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가 K리그2 강등 1년 만에 재승격했다. 기업구단들조차 매 시즌 힘겨운 도전인 승격을 1년 만에 이뤄낸 데에는 구단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을 보여준 선수들과 팬들, 그리고 강등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예산을 지원한 인천시의 파격 지원이 있었다.
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인천은 2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36라운드 홈경기에서 경남FC를 3-0으로 완파했다. 이날 승리로 승점 77점(23승 8무 5패)을 쌓은 인천은 2위 수원 삼성(승점 67점)과 격차를 10점으로 벌렸다. 남은 경기는 3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인천은 K리그2 우승과 더불어 다음 시즌 K리그1 승격을 확정했다.
인천은 지난 시즌 K리그1 최하위(12위)로 추락, 창단 처음 K리그2로 강등됐다. '생존왕', '잔류왕'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강등 위기에 몰릴 때마다 기적처럼 잔류해 온 역사에 마침표가 찍혔다. 시도민구단 역사상 유일하게 강등 역사가 없던 인천 구단의 자부심은 결국 눈물의 강등으로 이어졌다.
K리그2 팀 수가 늘어나는 등 점점 더 승격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 기업구단들조차 재승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강등된 '시민구단' 인천의 운명 역시 어려워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대부분의 강등 구단들, 특히 지자체 예산과 직결되는 시도민구단 특성상 핵심 선수들의 이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엑소더스'도 우려 대상이었다. 강등 확정과 동시에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이는 주축 선수들의 이름이 여럿 오르내린 건, 그동안 강등을 경험했던 팀들이 피할 수 없었던 후폭풍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러나 눈물로 강등을 경험한 인천 핵심 선수들은 대부분 '팀 잔류'를 선언했다. 일부 팀을 떠난 선수들도 있긴 했으나 우려했던 주축 선수들은 팀에 남아 인천의 재승격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시 K리그1 득점왕에 올랐던 무고사를 필두로 제르소, 이명주, 신진호 등이 팀을 떠나는 대신 잔류를 결심했다. 무고사는 "강등이 확정됐던 경기에서 팬들과 다시 여기(K리그1)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며 팀의 강등에도 팀에 남기로 결심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물론 선수들의 잔류 의지만으로는 모두 동행하기는 어려웠다. 예산이 줄어들게 되면, 자연스레 고연봉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선수단 정리가 불가피했다. 시도민구단의 경우 강등과 동시에 지자체 예산 등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기도 했다.
그러나 '1년 만의 재승격'을 목표를 내건 인천은 달랐다. 인천시는 팀의 2부 강등에도 불구하고 예산 삭감 없이 지난해와 같은 150억원 정도의 예산 규모를 유지했다. 강등에 따른 스폰서 수입 등에 감소는 있을지언정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 예산이 팀의 강등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동결됐다. 이는 팀에 남으려는 핵심급 선수들과 동행하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됐다. 지난 시즌 K리그1 준우승팀(강원FC) 사령탑이자, 당시 올해의 감독상 수상자였던 윤정환 감독을 파격적으로 선임할 수 있었던 배경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2부 강등에도 예산 규모가 유지되면서 숨통이 트인 인천은 김명순과 박호민을 이적료를 들여 영입하고, 이주용과 바로우, 이동률 등을 자유계약으로 품었다. 박경섭 등 신인 자유계약으로 팀에 합류한 선수들도 있었다. 적재적소에 보강을 이뤄낸 끝에 김명순과 이주용, 바로우, 박경섭 등은 이번 시즌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동률도 부상만 아니었다면 공격진에 더 큰 힘을 보탤 선수였다.

예산 지원 속 팀 중심을 이뤄줄 핵심 전력들이 잔류하고, 윤정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인천은 시즌 개막 전부터 일찌감치 '우승후보'로 꼽혔다. 이어 실제 3월 중순부터는 무려 15경기 연속 무패(12승 3무), 이 과정에서 8연승 파죽지세를 달렸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부상자들이 발생하면서 위기도 맞이했지만, 인천은 단 한 번의 연패도 허용하지 않으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팀의 2부 강등에도 변하지 않은 팬심이 힘을 보탰다. 올 시즌 인천 관중수는 K리그1에 속했던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27일 기준 인천의 홈 평균 관중은 1만244명, 지난 시즌 1만949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지난 시즌엔 FC서울, 전북 현대 등 많은 원정팬 효과가 더해졌다면, 올 시즌엔 많은 원정팬을 기대할 경기가 사실상 수원전이 유일했다는 점에서 체감상 관중 수는 오히려 더 늘었다. 눈물의 2부 강등에도 등 돌리지 않고, 오히려 더 뜨거워진 팬심은 인천이 흔들릴 때마다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결국 지난 4월 13일 선두로 올라선 인천은 무려 6개월 넘게 단 한 번도 이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리그 3경기를 남겨두고 K리그2 우승과 K리그1 승격을 조기에 이뤄냈다. 윤정환 감독은 우승과 승격을 이뤄낸 뒤 "구단 관계자분들의 서포트와 모든 코칭스태프·지원스태프, 모든 선수들, 그리고 홈이든 어웨이든 항상 힘을 보태주신 서포터스 분들께 감사하다"며 "모든 선수와 스태프들, 프런트가 뭉쳐진 덕분에 빠른 시간에 승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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