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생이 왜 이렇게 잘 치냐."
허구연(74)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1일 오후 3시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25 울산-KBO Fall League 결승전 시상식 종료 후 그라운드를 내려오면서 감탄을 이어갔다.
허 총재가 칭찬을 했던 선수는 바로 NC 다이노스의 신재인(18)이었다. 이날 롯데 자이언츠와 결승전에서 3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6타수 5안타 2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아직 고등학생 신분임에도 그는 프로 선배들을 제치고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첫 타석부터 신재인의 활약이 시작됐다. NC는 1회말 홍종표의 안타와 고준휘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를 만들었는데, 여기서 신재인이 우익수 앞 안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그는 다음 타자 오영수의 우중간 2루타 때 홈까지 들어오며 득점도 올렸다.
2회에도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한 신재인은 4회말 1사 후 우익수 쪽 안타로 살아나가며 일찌감치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이어 상대 실책과 오장한의 내야안타로 3루까지 진루한 그는 김명규의 밀어내기 볼넷 때 홈을 밟아 또 득점을 추가했다.
5회 삼진으로 잠시 숨을 고른 신재인은 7회 1사 3루에서 중견수 앞 안타로 타점 하나를 추가했다. 이어 8회 또 안타를 추가해 5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유신고 출신의 신재인은 올해 신인드래프트 최고의 야수 자원으로 손꼽혔다. 이에 그는 전체 2순위로 NC의 지명을 받았다. 메이저리그(MLB) 팀의 오퍼도 받았지만 국내에 남았고, 그는 NC와 보장 2억 5000만 원, 옵션 1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신재인은 "내가 합류하기 전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또 (고)준휘가 너무 잘해줘서 좋은 분위기였다고 들었는데, 이를 이어 우승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대회 소감을 밝혔다.
전국체전을 소화한 후 NC에 합류한 신재인은 "체전에서 실전감각이 제일 올라와있던 상태였다. 그래서 특별히 못 치겠다는 느낌은 없었다"며 "신인이고 더 집중력이 있어서 고등학교 때보다도 타석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도 5안타를 쳐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 신재인은 "5안타를 치게 돼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 전 연습 때는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는 그는 "형들이 '이런 날 원래 더 잘 친다'고 좋은 말만 해주셔서 좋은 생각으로 타석에 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얘기했다.

이날 NC는 신재인 외에도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인 고준휘가 멀티히트, 김명규도 두 차례 볼넷을 얻어내는 등 올해 지명받은 고교생 선수들이 스타팅으로 활약했다. 신재인은 "고등학교 때부터 다 알던 친구들이다. 다들 야구를 잘해서 뽑혀왔고, 또 형들도 있어서 부담을 내려놓고 1인분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나섰다"고 했다.
프로에서의 첫 발을 잘 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신재인은 "타격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많기 때문에 고쳐나가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전체 2번이라는 게 부담을 가질 수 있지만 내 성격이 그렇지 않다.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인은 이날 4회초 수비에서 조세진의 땅볼 때 바운드를 맞추지 못하며 실책을 기록했다. "앞 4경기에서 수비를 나갔는데 타구가 하나도 안 왔다"고 말한 그는 "타구가 안 오고 있어서 긴장했는데, 실책 하나 나오니까 편해져서 다음 타구는 잘 처리했다"고 전했다.

MVP는 신재인이 탔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동기 고준휘가 36타수 19안타(타율 0.528)로 맹타를 휘둘렀다. "솔직히 준휘가 받아도 마땅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신재인은 "오늘 잘 쳐서 운 좋게 (MVP를) 받았는데, 대회 전체로 보면 준휘가 더 좋았다"고 동기를 위로했다.
신재인은 이제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에서 제대로 된 프로의 맛을 볼 예정이다. 그는 "20일 동안 내 몸을 거기에 맡기고 오는 느낌으로 하겠다"며 "안 힘들면 운동선수가 아니기에 모든 걸 내려놓고 스폰지처럼 잘 흡수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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