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등 후 베테랑 수비수가 경기장에서 구단을 향해 작심 발언을 날렸다.
수원FC는 8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2 2차전에서 부천FC 1995에 2-3으로 졌다.
원정에서 열린 1차전 0-1 패배에 이어 수원FC는 홈에서 진행된 2차전에서도 2-3으로 지며 합계 2-4 패배, 강등이 확정됐다.
경기가 끝난 뒤 최순호 수원FC 단장을 비롯해 김은중 감독, 선수단이 수원 서포터석 앞에 섰다. 마이크를 잡은 최순호 단장은 "익숙하지도, 상상하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며 "팬들은 비와 눈 등 날씨 상관없이 우리와 함께했다. 강등은 단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 구단 입장은 잘 정리해서 다시 발표하겠다. 너무 고생 많으셨다. 보내준 응원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은중 감독은 말을 쉽게 잇지 못하더니 "열심히 했는데 잘 안 됐다. 책임을 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수원FC 베테랑 수비수 이용(39)은 구단을 향해 작심 발언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서포터석을 향해 "프런트부터 바뀌어야 한다. 미래를 보고 한 단계씩 발전해야 한다"며 "선수 영입 등 지원이 필요하다. 수원FC가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강등에 대해서는 "여기 있는 선수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팬들은 팀이 힘들 때도 항상 응원해주셨다. 좋지 않은 결과를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심지어 김은중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 비난은 감독인 제게 주셨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변명처럼 들릴 수 있지만, 수원FC는 매년 선수단 절반 이상이 바뀐다. 발전하려면 수원FC만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작심 발언했다.
한국 최상위 리그 구단의 열악한 환경에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은중 감독은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미안했다"며 "마음껏 훈련해야 하는 훈련장도 눈치 보며 쓴다. (구단이)하루빨리 발전해야 선수들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은중 감독은 프로 무대 도전 첫 시즌인 2024년에 수원FC 역대 최고 성적(5위)을 갈아치우며 능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시즌은 시작 전부터 핵심 선수였던 안데르손(현 FC서울) 이탈설 등 구단 내외부 잡음으로 홍역을 치렀고, 끝내 강등 칼날을 피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게다가 시즌 중에도 김은중 감독은 구단의 부족한 지원에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반환점인 18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김은중 감독은 "핑계 대기도 죄송할 정도"라면서도 "선수단은 계속 약해지고 있다. 핵심 선수의 이탈은 확정됐고, 이제는 승부수를 던질 방법도 없다. 수비수가 공격 진영에 올라가 제공권 싸움을 해야 하는 게 수원FC의 현실"이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강등 위기감을 느낀 수원FC는 여름 이적시장에 윌리안을 비롯해 김경민, 안드리고, 안현범 등 총 6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휴식기 이후에는 4연승을 내달리며 이적생 효과를 제대로 보며 잔류 가능성을 높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수원FC는 수비 문제가 재발하며 실책성 실점으로 승점을 잃는 경우가 잦아졌다. 특히 10월부터는 7경기에서 단 1승(2무 4무)에 그치며 끝내 K리그1 10위를 기록하며 승강 PO로 향했다.
끝내 수원FC는 부천과 두 번의 맞대결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며 2021년 이후 5년 만에 K리그2로 강등되기에 이르렀다. 올 시즌 중반 연승으로 잔류 가능성을 키우는 듯했지만, 후반기와 승강 플레이오프 2경기를 포함해 9경기 1승 2무 6패에 그치며 끝내 추락을 피하지 못했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K리그2 팀이 K리그1 팀을 제치고 승격을 이룬 것은 이번이 역대 7번째다. 앞서 2013년 상주상무(현 김천상무), 2014년 광주FC, 2015년 수원FC, 2016년 강원FC, 2019년 부산 아이파크, 2022년 대전하나시티즌이 같은 사례를 남겼다. 최근에는 1부가 승강 PO에서 우세를 보였지만, 이번 결과로 3년 만에 흐름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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