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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 펑펑 울었다, 그만큼 간절했던 이명주 "승격 약속 꼭 지키고 싶었다" [인천 현장]

벤치에 앉아 펑펑 울었다, 그만큼 간절했던 이명주 "승격 약속 꼭 지키고 싶었다" [인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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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김명석 기자
프로축구 K리그2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이명주.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제공

"(경기장에서) 나가자마자 울어가지고요."


프로축구 K리그2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이명주(35)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2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경남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36라운드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이날 경기를 돌아보면서도, '눈물'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말을 잇지 못한 채 애써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이었다.


이날 인천은 경남을 3-0으로 완파하고 남은 3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K리그2 우승과 다음 시즌 K리그1 승격을 확정했다. 지난해 K리그1 최하위(12위)로 추락해 강등된 지 한 시즌 만에 재승격을 이뤄냈다. 이날 이명주는 어김없이 선발로 나선 뒤, 팀이 3-0으로 앞서던 후반 39분 교체돼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때부터 눈물을 쏟은 이명주는 경기가 끝난 뒤엔 팬들 앞에 서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명주는 "경기장 나가자마자 울었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서 눈물이 계속 막 났다. 딱 경기 끝나고 나니까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런지 눈물은 안 나더라"면서도 "초반에 울어서 팬들한테 인사할 때는 어느 정도 감정이 가라앉은 상태여서 눈물은 안 났다. 그래도 (팬들한테) 말하다가 또 울까봐 심플하게 전달하고 싶은 것만 전달해서 꺼냈다"고 말했다.


그저 우승과 승격 결실을 이뤄낸 기쁨의 의미만이 담긴 눈물은 아니었다. 이명주는 지난 시즌에도 인천의 주장이었다. 다만 팀은 K리그1 최하위로 처져 창단 처음 강등의 아픔을 경험했다. 주장으로서 강등에 대한 책임감도 컸다. 팀 동료와 팬들에 대한 미안함을 넘어 스스로의 자존심과 자존감에도 영향을 준 결과였다.


이명주는 "작년에 주장을 맡고 강등을 당하면서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상처로도 남아 있었다. 올해도 주장을 해야 하는 건지, 내가 역량이 부족한지에 대한 상각도 많았다.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였다"면서 "(윤정환)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면서 다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특히 (김)도혁이가 '다시 명예 회복해야지' 이런 말도 해줬다. 선수들에게도,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고 돌아봤다.


2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경남FC전에 출전해 치열한 볼 경합을 펼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이명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스로 상처 입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도 더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무려 33경기를 선발로 출전했고, 그라운드 밖에서도 선수단을 이끌었다. 윤정환 감독도 "(이)명주가 팀의 리더 역할을 잘해줬기 때문에, 감독인 저는 분위기만 잘 맞춰주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명주의 리더십에 박수를 보냈다. 다행히 팀 성적도 고공비행을 이어간 끝에 이날 우승 조기 확정과 승격 결실을 이뤄냈다. '강등 당시 주장'이었던 그는 이제 '승격 당시 주장'이 됐다.


이명주는 "평소에 경기에 집중하면 응원하는 소리가 잘 안 들린다. 오늘은 유독 킥오프 순간부터 팬들의 소리가 들렸다. 그만큼 팬들도 간절하게 이 순간을 원했을 거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인천에 있는 모두가 원했다. 경기장에서 전달받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면서 "(종료 휘슬이 울리자) '됐다, 이제 약속 지켰다'는 감정이 들었다. 승격이라는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 그 약속을 지켜냈다는 안도감이 들면서 눈물이 났다. 한 해 동안 뭔가 고생한 기억들도 나면서, 이렇게 위로를 받으니 눈물이 났던 거 같다"고 눈물의 의미를 덧붙였다.


이명주는 이번 시즌을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항상 긍정적으로, 좋은 분위기 속에 운동할 수 있게끔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다 같이 정말 하나 된 생각을 가졌다. 힘든 날에도 다 같이 으쌰으쌰 하면서 힘을 냈다"며 "모든 선수에게 고맙다. 부주장단도 그렇고, 특히 최고참 (신)진호(37) 형한테도 고맙다. 진호 형이 없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거 같다. 항상 옆에서 지켜줬기 때문에 고참으로서 같이 버틸 수 있었다. 용병들한테도 고맙다. 솔선수범하고 팀 먼저 걱정해 주는 정말 최고의 용병들이었다"고 했다.


이제 인천은 '부담 없는'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우승 세리머니와 시상식은 내달 23일 충북청주와의 시즌 홈 최종전을 마친 뒤 진행된다. 이명주는 "이날(승격 확정)만 기다리면서 시즌을 지내왔다. 이렇게 현실이 되니 너무 기쁘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마음속에 있던 무언가가 나간 거 같다"며 "세리머니도 제대로 못했고, 우승도 처음이라 즐기진 못하고 실감도 안 난다. 이제 3주 동안 영상도 많이 찾아보면서 우승 세리머니 시뮬레이션도 해봐야 될 거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이명주. /사진=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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