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장이) 환상적이다. 우린 경기력으로 보답을 해야 한다."
헤난 달 조토(65·브라질) 인천 대한항공 신임 감독은 화려하게 새 단장한 구장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몇 년 간 정상권을 달린 팀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으로 쾌조의 출발을 알리고 있다.
헤난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한국전력과 2025~2026 진에어 V리그 1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3-1(25-18, 18-25, 25-13, 25-23)로 승리했다.
악명 높은 지옥 훈련으로 비시즌을 보냈고 컵 대회 우승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새 단장한 홈구장에서 치른 개막전에서 거둔 승리라 더욱 의미가 깊다.
새 주장 정지석이 23점, 공격성공률 68.97%로 맹활약했고 카일 러셀도 18점으로 힘을 보탰다. 미들 블로커 김민재는 블로킹 2개 포함 공격 성공률 90.91%로 순도 높은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컵대회 최우수선수(MVP)인 세터 한선수가 경기를 노련하게 이끌었다.
나무랄 게 없는 승리. 헤난 감독은 "매우 기분이 좋다. 승점 3을 챙기면서 시작했고 강한 한국전력 이기면서 좋은 스타트를 끊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20년 만에 엠블럼을 교체했고 계양체육관은 관중석과 코트 색깔, 천장의 하늘 그림 현수막 등 화려한 변신을 했다. 헤난 감독은 이러한 변화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자리엔 헤난 감독의 아들도 함께 했다. "아들이 브라질에서 와서 같이 경기를 봤는데 체육관의 분위기도 그렇고 꾸며진 것도 봤을 때 세계선수권 결승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며 "놀라웠다. 이렇게 경기장을 꾸미는 건 세계선수권이나 큰 대회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신경을 많이 써서 팬들에게도 보답을 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경기력으로 보답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코트에서 땀을 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선수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정지석이 지난 시즌의 부침을 완전히 털어내는 완벽한 활약을 펼친 게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헤난 감독은 "(정)지석이는 올라운더다. 서브와 공격, 리시브 등 다 좋다"며 "수비 쪽에서 조금만 더 했으면 좋았겠지만 수비가 잘 안 풀리면 다른 기술들로 보완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도 좋은 경기를 했지만 더 좋아질 선수"라며 "지석이는 범실에 대해 영향을 받는 선수가 아니다. 본인 것만 잘 해낸다면 충분히 전성기보다 더 올라올 수 있는 선수라고 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날 팀 공격 성공률은 58.82%에 달했다. 러셀(47.06%)가 다소 아쉬웠지만 정지석과 김민재, 정한용(64.29%)의 활약은 놀라웠다. 한선수의 영리한 경기 운영이 있기에 가능한 수치였다.
헤난 감독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한선수가 컵 대회 때 MVP를 받지 않았나. 그냥 받은 게 아니다. 컵 대회 때도 토스를 완벽히 했고 오늘도 그런 모습이 나왔다. 매우 완성도가 높았다"며 "세터가 그렇게 토스 배분이 좋고 올바르게 잘 가면 공격수가 그만큼 치기 쉽다. 한선수는 토스 배분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잘 해내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대한항공의 장점 중 하나는 각자 스타일이 다른 정상급 두 세터 한선수와 유광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컵 대회와 이날은 한선수 위주로 경기를 풀어갔지만 유광우와 신예 김관우에게도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겠다는 생각이다.
헤난 감독은 "중요한 건 시즌이 길다는 점이다. 모든 선수가 필요하다. 유광우는 어떤 방법으로도 준비가 돼 있는 세터다. 이미 검증된 선수"라며 "유망주 김관우도 있다. 관우도 그만큼 기회를 받을 것이다. 그런 선수들도 성장을 해야 한다. 매일 훈련이나 경기를 통해 두 명의 베테랑 사이에서 더 성장할 것이고 보고 듣고 보고 배우는 게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끝으로 헤난 감독은 "이겨서 너무 행복하다. 경기장 나간 후로는 잊고 다음 경기만을 생각할 것이다. 시즌은 길고 힘들기 때문"이라고 다음 경기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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