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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의 완벽한 스토리' 평행이론 두 전설은 "영원히 연결된 존재", 41세 셔저-은퇴 예고 커쇼의 특별한 격돌

'WS의 완벽한 스토리' 평행이론 두 전설은 "영원히 연결된 존재", 41세 셔저-은퇴 예고 커쇼의 특별한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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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기자
다저스 커쇼(왼쪽)와 토론토 셔저. /AFPBBNews=뉴스1

드래프트 동기로 함께 꿈의 무대에 발을 들인 뒤 20시즌을 세계 최고 투수로 군림했다.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명예의 전당 입성까지 예약한 맥스 셔저(41·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클레이튼 커쇼(37·LA 다저스)가 다소 특별한 격돌을 앞두고 있다.


셔저는 28일 오전 9시(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다저스와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2006년 드래프트에서 둘 모두 1라운드 지명으로 커쇼(7순위)는 다저스, 셔저(11순위)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니폼을 입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셔저는 221승(117패), 평균자책점(ERA) 3.22, 탈삼진 3489개, 커쇼 또한 223승(96패), ERA 2.53, 3052탈삼진으로 나란히 한 시즌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돌아가는 사이영상을 나란히 세 차례씩 수상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커쇼는 올 시즌 재기에 성공했고 11승 ERA 3.36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마저도 닮았다. 셔저 또한 지난해 부상으로 9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 시즌 5승 5패 ERA 5.19로 부진했으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4차전에서 역투를 펼치며 토론토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도왔다.


커쇼. /AFPBBNews=뉴스1

평행이론을 달린 두 투수가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하는데 다소 이색적인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커쇼는 지난 9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불펜 투수로 나섰지만 2이닝 5실점하며 무너졌고 팀은 패배를 떠안았다.


커쇼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월드시리즈 로스터에도 합류했다. 문제는 시리즈 1승 1패로 맞선 상황에서 이미 한 차례 불안함을 내비쳤던 커쇼를 과감하게 기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셔저가 먼저 마운드에 오른다. 둘에게도 이러한 일은 특별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MLB닷컴에 따르면 커쇼는 "우린 계속 함께였다. 같은 드래프트 클래스였지 않나. 모든 게 함께였다"고 말했다. 셔저는 "커쇼와 내내 경쟁할 수 있었던 건 정말 멋진 일이었다. 2021년엔 같은 팀에서 뛰기도 했고 마지막 길목에서 다시 맞붙게 된 게 정말 딱 어울리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구속이 전성기 시절만 하지 못한 커쇼는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블레이크 스넬, 오타니 쇼헤이, 타일러 글래스나우까지 완벽한 선발진을 갖춘 다저스에서 기회를 잡기 힘든 게 현실이다.


커쇼는 "셔저는 아직도 시속 95마일(152.9㎞)을 던지지 않나"라고 웃으며 "본인이 원하면 아직도 몇 년은 더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ALCS 4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치는 셔저. /AFPBBNews=뉴스1

그런 점에서도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번 경기는 셔저의 향후 커리어에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성적은 아쉬웠지만 ALCS에서와 같은 투구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면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만천하에 알릴 수 있다. 당시 교체를 위해 마운드를 방문한 존 슈나이더 감독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이닝을 마무리짓지 못했던 것에 분노하며 투쟁심을 나타냈던 것도 화제가 됐는데 셔저가 여전히 강력한 의지로 더 뛰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 경기를 앞두고 셔저의 불펜 투구를 지켜봤던 피트 워커 토론토 투수 코치는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가 다시 '그 사람'이 돼 있더라"고 감탄했다.


셔저는 "나는 눈앞만 바라본다"며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에서 선발 투수로 뛸 수 있는 한, 계속 던질 것이다. 몸이 건강하다면 계속할 것이다. 엄지 손가락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아직도 이 레벨에서 던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커쇼는 이제는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나이는 4살이나 어리지만 다섯 번째 자녀가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고 여러모로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쳐있는 상태다. 커쇼는 "이렇게 흘러간 게 너무나 고맙고 이게 내 마지막 시즌이라는 결정에 대해서도 마음이 편하다"며 "감정 표현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정말 많은 감정이 들고, 특별한 시즌이었다. 최대한 즐기면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전했다.


MLB닷컴은 과거 둘의 역사적인 맞대결을 조명했다. "팬들은 원래 그렉 매덕스와 랜디 존슨의 맞대결을 기대했다"며 "하지만 그날 마운드에 오른 건 대신 커쇼 대 셔저였다. 역사를 통틀어 루키 시즌에 서로 맞붙은 명예의 전당 투수는 단 세 쌍뿐인데 커쇼와 셔저는 그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셔저(왼쪽)가 ALCS 4차전에서 투수 교체를 위해 올라온 슈나이더 감독에게 고함을 치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AFPBBNews=뉴스1

둘은 지난 8월 9일 마지막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둘은 유니폼을 교환하기도 했다.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중 하나였다. 셔저는 4개 구단에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최초의 투수이고 커쇼는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원클럽맨으로서 커리어를 마치게 된 투수다.


2013년 둘은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의 사이영상을 각각 수상하는 등 너무도 많이 닮은 둘은 보는 이들에게도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크 프라이어 다저스 투수 코치는 "그들의 지속성, 존재감, 그리고 그들이 마운드에 서면 팀 전체의 집중력이 올라가는 그 분위기, 이런 건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다. 그냥 커리어 전체가, 이미 증거"라고 말했다.


야구에 대한 열정 또한 쏙 빼닮았다. 작년 꼴찌에 머문 토론토에 온 셔저는 "월드시리즈에 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부터 이야기할 정도로 새로운 팀을 일으켜 세우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워커 코치는 "그는 진정한 팀 플레이어다. 매일 코치실에 들러서 슈나이더 감독과 30분씩 이야기하고 우리 투수진과 함께 토론하고 자신뿐 아니라 모든 투수가 나아질 방법을 찾으려 한다"며 "솔직히 처음엔 어떤 사람일지 몰랐는데 정말 훌륭했고,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커쇼 또한 팀을 생각하는 마음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프라이어는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팀 동료들이 그와 함께 뛰고 싶어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26세 좌완 불펜투수 잭 드라이어는 커쇼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발을 디디는 것부터 팔 각도까지 100% 커쇼를 따라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의 빈자리를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드라이어는 "그가 없는 클럽하우스는 정말 큰 빈자리가 될 것이다. 그런 인물, 그런 태도는 다시 만들 수 없다"며 "이 월드시리즈의 가장 멋진 점은 그가 정상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편엔 여전히 95마일을 던지며 감독에게 소리치는 셔저가 있다. 두 사람은 영원히 연결된 존재다. 우리 시대의 두 전설이니까"라고 말했다.


홈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커쇼.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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