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는 이미 29년 무관의 설움을 풀었다. 한화 이글스도 21세기 첫 우승에 도전한다. 결국 또 롯데 자이언츠만 쓸쓸한 가을을 보내게 됐다.
한화는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11-2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마무리한 한화는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전신인 빙그레 시절을 포함해 1988년, 1989년, 1991년, 1992년, 1999년, 2006년에 이은 7번째 한국시리즈 무대다.
그동안 한화는 설움의 세월을 보냈다. 김인식 감독 시절인 2005~2007년 3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후 한화는 지난해까지 17년 동안 단 한 시즌(2018년, 정규시즌 3위)을 제외하면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 사이 최하위만 8번을 기록했고, 2020년부터 3년 연속 꼴찌로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조금씩 리빌딩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2025년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과 맞물려 마운드에서는 문동주와 김서현, 정우주, 황준서 등 젊은 투수들이 대거 성장했고, 야수진에서도 문현빈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기존의 노시환과 류현진, 채은성 등이 시너지를 내면서 올 시즌 마침내 정규리그 2위로 올라섰다.


한국시리즈에서 한화와 맞붙는 LG 역시 인고의 세월을 보낸 팀이다. LG는 한때 KBO 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팀(10년, 2003~2012년)이었다. 하지만 2013년 플레이오프 직행을 시작으로 가을야구의 단골손님이 됐다. 2021년 1.5경기 차, 2022년 2경기 차로 정규시즌 우승에 실패했던 LG는 염경엽 감독 부임 후 과감한 주루플레이와 강력한 타격, 마운드로 달라진 팀 컬러를 보여줬다.
결국 2023년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KT 위즈를 4승 1패로 꺾고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두 기록 모두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이었다. 지난해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던 LG는 올해도 85승 56패 3무(승률 0.603)의 성적으로 정규리그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제 롯데만 남았다. 롯데는 한국시리즈 우승 횟수 2회로 LG와는 1개 차로 뒤지고 있고, 1999년이 유일한 한화에는 앞선다. 하지만 마지막 우승이 1992년으로, 아예 우승 경험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가장 오래됐다. 여기에 한국시리즈 진출도 1999년이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21세기에 이를 경험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해졌다. 롯데는 지난달 28일 잠실 두산전을 패배하면서 5강 트래직넘버 '0'이 됐고, 2018시즌부터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됐다. 2015년 KBO 리그가 10개 구단 체제가 된 이후 롯데가 가을야구에 올라간 건 정규리그 3위였던 2017년이 유일하다. 10팀 중 절반이 경험하는 포스트시즌을 11년 동안 단 한 차례 진출한 것이다.

8월 초까지만 해도 롯데의 가을야구는 사실상 확정적으로 보였다. 4월 16일 승률 0.500에 도달한 이후 롯데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3위권에서 꾸준히 버틴 롯데는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전반기 5할 승률을 달성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는 4위보다 2위가 가까운 3위로 질주 중이었다. 8월 6일 기준 롯데의 승패마진은 +13(58승 45패 3무). 2위 LG 트윈스와 4경기 차에, 4위 SSG 랜더스와는 5경기 차였다.
그러나 이후 거짓말 같은 추락이 시작됐다. 8월 7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부터 2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까지 무려 12연패에 빠졌다. 롯데가 두 자릿수 연패를 기록한 건 22년 만의 일이었다. 전반기 부상자 속출에도 선수들이 잘 버텨줬지만, 결국 힘이 빠지고 말았다. 여기에 10승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교체한 것도 대체자 빈스 벨라스케즈가 흔들리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후 9월에도 추락을 거듭하면서 5할 승률마저 깨졌고, 결국 롯데는 올해도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했다. 베테랑 김민성은 "아쉬운 시즌이지만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한번 더 이런 경험이 왔을 때 실패하면 변명이 없다. 휴식기가 끝나고 자율훈련 기간이라도 전체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쓴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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