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무대인 월드시리즈에서 그야말로 인생투를 펼쳤다. 윌 클라인(26·LA 다저스)이 연장 18회 혈전을 마치고 행복한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9일(한국시간) "꿈을 꾸고 있는 걸까. 클라인이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후 샌디 쿠팩스와 악수도 나눴다"고 전했다.
앞서 LA 다저스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2025 MLB 월드시리즈(WS·7전 4선승제) 3차전에서 6-5로 승리했다. 이로써 다저스는 2승 1패로 시리즈 전적 우위를 잡았다.
스코어만 보면 평범해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엄청난 경기였다. 이날 게임은 정규이닝의 두 배인, 무려 연장 18회까지 진행됐다. 사실상 더블헤더를 한 셈이다. 6시간 39분의 혈투였고, 도합 19명(다저스 10명, 토론토 9명)의 투수가 쏟아졌다.
두 팀의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토론토, 4⅓이닝)와 타일러 글래스나우(다저스, 4⅔이닝)가 5회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가운데, 불펜에서 선발만큼 던진 투수들도 있었다. 바로 클라인과 에릭 라우어(토론토)였다. 라우어는 4⅔이닝(68구) 2피안타 4볼넷 2탈삼진 무실점, 클라인은 4이닝(72구)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라우어는 올 시즌 28경기 중 15경기에 선발로 등판하는 등, 커리어를 주로 선발투수로 뛰었던 선수이기에 긴 이닝 소화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클라인은 다르다. 그는 빅리그 2시즌 통산 22경기를 모두 구원투수로 나왔다. 프로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이닝과 투구 수를 소화한 건 2021년 상위싱글A 시절 3이닝 56구를 던진 것이었다.

연장 15회 팀의 10번째 투수로 등판한 클라인은 안타 하나를 맞긴 했으나 삼진 2개를 잡으며 첫 이닝을 잘 막았다. 이어 16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그는 17회 데이비스 슈나이더의 잘 맞은 타구를 자신이 직접 잡으며 이닝을 끝냈다. 1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지친 듯 볼넷 2개와 폭투로 2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타일러 하이네만을 삼진 처리하며 3아웃을 잡았다.
이어 18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프레디 프리먼이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면서 다저스는 길었던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다저스는 프리먼과 함께 무려 9출루(4안타 5볼넷)에 성공한 오타니 쇼헤이의 활약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2년 동안 40구 이상 던진 적 없던 클라인의 72구 역투도 빼놓을 수 없었다.
다음날 열린 기자회견에 나온 클라인은 3차전 종료 후 다저스의 전설적인 좌완투수 샌디 쿠팩스와 악수를 나눈 것을 언급했다. 그는 "정말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그(쿠팩스)는 다저스와 야구계의 전설이다. 그와 악수를 나눈 것만으로도 제대로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쿠팩스 외에도 클라인에게는 수많은 축하가 쏟아졌다. 그는 경기 종료 후 휴대전화를 봤을 때, 무려 500여 개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다 읽을 때쯤 또 500여 개의 문자가 새로 왔다고 한다. 또한 CC 사바시아를 비롯한 야구계의 유명인사들이 그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클라인은 "난 그 선수들을 보며 자랐는데, 이제 그들이 나를 인정하고 있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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