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심판들의 '오심'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이 아니라, 아예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명백한 오심 사례가 끊이지 않는 탓이다. 수치로도 증명이 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이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K리그1·2 오심은 총 79건으로 지난해(28건)보다 무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같은 오심 논란에 불을 지피는 건 K리그 등 국내 모든 심판 운영 주체인 대한축구협회의 불통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맡던 K리그 심판 운영 주체가 지난 2020년 대한축구협회로 이관된 이후 사실상 소통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심판 행정과 관련해 이른바 성역, 밀실 행정 등 부정적인 표현이 뒤따르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한때 K리그 매 라운드가 끝난 뒤 축구협회 홈페이지에 공개하던 심판평가소위원회 결과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것도, 판정에 대한 K리그 구단들의 정식 공문에 대한 회신조차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요 판정 이슈들을 두고 정심·오심 여부 등을 판단하는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심판 평가 패널회의 결과 역시 사실상 비공개다. 지난 8월 전남 드래곤즈-천안시티전 오프사이드 취소 논란, 울산 HD-제주 SK전 득점 인정 판정은 먼저 설명자료를 낸 적도 있으나 이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였다. 그나마 크게 논란이 된 판정들에 한해서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정심·오심 여부가 공개될 뿐, 그 외의 판정 결과들은 축구협회가 나서서 공개하는 일이 없다.

'판정에 대한 신뢰 회복과 오심 논란 최소화를 위한 소통형 콘텐츠'라고 홍보했던 대한축구협회 유튜브 콘텐츠 VAR ON도 사실상 의미가 없는 콘텐츠라는 비판만 이어지고 있다. 초반엔 오심이 아닌 정심으로 결론 난 판정들만 소개해 비판받더니, 이제는 한참 지난 경기의 판정을 뒷북 설명해 비판을 받고 있다. 예컨대 최근 큰 논란이 일었던 지난 3일 제주 SK-전북 현대전 '노 페널티킥' 판정은 23일에야 VAR ON 콘텐츠를 통해 소개됐다. 추석 연휴 탓에 심판 평가 패널회의가 늦게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4일 회의를 통해 오심으로 결론이 난 오심을 무려 9일 뒤 설명하니 그 의미는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판정의 정심·오심 여부를 공개하는 관련 행정은 심지어 중국축구협회보다 못한 실정이다. 중국축구협회는 각 구단이 경기를 마친 뒤 이의를 제기한 판정들을 중심으로 매주 심판평가회의를 개최하는데, 그 결과를 회의 다음날 바로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회의가 어떤 식으로 진행됐고 누가 참여했는지, 그리고 해당 판정이 어떤 이유로 정심 또는 오심으로 결론이 났는지 등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해당 장면들에 대한 영상까지 첨부할 정도다.
이와 관련해 중국축구협회는 "협회는 공평·공정·공개 원칙을 고수하며 구단들의 이의제기 등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다. 이의제기 조건에 부합하는 판정이나 관심이 높은 판정에 대해 평의를 진행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잘못된 판정을 내린 심판에게는 내부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와는 너무도 비교되는 행정이다.
심지어 최근엔 오심을 저지른 심판이 배정정지 징계조차 없이 그다음 경기에 배정되는 사례까지 나오니, 심판들의 판정은 물론 심판위원회에 대한 불신마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판정 논란이 나올 때마다 '오심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심판위원회의 입장 역시 설득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진희 심판위원장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초유의 상황은, 국내 심판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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