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더슨은 올 시즌 KBO 최고의 선발 투수였다. 몸 상태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적장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투수다. 몸 상태만 정상이라면 안방을 사용하는 삼성 라이온즈의 황태자 원태인보다도 선발의 무게감은 SSG 랜더스 쪽으로 기울어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결국 몸 상태의 차이에서 희비가 갈렸다.
드류 앤더슨(31)은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선승제) 3차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49구를 던져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3실점(2자책)한 뒤 강판됐다.
올 시즌 30경기에서 12승 7패, 평균자책점(ERA) 2.25로 시즌 최우수선수(MVP)가 유력한 코디 폰세(한화)와 더불어 최고의 선발 투수로 평가를 받았다. 삼진은 KBO 역대 2위 기록은 245개나 잡아냈다.
장염이 변수였다. 1차전 선발이 예상됐으나 돌연 장염으로 등판이 미뤄졌고 결국 3차전에서야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삼성전 2경기에서도 1승 무패 ERA 2.08, 대구에서도 7이닝 13탈삼진 1실점으로 삼성 킬러의 면모를 자랑한 투수.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경기 전 "투구수가 많아지면 구위가 떨어질 바라야 한다.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투구수를 길게 가져갈 수 있게끔 하는 게 승패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 전 이숭용 SSG 감독은 앤더슨의 몸 상태에 대한 질문에 "경기 감각이 걱정되지만 몸 상태는 완벽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정규시즌 때와 같이 최대한 많은 투구수를 소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장염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체중이 줄었던 앤더슨이지만 이 감독은 "먹고 움직이면서 되찾았다. 그전에는 못 먹었다. 체중도 돌아왔고, 컨디션도 많이 회복됐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2회까진 완벽했다. 직구 활용 비율이 적었지만 1회 효과적으로 삼자범퇴로 마쳤고 2회엔 커브를 적극적으로 결정구로 활용해 삼진 2개를 잡아냈다. 1회말 도중 굵어진 빗줄기로 인해 한 타자도 상대하지 못하고 경기가 중단돼 쉬어가야 했지만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전과 구속에선 큰 차이를 보였다. 최고 시속이 151㎞에 불과했는데 지난달 29일 시즌 마지막 등판 때에도 최고 156㎞로 2주일 사이에 5㎞이 떨어졌다. 결코 완전한 컨디션이라고 볼 수 없었다. 49구 중 직구가 40%도 되지 않는 19구에 그쳤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회 151㎞까지 찍었던 직구 구속은 눈에 띄게 급감했고 3회엔 144㎞까지도 떨어졌다.
떨어진 구속에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진 탓일까. 앤더슨은 과감하게 직구를 뿌리지 못했다. 1사에서 강민호에게 볼넷, 류지혁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김지찬에게 투수 땅볼을 유도해 2루에서 주자를 잡아낸 뒤 맞은 2사 1,3루가 됐다.

김성윤에게 땅볼 타구를 유도했으나 앤더슨의 옆을 지나갔고 2루수가 처리하기에 까다로운 코스로 향했다. 힘겹게 타구를 쫓은 안상현이 포구 후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 1루로 공을 뿌렸는데, 뒤로 빠졌다. 그 사이 3루 주자는 손쉽게 득점했고 1루 주자는 2루를 지나 3루까지 향했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장면은 막아낼 수 있었던 뼈아픈 잘못으로 화를 자초했다. 앤더슨은 안상현의 송구가 빠지고도 적극적으로 커버 플레이를 하지 않았고 그 사이 3루에 도달한 김지찬이 홈까지 향했다. 앤더슨이 뒤늦게 공을 쫓아갔지만 3루 주자의 홈 쇄도를 의식하지 못한 듯 뒤늦게 송구를 했고 그 사이 김지찬까지 득점에 성공했다. 앤더슨은 이어 구자욱에게도 2루타를 맞고 한 점을 더 내줬다.
이어 구자욱에게도 2루타를 내줬는데 8구 승부 중 직구는 단 하나에 불과했고 144㎞에 그쳤다. 결국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펼쳤으나 이를 파악한 듯 구자욱은 침착히 타석에 나섰고 결국 가운데로 몰리는 8구 커브를 받아쳐 앤더슨에게 3번째 실점을 안겼다.
경기 후 이숭용 SSG 감독은 "불펜 피칭에선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1회에 40분 정도를 쉬면서 밸런스가 깨진 것 같다. 두 세번 체크했는데 밸런스가 깨지니 직구를 빠르게 때리지 못했고 변화구 위주로 던졌는데 본인에게도 부상 위험이 있어 교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앤더슨의 컨디션이 관건이라며 그에 따른 공략을 하겠다고 밝혔던 박진만 삼성 감독은 "시즌 때 봤던 모습보다는 확실히 컨디션이 떨어져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비율적으로 직구보다 변화구 투구를 하는 걸 보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믿었던 외국인 원투펀치가 나란히 침몰했고 이 경기에서 SSG는 모두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4차전 선발은 김광현이 나선다. 정규시즌과 달리 실망스러운 외국인 투수들과 달리 시즌 중엔 다소 아쉬웠지만 누구보다 빼어난 '가을 DNA'를 자랑하는 주장이 반전투로 팀을 구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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