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경기를 향한 싸늘한 팬심이 '비수도권 A매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파라과이전 2만명대 같은 충격 관중 수까지는 아니더라도, 2년 5개월 만에 비수도권에서 열리는 A매치조차 매진 실패가 유력한 상황이다.
14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볼리비아와의 축구대표팀 친선경기 티켓은 오전 0시 기준 7300장 이상 남아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 4만명 가까운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3만명 이상의 관중은 몰릴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 당일 잔여 티켓이 모두 팔려 매진을 기록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비수도권에서 열리는 A매치가 지난 2023년 6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매진 실패가 유력한 분위기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동안 A매치가 수도권에 집중됐던 탓에 비수도권 팬들의 아쉬움이 컸던 터라 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었지만, 매진까지 이어지지는 못할 정도로 팬심이 많이 싸늘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팀 전력이나 추워진 날씨 등이 매진 실패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앞서 대전월드컵경기장에 3만 9823명의 관중이 들어차 매진을 달성했을 당시 상대는 엘살바도르였다. 6만 4381명으로 역시 매진을 기록했던 2년 전 싱가포르전(서울월드컵경기장)은 이번처럼 추워지기 시작한 11월에 열린 A매치였다.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이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대표팀 핵심 선수들이 대거 합류한 상황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결국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호를 향한 싸늘한 팬심의 연장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 행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던 데다, 홍명보 감독 부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 등까지 더해진 게 A매치 관중 수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예매 전쟁이 필요할 정도였던 A매치 매진 사례가 급격히 꺾인 것 역시 공교롭게도 지난해 9월 홍명보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팔레스타인전이 시작이었다. 당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엔 5만 9579명의 관중이 찾아 6만명대 관중 기록마저 깨졌다. 용인, 고양 등에서 열렸던 다른 A매치들도 번번이 매진에 실패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이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지난 6월 쿠웨이트전은 심지어 4만명대 관중(4만 1911명)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달 브라질전엔 6만 3237명의 관중이 찾아 오랜만에 6만 이상의 관중이 모였으나, 그야말로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브라질 효과'까지 받고도 A매치 매진까지는 이루진 못했다. 급기야 나흘 뒤 열린 파라과이전엔 2만 2206명이라는 충격적인 관중 수에 그쳤다. 17년 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최소 관중 '불명예 기록'이었다.
단순히 볼리비아전뿐만 아니라 오는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가나전 역시도 매진 실패가 유력하다. 14일 오전 0시 기준으로 가나전 티켓 역시 아직 약 3만장이나 남아 있는 상태다. 그나마 경기까지 나흘 남아 있고, 볼리비아전 경기력이나 결과가 남은 기간 예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나 그 반대의 가능성 역시도 배제할 수 없다.
홍명보 감독은 최근 A매치 관중수 감소 현상에 대해 "모든 구성원들의 마음이 편할 순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저희가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볼리비아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이) 잘해서 팬들이 찾아올 수 있게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모든 팀 구성원들이 알고 있다. 그 부분들을 위해서 앞으로 더 노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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