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은 지난 21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내년 3월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 퓨처스리그에 참여하는 시민 야구단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이미 KBO로부터 야구단 창단 승인을 받은 상태"라며 "연내 감독과 코치, 선수단 구성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독과 코치를 비롯한 선수단 규모는 5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선수 영입 역시 KBO의 승인을 받았다. 울산시는 오는 11월 5일 KBO와 함께 야구단 창단을 공식 발표하고 내년 1월 창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프로야구가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민 스포츠'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프로야구단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프로야구 2군 시민야구단'을 창단한다. 2013년 NC 다이노스(9구단), 2015년 KT 위즈(10구단)가 차례로 KBO리그에 참가한 후 10년이 지났지만 11구단 창단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울산시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지역사업이 아니라 미래의 11구단 창단 논의에 선제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울산시는 올해 NC 다이노스의 관중 사망 사고로 창원NC파크가 일시 폐쇄됐을 때 문수야구장이 대체 구장으로 호평을 받으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롯데 자이언츠의 제2구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문수야구장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1만 2000석에서 내야 4100석, 외야 1900석을 증축해 총 1만 8000석 규모로 확장될 예정이다. 이는 올해 개장한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 대전한화생명볼파크(1만 7000석)보다 큰 규모다.
새 문수야구장에는 유스호스텔, 스카이박스, 개방형 수영장 등 부대시설이 들어서며, 총 사업비는 720억 원으로 전액 시비가 투입된다. 인근 울주군도 388억 원을 들여 2028년까지 정규 규격 2면의 야구장을 짓고 있다. 울산은 이 두 시설이 완공되면 1군과 2군 팀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이번 울산의 '2군 시민야구단 창단'은 최근 일본프로야구(NPB)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2024년 NPB는 사상 처음으로 1군을 보유하지 않은 2군 전용 구단을 정식 리그에 참가시켰다. 오이식스 니가타 알비렉스BC(Oisix Niigata Albirex BC)와 쿠후 하야테 벤처스 시즈오카(Kufu HAYATE Ventures Shizuoka)다.
오이식스는 2006년 창단된 니가타시의 독립리그 팀이었으나 2024년 NPB 2군(이스턴) 리그에 합류했고, 식품기업 오이식스의 명명권 투자가 이어졌다. 하야테는 시즈오카 지역 스타트업 컨소시엄이 운영하는 신생 구단(2023년 창단)으로, 같은 해 NPB 2군(웨스턴) 리그에 진입했다. NPB는 내년부터 기존 14개 2군 팀을 웨스턴·이스턴 양 리그에서 1리그 3그룹제(동·중·서)로 재편하며 2군 팀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일본프로야구선수회는 현행 12구단 체제의 1군 구단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변화에 극도로 신중한 NPB의 이런 결정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 마이너리그처럼 중소도시에 기반한 팀을 늘려 야구 저변을 확장하려는 시도이자, 1군 구단 증설을 위한 사전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울산시의 퓨처스리그 팀 창단은 이러한 NPB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문수야구장 리모델링과 울주야구장 신축을 합치면 사업비만 1108억 원에 이르는 만큼 울산시가 단순히 퓨처스리그 참여에만 머물 가능성은 낮다. 실질적인 목표는 1군 팀 유치로 향하고 있다. 다만 그 논의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2군 운영의 성공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울산시가 안정적으로 퓨처스리그를 운영해야만 KBO와 야구계, 팬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재정적 자생력, 둘째는 경기력 수준이다.
상무 야구단 수준의 퓨처스리그 팀을 운영하려면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다. 상무의 경우 코칭스태프 9명, 선수 4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프로야구단 육성팀 기준으로 지원 인력만 최소 4~5명이다. 여기에 행정·마케팅·홍보·구장관리 인력까지 포함하면 인건비 부담은 훨씬 커진다.
선수 연봉을 프로야구 최저인 3000만 원으로 가정할 경우 선수단 연봉 총액만 12억 원이 넘을 전망이다. 코칭스태프와 지원 인력 인건비를 합하면 약 20억 원 수준이고, 원정비·장비·의료·훈련비를 포함하면 인건비 두 배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프로축구 2부 리그(K리그2) 기준으로 도·시민 구단의 1년 예산이 60억~120억 원임을 감안하면 울산시의 '2군 시민야구단'도 이 범주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울산시가 '지속 가능한' 퓨처스리그 팀을 만들려면 시민구단 형태를 띠더라도 '지역 기업 컨소시엄형' 모델이 병행돼야 한다. 시민들의 세금만으로는 장기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에너지,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 공장이 밀집한 산업도시다. 이 기업들이 일정 부분 참여하면 재정 안정성과 지역 파급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키움 히어로즈처럼 네이밍 스폰서십을 운영하거나 문수야구장 네이밍 라이츠를 판매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방안이다. 당장 거액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지속 가능한 구조'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다음으로는 경기력이다. 아무리 재정이 탄탄해도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은 떨어진다. 상무야구단은 국가대표급과 1.5군급 선수들이 조화를 이룬 팀으로 퓨처스리그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울산 야구단이 당장 상무 수준의 전력을 구축하기는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 수준에 근접한 전력을 목표로 해야 한다.
내년 3월 리그 참가를 앞둔 만큼 울산 야구단은 기존 프로야구단의 방출 선수, 미지명 대학 졸업자, 독립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 등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전력을 조기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마침 KBO리그가 내년부터 아시아 쿼터를 시행하므로 여기에 부합하는 외국인 선수 영입도 고려할 만하다. 일본 독립리그 야구단과의 연계도 한 방법이다. 또 KBO 신인 드래프트가 구단마다 11라운드까지 진행되는데 앞으로 울산 야구단이 12라운드에 참여할 수 있다면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KBO는 2015년 이후 10구단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리그 확장 논의가 본격화되진 않았지만, 1200만 관중과 입장수입 2000억 원 시대를 맞은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구단 창단을 검토할 시점이다. 울산시가 퓨처스리그 팀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킨다면, 이는 11구단 창단의 실질적인 테스트베드이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KBO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장과 팬층을 확보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고, 울산시는 프로야구단 유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간 경쟁에서 한 발 앞설 수 있다.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울산시의 '2군 시민야구단 창단'에 눈길이 간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