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이 다시 한 번 삼성 라이온즈를 구해냈다. 홈 팬들 앞에서 완벽한 투구로 팀에 플레이오프(PO) 100% 확률을 안겼다. 이번 가을야구에서 15타수 1안타로 고전했던 구자욱도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살아났다.
삼성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5-3으로 이겼다.
와일드카드(WC) 2차전까지 치르고 올라온 4위 삼성은 1차전 먼저 승리를 따냈고 2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맞고 석패했지만 이날 다시 승리를 챙겼다. 역대 5전 3선승제 준PO에서 1승 1패 후 승리한 팀의 PO행 진출 확률은 100%(7/7)에 달했다. 삼성이 4차전 홈에서 시리즈를 끝낼 기회를 잡았다.
궂은 날씨에도, 평일 경기임에도 관중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KBO는 이날 경기의 2만 3680석이 모두 팔렸다고 발표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5경기(WC 결정전 2경기, 준PO 3경기)가 모두 매진됐고 누적 관중 11만 6040명이 가을야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2023년 한국시리즈 1차전 이후 포스트시즌 26경기 매진, 2024년 1차전 이후 준PO 8게임 연속 만원관중 기록도 써냈다.
삼성은 이날 김지찬(중견수)-김성윤(우익수)-구자욱(지명타자)-르윈 디아즈(1루수)-김영웅(3루수)-이재현(유격수)-김태훈(좌익수)-강민호(포수)-류지혁(2루수) 순으로 타선을 꾸렸다.
반면 SSG는 박성한(유격수)-기예르모 에레디아(좌익수)-최정(3루수)-한유섬(지명타자)-고명준(1루수)-최지훈(중견수)-김성욱(우익수)-안상현(2루수)-이지영(포수)으로 타순을 짰다.
경기 초반부터 변수가 발생했다. 1회말 시작과 함께 굵어진 빗줄기로 인해 관중석이 소란해졌고 결국 심판진은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멈춰섰던 경기는 37분 후 재개됐다.
WC 2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팀을 구해낸 원태인은 이날도 무시무시한 가을 본능을 자랑했다. 1회초 선두 타자 박성한에게 안타를 맞고도 에레디아와 최정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한유섬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고명준을 땅볼 타구로 잡아내 이닝을 마쳤다.
1회를 마치고 1시간여 휴식 시간을 취했다. 어깨가 식을 법도 했지만 원태인의 기세는 그리 빠르게 식지 않았다. 1사 1루에서 2루수 류지혁이 고의낙구성 수비로 재치 넘치게 더블아웃을 잡아내 도움을 줬고 3회에도 김성윤의 다이빙 캐치 포함 삼자범퇴로 깔끔히 이닝을 마쳤다.
타선은 3회말 드류 앤더슨을 공략했다. 앤더슨은 장염 이후 1차전에 등판하지 못하고 휴식 후 이날 마운드에 올랐으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1회 최고 151㎞를 찍었던 직구 구속은 3회 144㎞까지 떨어졌다. 삼성 타자들은 앤더슨의 약점을 놓치지 않았다.
앤더슨은 3회 들어 급격히 변화구의 비중을 높였는데 1사에서 강민호가 볼넷, 류지혁의 우전 안타로 출루했고 이후 1사 1,3루에서 승부의 균형을 깨뜨렸다. 김성윤의 절묘한 땅볼 타구가 앤더슨의 옆을 지나갔고 2루수 안상현이 가까스로 잡아냈으나 1루를 향한 송구가 뒤로 빠졌다.
그 사이 3루 주자 강민호가 득점했고 이후 앤더슨이 빠르게 커버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사이 김지찬도 2루에 이어 3루를 통과해 홈까지 파고 들었다. 앤더슨은 이후 구자욱에게도 2루타를 맞고 3번째 실점을 했다.
원태인은 흔들림이 없었다. 4회 최정에게 2루타를 맞고 시작했지만 이후 침착히 아웃카운트 2개를 늘렸고 최지훈의 우전 안타로 한 점을 내줫으나 김성욱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추가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후 5회에 이어 6회까지 막아냈고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2개를 늘린 뒤 이승현에게 공을 넘겼다.
삼성 타선은 5회 올 시즌 33홀드 투수 이로운까지 공략해냈다. 1사에서 김지찬과 김성윤이 연속 2루타를 날려 한 점을 추가했다. 구자욱이 17구 승부 끝에 물러났지만 디아즈의 자동 고의4구 후 타석에 나선 김영웅은 힘이 빠진 이로운을 상대로 쐐기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결국 이로운도 이닝을 마치지 못하고 강판됐다.
9회초 대타 류효승이 2루수 양도근이 포구를 놓친 사이 1루를 밟았고 이후 고명준이 투런포를 날렸다. 첫 가을무대에서 3경기 연속 홈런으로 2점 차로 추격했다. 2005년 이호준 이후 준PO에서 3경기 연속홈런을 날린 건 구단 역대 두번째 기록이다.
이후 삼성은 마무리 김재윤을 투입했다. 최지훈을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낸 김재윤은 김성욱을 10구 승부 끝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안상현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경기를 매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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