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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볼 맞을 생각으로 했다" 통산 2169G 베테랑 이토록 절박했다니, '이글스 오빠' 한화 가을야구 첫승 이끌다 [PO1 현장인터뷰]

"데드볼 맞을 생각으로 했다" 통산 2169G 베테랑 이토록 절박했다니, '이글스 오빠' 한화 가을야구 첫승 이끌다 [PO1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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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동윤 기자
한화 손아섭이 1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삼성 상대 승리를 이끌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이글스 오빠' 손아섭(37)이 한화 이글스에 가을야구 첫승을 진두지휘했다.


한화는 1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삼성을 9-8로 승리했다.


한화에는 2018년 10월 22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 이후 2263일 만의 포스트시즌 승리다. 대전에서 마지막 포스트시즌 승리는 무려 6291일 만으로, 2007년 10월 12일 삼성과 준PO 3차전 이후 처음이었다.


이로써 한화는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76.5%를 잡았다. KBO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양대 리그 시절을 제외한 역대 34번의 5전 3선승제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에 승리한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를 확률은 76.5%(34회 중 26회)에 달했다.


믿었던 에이스 코디 폰세가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장·단 15안타를 터트린 폭발적인 타선이 경기를 주도했다. 리드오프 손아섭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손아섭은 4타수 2안타 2타점 1삼진 1득점으로 타선의 물꼬를 텄다. 또한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더그아웃에 힘을 불어넣었다.


시작부터 잘 풀린 건 아니었다. 1회말 첫 타석은 삼진으로 물러났고 2회말 2사 2, 3루 득점권 기회에서는 투수 앞 땅볼을 쳤다. 그러나 손아섭의 절박함이 빅이닝을 만들었다. 삼성 선발 헤르손 가라비토가 손아섭이 향하는 1루가 아닌 홈 송구를 선택했다. 강민호 역시 1루로 송구를 지시했으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도 마다하지 않는 손아섭의 모습에 가라비토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홈을 택했다. 하지만 3루 주자 김태연이 절묘한 슬라이딩으로 홈을 찍으면서 득점이 이뤄졌다.


한화 손아섭이 18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6회초 무사 2루에서 1타점 2루타를 터트린 후 자축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손아섭은 "어떻게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려 했다. 맞는 순간 안타라 생각했고 (투수가) 홈으로 던질 거라곤 상상을 못했다. 타구가 맞자마자 낙구 위치를 보고 살았다 싶어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는데, 선수들이 홈을 보느라 아무도 모르더라"라고 웃었다.


모두가 예상 못한 난타전에도 침착하게 타격전을 이끌었다. 폰세뿐 아니라 준플레이오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가라비토도 이날 3⅓이닝 5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이에 손아섭은 "원래 단기전이 생각대로 잘 안 흘러간다. 어제(17일) 인터뷰 때도 이야기했지만, 삼성이 우리나라에서 타격이 제일 강한 팀이다. 말도 안 되게 잘 치고 확실히 타선이 좋다는 걸 초반에 느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긴장감이 확실히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실 타격감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집중력으로 어떻게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려 했고 운이 많이 따라줬다. 삼진은 운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삼진만 먹지 말자는 생각으로 콘택트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5-6으로 지고 있는 6회에는 끝끝내 역전을 끌어냈다. 심우준이 우익선상 2루타로 치고 나간 상황에서 손아섭은 두 번의 번트로 진루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실패했고 삼성은 1B2S에서 마운드를 양창섭에서 배찬승으로 교체해 확실하게 삼진으로 잡고 가려했다.


여기서 손아섭은 풀카운트를 만들어냈고 높은 직구를 통타해 중앙 담장 쪽으로 보내면서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때 손아섭은 2루에서 포효하면서 한화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궜다. 손아섭은 "상대는 진루타도 안 주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 상황에서 배찬승 선수를 올린 건 삼진을 잡겠다는 거였고, 난 그 반대 생각이었기 때문에 몸쪽으로 공이 오면 데드볼이라도 맞고 나갈 생각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사실 앞에서 번트를 못 대 마음의 짐이 있었다. 고참인 내가 작전 수행을 잘했어야 했다. 운 좋게도 결과가 조금 더 좋게 나와서 2루에서도 세리머니가 컸다. 감독님이 투수가 바뀔 때 그냥 편하게 치라고 하셨는데 도움이 됐다. 잘했다기보단 다음 경기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데 더 집중해야겠다는 마음이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화 손아섭이 18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6회초 무사 2루에서 1타점 2루타를 터트린 후 자축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바로 다음 상황에서는 아쉬운 장면도 나왔다. 루이스 리베라토의 몬스터 월을 직격하는 우전 안타에 2루에서 홈까지 들어오지 못한 것. 장타를 예상할 수 있는 타구에도 2루 베이스를 다시 찍고 가느라 결국 홈까지 들어오진 못했다.


이후 손아섭은 대주자 이원석으로 교체됐고, 채은성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다행히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9회까지 이어진 타격전을 생각했을 때 이때 점수가 나지 않았다면 위험할 수 있었다.


손아섭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는 "당시 노아웃이었기 때문에 2루 리터치를 조금 더 우선 순위로 두고 있었다. 사실 맞자마자 넘어가는 타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흥분하다가 우익수에게 타구가 잡혔을 경우 리터치를 못하면 더 안 좋은 상황이 생긴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타구가 펜스에 맞고 공이 바로 밑으로 떨어졌다. 여기서 내가 스타트가 늦었다. 내가 조금 더 센스 있는 선수였다면 홈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자책했다.


KBO 통산 2169경기 출전의 베테랑은 오랜만의 가을야구에서 2안타 2타점 맹활약에도 더 나은 퍼포먼스를 약속했다. 손아섭은 "오늘 힘들게 이긴 만큼 좋은 분위기를 타서 내일까지 이기고 대구로 내려가고 싶다. 지금 흐름이 좋기 때문에 내일도 집중해서 차근차근 순리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잘 쉬고 잘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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