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독했던 여론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토마스 투헬(52·독일)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이 압도적인 성적으로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한 뒤 미소 지었다.
잉글랜드는 15일(한국시간) 라트비아 리가의 다우가바스 스타디온스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유럽예선 K조 6차전에서 라트비아를 5-0으로 완파하며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무실점 6연승으로 승점 18점을 기록한 잉글랜드는 2위 알바니아(승점 11)와의 격차를 벌리며 남은 일정과 관계없이 조 1위를 확정 지었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8회 연속이자 통산 17번째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에서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전반 멀티골을 기록하며 통산 A매치 76골 고지를 밟았다. 앤서니 고든(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선제골과 후반 자책골, 에베레치 에제(아스널)의 추가 득점까지 더해 완벽한 승리를 완성했다.

다만 경기 초반 잉글랜드 원정팬들은 투헬 감독에게 야유를 쏟아냈다. 투헬 감독은 앞서 웨일스전 이후 홈 팬들의 응원 방식에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잉글랜드 원정 응원단은 라트비아와 전반전에서 "우리가 원할 때 노래한다", "우리의 목소리가 당신을 감당할 만큼 큰가" 등의 노래로 그를 조롱했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이날 승리로 팀을 본선에 올려놓으며 갈등은 오히려 화해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경기 후 투헬 감독은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팬들의 반응을 유머로 받아들인다. 실책 이후 비난이 있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그들은 창의적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영국식 유머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헬 감독은 "팬들의 열정은 정말 중요하다. 세르비아 원정에서도 훌륭했다. 미국(월드컵 본선)에서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경기로 팬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케인의 리더십에도 찬사를 보냈다. "85분에 공을 잃었을 때 케인은 직접 수비까지 내려왔다. 그런 일은 주장이라도 쉽게 하지 않는다"이라며 "그는 모든 면에서 팀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완벽한 상태다. 케인과 함께하는 것이 기쁘다"고 평가했다.
투헬 감독의 리더십은 부임 초기 거센 비판을 받았던 때와는 대조적이다. 지난 10월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그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을 당시 현지 언론과 팬들은 "왜 독일인이 잉글랜드 대표팀을 맡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삼사자 군단이 독일인에게 미래를 맡겼다. 잉글랜드의 앞날이 어둡다"고 혹평했고, '데일리 스타'는 "적어도 승부차기에서는 이기겠네"라는 비아냥댔다.
이때 투헬 감독은 선임 기자회견에서 "독일 여권을 가진 것이 미안하지만, 잉글랜드를 이끌게 돼 영광"이라며 "열정을 다해 팀을 발전시키겠다"고 담담히 응수했다.
투헬 감독은 무수한 비난 속에서도 부임 약 1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으며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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