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 만의 가을야구를 맞이한 한화 이글스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고심 끝에 한국시리즈 우승 2회 경력의 베테랑 안치홍(35)과 숨은 일꾼 김종수(31)가 모두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화는 17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릴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한다.
올해 LG 트윈스와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선두 다툼을 하며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한화다. 플레이오프는 2007년 이후 18년만, 포스트시즌은 2018년 준플레이오프 이후 7년 만이다.
오랜만의 가을야구를 대비해 외부 팀과 연습경기만 무려 4차례 잡는 등 철저하게 준비했다. 9~10일 독립 리그 야구단 연천 미라클, 12일 14일 국군체육부대(상무)와 각각 2번씩 총 4번의 연습 경기를 통해 최종 엔트리 옥석을 가렸다.
전날(16일) 발표된 결과가 사뭇 놀랍다. 한화는 투수진 13명, 야수진 17명으로 총 30명의 플레이오프 엔트리를 발표했는데, 그중에는 안치홍의 이름이 빠져있었다.
안치홍은 2009년 KIA 타이거즈에서 1군 데뷔해 KBO 통산 1814경기를 출전하고 1859안타 155홈런을 때린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KIA 시절 2009년, 2017년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가을야구 경험이 없는 한화에는 꼭 필요한 고참으로 여겨졌었다.
한화로서는 현재 기량을 아예 무시할 수 없었다. 올해 시즌 시작부터 사구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몸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정규시즌 66경기 타율 0.172(174타수 30안타) 2홈런 1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475에 그쳤다.

그와 달리 시즌 내내 마당쇠로서 헌신적인 역할을 했던 우완 투수 김종수가 엔트리에서 제외된 건 의외로 여겨졌다. 김종수는 올해 정규시즌 63경기 4승 5패 5홀드 평균자책점 3.25, 63⅔이닝 59탈삼진, 피안타율 0.245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46을 마크했다. 삼성을 상대로도 8경기 평균자책점 3.86으로 크게 나쁘지 않았으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대신 좌투좌타 외야수 겸 1루수 권광민(28)이 엔트리 막차를 탔다. 권광민은 올해 1군에서 별다른 기회를 받지 못하고 정규시즌 15경기 타율 0.167(18타수 3안타), OPS 0.389로 활약이 저조했다.
세 선수의 엇갈린 운명은 삼성이 준플레이오프 과정에서 보여준 막강한 화력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은 올해 정규시즌 팀 홈런 1위(161개), 타율 2위(0.271), OPS 1위(0.780)를 기록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SSG와 화력 대결에서 앞서며 4경기에서 18점을 몰아쳤다. 그에 반해 한화는 팀 홈런 6위(116개), 타율 4위(0.266), OPS 5위(0.730)로 화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다.
한화로서는 한 명이라도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타자가 필요했고, 연습경기에서 홈런 포함 맹타를 휘두른 권광민이 낙점됐다. 권광민은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채은성의 1루 수비 백업 및 대타 자원으로도 활용 범위가 넓다.
김종수는 상대적으로 탄탄한 김서현, 정우주, 박상원, 주현상, 엄상백 등 우완 불펜 전력에 밀렸다고 봐야 한다. 올해 김종수는 좌타자들을 상대로 피안타율 0.255, 피OPS 0.752를 기록했는데, 삼성에는 강한 좌타자가 많은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전략적으로 야수 한 명을 더 데려간 한화의 선택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보여줄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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