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준비'다.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아 억울하고 분할 정도로 정말 많이 준비했다."
류지현(55) 감독이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원태인, 문동주, 김하성, 송성문 등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준비했던 투타 핵심 전력들이 안타까운 부상으로 대거 이탈하며 많은 우려를 낳았던 대회였지만, 결과는 17년 만의 8강 진출이라는 '도쿄의 기적'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C조 4차전서 7-2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2승 2패로 호주, 대만과 동률 이뤘지만 팀간 실점률에서 앞서 조 2위에 올랐다. 조별리그 절체절명의 위기를 딛고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 8강전이 열리는 마이애미로 향하게 됐다. 반드시 호주를 잡아야 함은 물론, 복잡한 득실 계산 끝에 '2실점 이하'와 '5점 차 이상 승리'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했지만 기적을 쓴 것이다.
이날 경기 초반부터 선발 투수였던 손주영이 갑작스러운 팔꿈치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준비되지 않은 노경은을 올려야 했던 위기 상황, 류 감독은 KBO 직원들과의 기민한 소통으로 시간을 벌었다.
류 감독은 곧바로 노경은을 올리는 대신, 대회 규정을 활용해 손주영을 먼저 마운드에 올린 뒤 '부상 교체' 절차를 밟으며 1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확보했다. 주심과 호주 벤치까지 이 요청을 받아줬다. 모두 이를 이 1분 동안 노경은은 충분히 몸을 풀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상대의 흐름을 끊고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류지현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말을 잇지 못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2025년 2월 감독 선임 이후 1년 넘게 준비해온 과정들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이 승리와 함께 씻겨 내려갔기 때문이다.
실제 류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우리가 지금까지 왔던 과정들을 되새겨보면 너무나 억울하고 분하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찌 보면 우리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경기이기도 하다. 경기 시간이 3시간 정도 될텐데 모든 것을 쏟자고 선수들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사실 대표팀에 부상자도 속출했다. 선발 로테이션의 주축으로 활약해줄 것이 유력했던 원태인과 문동주과 지난 1월 사이판 캠프까지 잘 소화했지만 안타까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메이저리거인 김하성과 송성문까지 비시즌 부상을 당해 WBC에 나서지 못하게 되기도 했다. 이러한 악재들 속에서도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류지현 감독은 "감독으로서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승리"라며 "감독과 코치의 시스템을 믿고 이렇게 따라주는 선수들에게도 너무 고맙다. 어느 누가 하나 잘했다기 보다는 대한민국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잘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웃었다.
비관론을 찬사로 바꾼 류지현의 야구는 이제 8강이 열리는 마이애미로 향한다. "오늘은 좀 쉬고 싶다"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인 그는, 다시 한번 '철저한 준비'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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