '34번째 풀타임 경기'를 소화했다. 지난 12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34라운드를 통해서다. 이날도 어김없이 선발로 나선 그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에 남았다. 올 시즌 이어가고 있는 '전 경기 풀타임' 기록을 한 경기 더 늘린 것이다.
체력 소모가 크고 부상 위험에 늘 노출된 종목 특성, 그리고 경쟁이 필수인 프로 무대에서 '전 경기 풀타임 출전'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특히 골키퍼가 아닌 필드 플레이어라면 더더욱 도전하기 힘든 기록이기도 하다. 스스로 체력과 부상 관리는 물론이고 치열한 팀 내 주전 경쟁, 징계를 피하기 위한 카드 관리까지도 모두 맞아야 이룰 수 있다. 경기력을 통해 감독의 신임을 계속 유지하는 것 역시 필수 요소다.
김건희는 이 요소들을 모두 갖춘 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 K리그2 라운드 베스트11에 가장 많이(11회) 선정될 만큼 리그 최고 센터백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K리그2에서 전 경기 풀타임 출전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는 김건희와 김선민(충북청주), 김형근(부천FC) 3명뿐이다. 필드 플레이어는 김건희와 김선민 2명인데, 김선민은 경고 1장만 더 받으면 누적 경고로 결장한다. 김건희는 경고도 2장뿐이라 경고 트러블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물론 지금까지 여정도 그 자체로 쉽지만은 않았다. 김건희 역시 12일 성남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사실 지난여름에는 되게 힘들었다. (체력을) 어떻게 관리해야 될지도 몰랐다. 힘들 때는 '아, 너무 힘든데'라는 생각을 좀 했었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다행히 날씨가 풀리면서 몸도 좀 올라오는 거 같고, 컨디션도 괜찮아지고 있다. 어차피 계속 뛰어야 하고 힘들 수밖에 없으니, 생각을 긍정적으로 계속하면서 이겨냈다. 체력 관리 비결은 크게 없다. 밥을 많이 먹고, 경기 전에도 탄수화물 같은 걸 많이 채워 넣고 경기를 뛰었다"고 덧붙였다.
이제 남은 5경기만 더 선발 풀타임을 소화하면 김건희는 한 시즌 전체 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하는 대기록을 남기게 된다. 구단에 따르면 구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시즌 막판까지 왔으니 욕심이 날 만한 기록이기도 하다. 김건희도 "필드 선수가 한 시즌을 전 경기 풀타임을 뛴다는 게 쉽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서 욕심은 있다"고 했다.
다만 김건희에게 이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팀의 우승, 그리고 다이렉트 승격이다. 인천은 남은 5경기에서 승점 8점만 더하면 자력으로 우승과 함께 승격할 수 있다. 최근 흐름이 좋지 못한 건 사실이나, 2위 수원 삼성과 격차가 8점이라 여전히 우승 경쟁에서 크게 앞선 것 또한 사실이다.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은 어디까지나 팀의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 생각할 계획이다.
김건희는 "기록 욕심은 있지만 (윤정환) 감독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시고 뛰게 해 주셔야 가능한 일이다. 저는 그저 최선을 다해 경기장 안에서 뛰어야 하기 때문에, 기록에 신경 쓰기보다는 매 경기 잘 준비할 생각"이라면서 "(우승이 확정된다면) 그때 이후엔 욕심을 내서 마지막까지 뛸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출전 여부나 시간 모두 감독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면, 팀 목표 달성 이후라면 직접 기록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 보이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날 성남전은 김건희에게 시즌 34번째 풀타임 출전뿐만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프로 데뷔 3년 만에 터뜨린 데뷔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그는 전반 1분 40초도 채 안 된 시점 이주용의 코너킥을 강력한 헤더로 연결해 팀의 귀중한 선제골을 넣었다. 192cm의 장신을 활용한 세트피스 한 방이 마침내 터졌다. 윤정환 감독은 김건희 데뷔골에 대해 "언젠가는 넣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터졌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김건희는 "지금까지 경기에 뛰면서 골이 없다가 첫 골을 넣었다. 어제(11일)도 세트피스 훈련을 했는데, (이)주용이 형이 올린 코스랑 거의 똑같이 올라왔다. 주용이 형이 너무 잘 올려줘서 득점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첫 골이다 보니 세리머니나 이런 건 생각을 못했다. 그냥 서서 선수들과 좋은 기분을 나눴던 거 같다. 다음 경기에서도 세트피스에서 득점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김건희의 데뷔골과 풀타임 출전은 팀의 허망한 무승부 탓에 빛이 바랬다. 인천은 2-0으로 앞서다 두 골을 실점하며 성남과 2-2로 비겼다. 후반 중반엔 상대 퇴장으로 수적 우위까지 점하고도 끝내 동점골을 실점했다. 프로 데뷔골에도 불구하고 김건희의 경기 후 표정이 어두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김건희는 "이른 시간 팀이 2골을 넣었는데, 항상 2골을 넣으면 나오는 말이 '가장 위험한 점수대'라는 것이다. 1골을 실점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반 끝나고 감독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고 다들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아쉬운 장면들이 많았고 패스미스나 이런 것도 많았던 거 같다. 무조건 3점을 가져왔어야 하는데, 이렇게 찝찝하게 하루를 마무리한 거 같아서 되게 아쉬운 마음이 크다. 다들 정신을 차려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팬들을 위해 반드시 팀 우승과 승격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김건희는 "오늘 같은 경기는 팬들 입장에선 당연히 너무 아쉬운 경기다. 팬분들도 빠르게 좋은 결과가 생기면 다 같이 즐기실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되게 아쉽다"면서 "항상 많은 팬분들이 와서 응원해 주신다. 저희가 더 마지막까지 파이팅 해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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