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동주에게 정말 고마워요."
플레이오프 3차전이 끝난 후 김경문(67) 감독, 포수 최재훈(35), 2루수 하주석(31) 등 한화 이글스 구성원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대전 왕자' 문동주(22)가 또 한 번의 환상적인 투구로 한화를 홀렸다.
문동주는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3차전에서 6회말 무사 1루서 등판해 4이닝(58구)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한화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한화는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한국시리즈(KS)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한화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는 류현진의 신인 시절인 2006년이다.
불붙던 홈팀 삼성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은 역투였다. 1차전 2이닝(29구) 무실점 이후 사흘 만에 나선 문동주는 최고 시속 156㎞의 빠른 공(31구)과 포크 14구, 커브 9구, 슬라이더 4구 등 총 58개의 공으로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다. 7회말 2사 3루에서도 르윈 디아즈를 끝내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나머지 이닝은 모두 삼진을 솎아내며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최재훈은 "1점 차를 막는 게 정말 힘들다. 주자를 모으면 끝나기 때문에 (문)동주에게 그냥 1점만 주자는 생각으로 편하게 하자고 했다. 그런데 동주가 너무 열심히 잘 던져줬다. 전보다 힘이 좀 떨어지긴 했는데, 변화구 제구가 돼서 타자들이 힘들어했다. 잘 던져줘서 우리도 힘을 얻었다. 정말 고맙다"고 진심을 전했다.
김경문 감독 역시 "경기 전부터 3차전이 승부처라 생각했다. 오늘(21일)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시작했는데, 나도 더그아웃에서 긴장이 됐다. 그런데 문동주가 너무 잘 던져줬다. 더그아웃에서 바라봐도 너무 흐뭇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에 문동주는 "1차전 때는 팔이 정말 가벼웠는데, 오늘은 조금 무겁긴 했다. 구속에 신경 쓰면 경기가 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변화구와 제구에 조금 더 집중했고 그게 잘 됐다"라며 "3차전이 정말 중요했다. 홀수 차전이 조금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중요한 경기에서 내 몫을 한 것 같아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익숙하지 않은 등판 간격에도 문동주는 3일간 87개의 공을 던지며 한화에 2승을 안겼다. 1차전에 이어 3차전에서도 데일리 MVP에 선정돼 상금 100만 원도 받았다. 4차전 등판은 물론이고 3일 뒤 대전에서 5차전이 열린다 해도 등판이 쉽지 않은 상황. 김경문 감독도 "문동주는 이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또 상황이 된다면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대전 왕자다. 문동주는 "팀이 이긴다면 나는 불펜이든 선발이든 뭐든 상관없다. 선수들과 5차전까진 안 가야 한다고 했는데, 만약 하게 된다면 최대한 준비하려 한다. 당연히 마지막 경기고, 5차전에서 진다면 올해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또 한 번의 호투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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