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가 심판에 대한 인종차별 제스처를 이유로 전북 현대 타노스 코치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하자 전북 서포터스가 즉각 반발하는 성명서를 냈다. 앞서 한국심판협의회를 향한 비판 성명에 이은 2차 성명서다.
전북 서포터스 연합 MAD GREEN BOYS(MGB) 측은 타노스 코치에 대한 연맹 상벌위의 중징계가 발표된 19일 오후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만행을 규탄한다"며 "상벌위가 타노스 수석코치에게 내린 출장정지 5경기 및 제재금 2000만원이라는 파렴치하고 폭압적인 중징계 결정을 전북 현대 서포터스 연합 MADGREENBOYS의 이름으로 강력히 거부하며, 통렬한 마음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심판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인종차별 프레임'을 당장 걷어치우라"고 강조한 MGB 측은 "타노스 코치의 파울을 확인하라며 취한 '눈을 뜨고 똑바로 보라'는 통상적인 항의 제스처를 인종차별로 둔갑시킨 것은 역대급 적반하장이자 악의적인 선동"이라며 "상벌위가 열리기도 전에 심판협의회가 먼저 성명서를 내고 사건을 '인종차별'로 못 박은 행태는 무엇인가. 이는 공정한 판단을 저해하는 여론 조작이자, 한 팀을 위해 헌신하는 외국인 코치를 희생양 삼은 무책임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심판들은 반복되는 오심에는 철저히 침묵하면서, 자신들을 향한 정당한 항의에는 권위를 내세워 칼을 휘두르고 있다. 심판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공정성을 내다 버린 심판협의회와 연맹은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 타노스 코치의 명예를 짓밟고 K리그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 이번 결정은 심판만이 성역이라는 시대착오적인 폭거일 뿐"이라며 "'내로남불' 심판 권위주의를 등에 업은 폭압적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MGB 측은 그러면서 타노스 코치에 대한 연맹 상벌위의 즉각 징계 철회 및 심판협의회의 공개 사과, 연맹 및 상벌위 등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더했다.
전북 서포터스 측은 "정당한 항의를 인종차별로 매도한 부당한 징계를 1분 1초도 지체 없이 즉각 철회하고, 사실 관계가 확인되기도 전에 '인종차별 프레임'을 씌워 여론을 조작한 심판협의회는 타노스 코치와 전북 팬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면서 "오심은 덮어주고 항의는 탄압하는, 제 식구 감싸기 식 행정으로 일관한 연맹 및 상벌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엄중히 책임지고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MGB 측은 "우리는 연맹이 이 상식적인 요구를 묵살할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연맹은 제14차 상벌위를 열고 지난 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전에서 김우성 주심을 향해 인종차별 제스처 의혹으로 회부된 타노스 코치에 대해 출장정지 5경기와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퇴장 판정 별도)를 결정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맹 상벌위는 "타노스 코치는 후반 추가시간 주심이 상대 선수의 핸드볼 파울을 즉시 선언하지 않자 이에 과도한 항의를 해 경고를 받고, 이어 퇴장 조치를 받았다"며 "퇴장 판정 이후 타노스 코치는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두 눈에 양 검지 손가락을 대는 동작을 했다. 주심은 이를 인종차별을 의미하는 행위로 보고 심판보고서에 기재하고 상벌위원회에 진술서를 제출했다. 상벌위는 타노스 코치의 행위가 인종차별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노스 코치는 상벌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심판이 핸드볼 파울을 직접 보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두 눈을 가리켰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상벌위원회는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에서 타노스 코치가 검지 손가락을 눈의 중앙에 댔다가 가장자리로 당기면서 눈을 얇게 뜨는 모습이 보이고, 이러한 제스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정 인종의 외모를 비하하는 의미로 통용돼 이미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를 여러 차례 받은 행동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상벌위는 "타노스 코치의 진술서와 당시 영상 등에 의하면 타노스 코치가 이 행동 전후로 욕설과 함께 'racista(인종차별주의자)'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던 정황 등도 고려했다"며 "특정 행위에 대한 평가는 그 행위자가 주장하는 본인의 의도보다는 외부에 표출된 행위가 보편적으로 갖는 의미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경멸적, 모욕적 행위 여부는 행위의 형태 그 자체, 그리고 행위의 상대방이 일반적으로 느끼게 되는 감정이 기준이 돼야 하고, 행위자가 어떤 의도로 그 행위를 했는지는 부차적인 고려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준에 따라 타노스 코치의 행위는 그 형태가 이른바 '슬랜트아이(slant-eye)'로 널리 알려진 동양인 비하 제스처와 동일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인종차별로 인한 모욕적 감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여 징계 대상에 해당한다"며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의 인종차별 행위 관련 징계 사례를 참고했고, 구체적인 양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타노스 코치의 행위가 과열된 경기 양상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것임을 참작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다만 타노스 코치와 전북 구단 측이 일관되게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다'고 부인했는데도 심판협의회가 먼저 인종차별로 단정 짓는 입장문을 발표했고, 연맹 상벌위 역시도 인종차별을 이유로 중징계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 커진 상황이다. 연맹 상벌위는 징계 정황으로 고려했지만, 일반적으로 인종차별 피해를 받았을 때 상대를 지칭하는 '인종차별주의자(racista)' 단어를 반복적으로 쓴 게 다름 아닌 당사자인 타노스 코치라는 점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전북 서포터스의 규탄 성명뿐만 아니라 전북 구단 역시도 이번 상벌위 결정에 대해 재심을 검토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연맹 상벌 규정에 따르면 징계 결정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이사회는 청구서 접수일 15일 이내에 재심 사유를 심의한 뒤 상벌위 징계 결정 취소 또는 감면, (재심 청구)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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