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22일) 김영웅은 그냥 고의4구로 걸러야 할 것 같은데요."
김영웅(22)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팀 동료이자 KBO 통산 193세이브의 마무리 김재윤(35·이상 삼성 라이온즈)도 한 수를 접었다.
삼성은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한화를 7-4로 제압하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 2패가 된 두 팀은 24일 한화의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위한 마지막 승부를 가진다.
김영웅의, 김영웅에 의한, 김영웅을 위한 경기였다. 문현빈(한화)의 3점 홈런으로 삼성이 0-4로 뒤져, 패색이 스며들던 6회말. 김영웅은 한 번의 스윙으로 경기 판도를 180도 뒤집어 놓았다. 구자욱의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추격한 1사 1, 3루에서 김영웅은 김서현을 상대로 0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놓였다.
하지만 김영웅은 낮게 들어온 김서현의 3구째 시속 153㎞ 직구를 그대로 걷어 올려 우측 담장 밖으로 보냈다. 4-4 동점을 만드는 비거리 130m의 초대형 스리런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7회말 1사 1, 2루에서 또 한 번 김영웅 앞에 밥상이 차려졌고, 이번에도 김영웅의 방망이는 거침없이 공기를 갈랐다. 가운데로 몰린 한승혁의 시속 145㎞ 직구는 또 한 번 라팍 우측 담장을 넘었고, 삼성의 7-4 역전이자 쐐기를 박는 결승 스리런이 됐다.
결국 김영웅은 4타수 3안타(2홈런) 6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PO 4차전 MVP에 선정됐다. 또한 결승타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포테토칩 선정 오늘의 포텐터짐 상'에도 선정되면서 MVP 상금 100만 원과 별도로 상금 100만 원과 포테토칩 5박스를 또 수령했다.

그야말로 미친 퍼포먼스에 같은 팀 동료들도 감탄에 찬사를 보냈다. 삼성이 7-4로 앞선 9회초 올라와 세이브를 올린 김재윤조차 혀를 내둘렀다. 김재윤은 이 세이브로 구대성, 정우람(이상 한화)와 함께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4개)을 세웠다.
김재윤은 이날 삼진 2개를 솎아내며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는 완벽한 피칭을 펼쳤음에도 "오늘 경기는 (김)영웅이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클러치 능력이 있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만약 오늘의 김영웅을 투수로서 상대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오늘 (김)영웅이가 치는 걸 보니 그냥 고의4구를 할 것 같다. 오늘 그렇게 치는데 정말 놀랐다"고 감탄했다.
사자 군단의 캡틴과 푸른 피의 에이스도 같은 심정이었다. 주장 구장욱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두 번째 홈런 때는 주자로 나가 있었는데 그냥 맞자마자 넘어간 걸 직감한 것 같다. 그냥 미친 것 같다"면서 "(김)영웅이가 워낙 클러치 능력이 뛰어난 선수라 모두가 믿고 있었다. 정말 영웅이가 우리 팀 선수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힘줘 말했다.

정규시즌부터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까지 역투로 삼성을 한국시리즈 문턱까지 끌어올린 푸른 피의 에이스는 이날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3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김영웅 덕분에 패전 투수 요건은 지울 수 있었다. 원태인은 "다음 경기 준비를 위해 치료하면서 (김)영웅이의 홈런을 봤는데, 그냥 미쳤다는 소리밖에 안 나왔다"라며 "치료를 막 마치고 나왔을 때 또 스리런을 치길래 고맙고 기특한 마음에 안아줬다. 한편으로는 멋있고 부럽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이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원태인도 김재윤과 같은 의견이었다. 오늘의 김영웅을 상대 타자로 만났으면 어땠을 것 같냐는 물음에 그는 "걸러야 한다. 정말 오늘 상황이 (김)영웅이를 거를 수 없는 타이밍에서 만났다. 내가 투수였어도 어떻게 승부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정말 대단한 게 김서현의 1구, 2구에 (타이밍이) 늦어 2스트라이크 0볼이었다. 투수에게 유리한 상황이고 공도 빠른 투수였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는 나 같아도 직구를 선택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걸 (타이밍을 당겨) 앞에서 홈런 치는 걸 보고 정말 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자기 스윙을 할 수 있는 건 확실히 타고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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