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무리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희망을 봤다. '1라운더' 홍민기(24·롯데 자이언츠)가 2025시즌을 통해 향후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꿈꾸고 있다.
홍민기는 13일 롯데의 마무리훈련이 진행 중인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의 오쿠라가하마 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올 시즌이 도움이 많이 됐다. 내년에 이런 상황이 와도 방황은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고 졸업 후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 지명을 받아 입단한 홍민기는 그동안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입단 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군 복무 포함) 1군에서는 단 4경기 등판에 그쳤다.
올해는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꾸준히 펼쳤고, 결국 1군의 부름을 받았다. 5월 잠시 맛을 본 홍민기는 6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뛰었다. 6월 22일 사직 삼성전에서는 3이닝 1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같은 달 28일 사직 KT전에서는 아웃카운트 5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최고 시속 155km의 강속구를 뽐낸 홍민기는 7월 말까지 2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필승조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하지만 팔꿈치 통증이 찾아왔고, 결국 8월 19일 잠실 LG전을 끝으로 1군 등판이 멈췄다. 그래도 그는 올해 25경기에서 0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3.09, 피안타율 0.211,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09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홍민기는 "점수 차가 많이 날 때도, 타이트할 때도 던져봤기 때문에 확실히 경험이 많이 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올 시즌 중반과 같은 퍼포먼스가 나온다면 내년에는 긴장하지 않고 내 볼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온전히 내 것을 다 보여줬다 생각하지 않는다.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도 밝혔다.
좋은 모습을 보이다 몸 상태로 인해 잠시 쉬어갔던 홍민기는 "팔꿈치 통증이 없어지고 3군으로 가서 편한 환경에서 루틴을 하며 많이 좋아졌다. 이재율 코치님이 도와주셨고, 1군으로 가신 후에는 김현욱 코치님이 잘 배려해주셨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을 보내면서 홍민기는 '방심'의 위험함을 느꼈다. 그는 "6~7월에는 정말 자신 있었다. 안타나 볼넷을 내줘도 내 공을 던졌기에 전혀 상관이 없었다"며 "막바지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공도 원하는 대로 안 가고 구속도 떨어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정말 좋을 때 유지하는 방법을 빨리 터득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몸 상태를 회복한 홍민기는 마무리훈련에서 다시 변화를 주고 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민기가 캠프에서 가다듬고 있다. 투구 폼을 조금 조정했는데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민기 본인은 "크로스 투구폼을 살짝 고쳤다"고 밝혔는데, 이는 김상진 투수코치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크로스파이어에 가까운 폼은 홍민기의 상징과도 같다. 왜 폼에 변화를 줬을까. 홍민기는 "크로스로 던지면 부상 위험이 있다. 그 폼으로 제구가 완벽하면 좋겠지만, 다리가 일자로 나가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을 완주하려면 고쳐야 할 것 같다"며 "크로스가 안 돼도 위력적인 볼을 던지려고 연습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마무리훈련과 비시즌에서 홍민기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무조건 안 아픈 몸을 만드는 게 첫 번째다. 운동을 과도하게 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출근을 안 하면 해이해질 때가 있는데, 비시즌에는 스케줄을 제대로 잡고 움직이려고 한다"며 "피칭하는 것처럼 무리는 안 해도 공 던지는 건 놓치지 않을 거다"라고 밝혔다.
"풀타임으로 유지하는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말한 홍민기. 그래도 올해 경험은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내년에 이런 상황이 또 와도 방황은 안 할 것 같다"며 "'나 그때 이랬었지' 하면서 똑같이 시간한테 맡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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